제 7 장4겨울은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 고산지대의 산봉우리에서 눈보라를 날리며 발악을 하는가 하면 계곡의 음달에서 얼음버캐를 버석거리며 음산하게 위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없는 봄의 행진에는 견디여내지 못한다.봄은 야단스레 소리치며 오지 않는다. 한결같이 숨쉬고 미소하며 눈더미와 얼음을 녹이고 개울가의 버들개지에 봄물을 올리고 말라붙었던 잡풀과 잔디를 쓰다듬으며 새싹이 움트게 하는가 하면 어느새 소문도 없이 개나리며 철쭉에 망울이 부풀게 한다.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봄은 조용히 깃든다. 양지쪽의 볕을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벌써 얼음…
제 7 장3차바퀴밑에서 눈가루들이 회오리치며 날아올랐다. 눈덮인 외통길에 전조등의 불빛이 휘딱휘딱 번져지며 뽀얗게 날리는 눈가루들을 비치였다. 고속으로 달리는 승용차들, 순간이라도 멈칫하면 얼음강판우에서 지치며 눈깜박할사이에 벼랑에서 굴러내리거나 눈무지에 처박힐수 있다.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가 맨 앞장에서 눈보라를 헤치며 내닫고있었다. 발동기가 앙앙- 용을 쓰며 울부짖고 무거운 차체에 짓눌린 차바퀴들은 얼어붙은 눈덩이와 조약돌들을 세차게 걷어찼다.돌연 뒤따르던 차가 굽인돌이에서 지치며 길섶의 눈무지속에 틀어박히는것이 보였다.김정…
제 7 장2그날은 리수진에게 있어서 운명적인 날이였다. 뜻밖의 일들이 미리 정해놓은 시간표대로 기다리고있었던듯 차례로 닥쳐들었다. 처음 그를 찾아온것은 평양에서 《어머니사망, 급래》라는 전보였다. 그는 불시로 심장이 멎은듯 가슴을 움켜쥐며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잠시후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어제까지만해도 어머니는 여전히 건강하여 로병선전대활동에 여념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장거리전화로 인민반장을 찾아 거품이 끓는 입으로 소리쳐 물었다.《오늘 전보를 받았는데… 그게 사실이오?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가 어찌됐다구요?》《예, 어…
제 7 장11998년 1월 16일 새벽,김정일동지께서 타신 렬차는 북방의 험산계곡을 꿰지르며 달리고있었다. 혹독한 강추위가 대지를 옥죄였다. 별들도 추위에 떨다 못해 좁쌀알처럼 졸아들었다. 지상에서는 눈보라가 아우성쳤다.김정일동지께서는 우중충하게 솟아있는 시꺼먼 산봉우리들을 내다보고계시였다. 밤하늘을 떠받치고 묵묵히 솟아있는 준령들, 험한 바위츠렁과 눈에 묻힌 계곡들이 언듯언듯 지나가군 했다.어느덧 렬차는 가파로운 명문고개를 멀리 뒤에 남기고 자강땅 깊숙이 들어섰다.기적소리가 울렸다. 얼어붙은 산발과 밤하늘을 찢으며 거센 웨침소리를…
제 6 장6눈물이 말라버린 녀자, 기쁨과 사랑을 잃어버린 녀자 - 김화순이 만나본 조아라는 바로 그런 비참한 운명을 지닌 녀성이였다. 한뉘 그늘속에서만 살아온탓에 속은 병들어있었다. 처음엔 그리도 젊고 아름다와 보였는데 자기의 심중을 헤쳐놓았을 때 그 녀자는 이미 고뇌에 시든 한 늙은이로밖엔 달리 볼수 없었다. 그 녀자의 두눈에 하도 절망적인 오뇌가 비껴있어 마주 보기가 섬찍할 지경이였다.화순은 창문가에 그린듯이 서있었다. 항구쪽에서 자주 배고동소리가 울려왔다. 그처럼 쉼없이 크고 작은 배들이 드나들건만 조아라가 눈물로 찾는 《님실…
제 6 장5. 조아라의 이야기미안해요. 꼭 하고싶었던 얘긴데 왜 갑자기 힘들어지는걸가요?… 어쨌든 어머니로부터 시작하죠. 그게 더 편할것 같군요.…나의 어머니 조규심은 제주도에서 나서자란 해녀출신의 미인이였다. 당시 제주도녀자들은 8~9살이 되면 벌써 바다에 나가 잠수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13살때쯤이면 얕은 바다에서, 15살때이면 벌써 한사람몫을 맡은 해녀로서 본격적인 생업을 시작하는데 50살이 될 때까지, 다시말하여 기력이 쇠진해질 때까지 하루도 쉼없이 물속에서 산다고 한다.수십년후엔 제주도해녀들이 잠수경과 배도 가지게 되였지만…
제 6 장4김진서의 맏딸 김화순은 네데를란드의 로테르담에서 진행된 유럽나라들의 그리스도교계 인권옹호단체회의에 참가하였다. 북유럽의 베니스로 불리울정도로 무수한 운하망으로 이어져있고 네데를란드 제2의 도시, 상공업과 무역항으로 일찍부터 널리 알려져있는 로테르담에서 그리스도교계 인사들의 회합이 진행된것은 관광지로도 소문난 라인강, 로드강, 뉴- 머즈강의 3각주를 끼고있는 한편 도시에 오랜 력사를 자랑하는 쎄인트 로렌스교회가 있기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였다.이 회의(회합)에 멀리 극동에서 로씨야, 도이췰란드를 거쳐 날아온 조선녀성 김화순…
《얼마전에》하고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현오어머니와 큰어머니가 함께 써보낸 편지를 받았소. 베이징회의에 갔다와서 쓴 편지였는데 비전향장기수의 딸들답게 자식들을 수령결사옹위의 총폭탄으로 잘 키우겠다고 했더군. 그래서 현오도 부모들의 뜻대로 원쑤들과 용감히 싸운게 아니겠나. 잊지 말라구. 우리가 왜 비전향장기수들을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로 높이 내세우는지… 투사라는 말의 참뜻을 현오도 알겠지. 정의의 위업에 한생을 바치는 사람, 청춘도 생명도 다 바쳐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라는것을, 그래서 우린 항일혁명투사들과 꼭같이 통일애…
제 6 장2무장충돌이 일어난곳은 51사전연에서도 제일 산세가 험하고 교통이 불리한 솔개령초소였다. 지난 시기의 군사지도들에는 850.1고지로 표기되여있었으나 어느 병사시인이 인민군신문에 발표한 《옛 싸움터에서》라는 시에서 산봉우리를 사나운 소리개로 표현한 때부터 솔개령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고 한다.사단장 림철은 충돌이 끝나자 솔개령으로 차를 달렸다. 도중에 위생차를 만났다. 제일 심한 부상자를 군단병원으로 후송하는것이였다.림철은 차를 세우고 위생차에 올라가보았다. 대위령장을 단 군의와 처녀간호원 둘이 중상당한 전사곁에서 경례를 했다…
제 6 장1끄물끄물 타는 메마른 여름이였다. 온 나라의 신문과 방송들은 매일과 같이 가물과의 투쟁을 힘있게 벌릴것을 호소하고있었다. 가끔 쪼각쪼각 찢겨진 구름장들이 하늘을 덮을듯 밀려오기도 했지만 한 방울의 비도 뿌리지 않고 열파에 쫓기여 황황히 지나가버리군 했다. 고난의 행군의 첫해와 두번째 해까지 대홍수에 잠기던 대지가 이해 1997년의 여름엔 불볕으로 달아오르고 쩍쩍 갈라져갔다. 산불이 자주 일었다. 숨막히는 연기속에서 날새마저 돌멩이처럼 떨어져내렸다.그러나 화재의 연기만이 회오리친것이 아니였다. 짙은 화약내가 바람에 실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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