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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질문 23] 재벌정책은 성장을 저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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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360회 작성일 10-12-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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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질문 23] 재벌정책은 성장을 저해하나?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kwonsw87) / 2010-12-7 16:10)



[노무현의 질문 23] 재벌정책은 성장을 저해하나?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 2010-12-07)


“규제를 풀자, 풀면 안 된다. 근데 이 규제 개혁이라는 것이 아주 간단치 않습니다. 지금 합의했다는 것은 ‘금산분리 좀 풀자’ 이게 규제 풀자 아니에요?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도) 좀 풀자.’ 이게 풀자 아니에요? 계속 풀어요. 풀고 또 풀고 몇백 개 풀고, 몇천 개를 풀어도 계속 규제 완화 규제 완화 이럽니다. 그 핵심이 뭐냐? 일종의 사회적 권력투쟁입니다. 규제라는 것이 그런 것이죠.” - <노무현이 꿈꾼 나라> 186~187쪽

“금산분리는 어찌 됐든 명분이 있어서 우리도 안 열어 줬어요. 근데 솔직히 출총제는 모르겠어요. 왜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실질적으로 꼼꼼히 들여다보면 잘 모르겠어요. 매우 상징적인 싸움이죠. 안 풀어 줘도 뭐 재벌들이 이미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요. 재벌 경제가 효율성의 측면에서 나쁜지 좋은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어요.” - <진보의 미래> 229쪽

“그 대신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해 줘라, 사후 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공정거래위원회 경제경찰을 아주 강하게 하자, 그쪽으로 간 건데요.” - <진보의 미래> 232쪽

재벌정책은 <경제의 민주화>와 관련된 주제다. 시장경제 시스템을 부인하지 않는 전제 위에서 재벌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것인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대통령님이 언급했듯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과연 실질적으로 재벌을 규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실질 효과도 없으면서 상징적으로 권력투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사후 감독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과연 향후 재벌정책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강철규의 답변] 공정한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23번째 질문, <재벌정책은 성장을 저해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서울시립대 교수인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답변을 했다. 강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서 각종 재벌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현재 경실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 이 질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재벌정책을 돌아보고 과연 민주정부 10년의 재벌정책이 성장을 저해했는지 실증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의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정책이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지주회사,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비율, 공시제도 등 공정거래 정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답변 정도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한눈에 살펴보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질문의 핵심은 비켜나 있다. 대통령이 질문을 한 이유는, 재벌정책을 하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경제 죽는다’라는 비명을 질러대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지 실증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재벌정책이 진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성장을 촉진했는지 검증하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강 위원장의 답변은 핵심을 비켜나 있다. 따라서 핵심정책이었던 출자총액제한 제도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강 위원장이 소개한 금산분리의 경우 앞선 21번째 글에서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이 설명해놓았기 때문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참여정부의 재벌정책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질서 확립’으로 말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1조의 내용이기도 하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에 입법되어 1981년부터 시행되었고, 실제 재벌정책이 등장한 것은 1986년이다. 이때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이 도입되었는데, 재벌의 독점이 심각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정책이 바로 <출자총액제한 제도>다. 계열사 간에 상호출자나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그 비율을 제한한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같은 계열사 간에 <부당한 내부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 규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1997년 IMF 위기로 인한 연쇄부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97년부터 시작된 연쇄 부도는 사슬처럼 연결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때문이었다. 여기에 상호 채무보증까지 더해서 하나가 쓰러지면 연달아 쓰러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공정위가 사실상 할 일을 제대로 안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잠시 폐지됐다가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9년 재도입되어 2001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의 취지에 대해 강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 집단 시책은 항간에서 오해하듯이 기업 집단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정부 직접 규제로부터 점차 시장 자율 감시로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 <노무현이 꿈꾼 나라> 328쪽

하지만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경제 성장을 저해했는지 여부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투자를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재계의 주장이나, 강력한 규제를 외치는 시민단체나, 그야말로 ‘정치적 구호’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의 이야기를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이미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것이 내가 중간에 보고받은 우리나라 삼성, LG의 매출액의 85%가 전부 해외시장에서 나고 있어요. 제가 볼 때 출총제라는 것은 어떤 상징이에요…. (중략)… 솔직히 출총제는 잘 모르겠어요. 왜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실질적으로 꼼꼼히 들여다보면 잘 모르겠어요. 매우 상징적인 싸움이죠. 안 풀어 줘도 뭐 재벌들이 이미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요. 재벌 경제가 효율성의 측면에서 나쁜지 좋은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어요. 신자유주의 되게 싫어하는 장하준 교수도 재벌 규제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죠?" - <진보의 미래> 229쪽

대통령의 말씀에 담긴 함의는 <출자총액제한>이라는 것이 과연 진보와 보수 간의 핵심 논쟁점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규제하라고 하지만 이 제도가 재벌을 실제로 규제하느냐? 그리고 그런 규제가 의미 있는 것이냐? 더 나아가 재벌 경제가 정말 나쁜 것이냐? 이런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장하준 교수는 재벌의 선단경영을 옹호하는 학자다. 그리고 박정희식의 산업정책을 옹호한다. 장 교수는 <국가 vs 시장>에서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를 지향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양극화의 문제가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이냐? 라는 질문을 돌아보면 장하준 교수 역시 논리 모순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남은 문제는 <부당내부거래>다. 애초에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것은 10대 재벌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10조 재벌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1조짜리만 해도 부당 내부거래는 할 수 있고요. 오히려 이 부분을 원천 봉쇄할 거냐, 안 할 거냐의 문제입니다. 나는 그거 쓸데없다고 본 거죠. 그 뭐 부당 내부거래를 사전에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순환출자, 출자총액 막아라 그랬는데 그게 뭐 효과가 별로 없을 거라고 본 거죠. 그 대신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해 줘라, 사후 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공정거래위원회 경제경찰을 아주 강하게 하자, 그쪽으로 간 건데요.” - <진보의 미래> 232쪽

대통령의 판단은 항상 실사구시다. 어떤 이념에 의해 판단하지 않고, 현실을 들여다보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제로 규제가 가능한 방안을 고민한다.

출자총액제도에 대해 다소 길게 쓰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진보니 보수니 하면 갈라져 싸우는 많은 논쟁점들이 실제로는 이런 모습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만 보더라고 그렇다. 해야 할 민영화는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민영화는 안 해야 한다.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쪽에서는 ‘민영화=신자유주의’라고 주장하고, 이명박 씨 등 보수주의들은 ‘민영화=경쟁력 강화’라는 식으로 선과 악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FTA도 마찬가지다. FTA라는 개방 정책에 찬성하면 보수 반대하면 진보, 이런 식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역시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이념적 전선이 되어서 아주 심각한 문제인 양 포장되고, 이야기되고 있지만 노 대통령님 말마따나 별 효과도 없는 걸 두고 재계와 보수파에서는 “경제 죽는다”고 아우성치고 시민단체와 진보파에서는 “재벌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실제로는 경제를 죽일 힘도 없고 재벌의 횡포를 막는 것과 별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 각종 재벌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했느냐는 질문에는 통계 하나면 답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참여정부 당시 “경제 다 죽는다”고 아우성쳤던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과는 역대 최고였다는 통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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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은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2009년 3월 폐지됐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문제다. 시장경제 체제는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시장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경제경찰 공정거래위원회’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즉 격차가 발생하는 1차적 원인은 소득분배에 있다. 이미 앞선 글에서 몇 차례 언급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가 일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대기업, 사학재단, 언론, 관료,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 등을 ‘약탈자’로 표현하는 김대호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관계가 약탈적으로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횡포를 막는 공정거래 관련 법과 제도의 미비, 위반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법 집행 의지 부족),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횡포를 스스로 자제하게 만드는 경영 마인드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시장과 사회가 너무나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 <노무현 이후> 86쪽

김 소장이 책에서 소개한 군산대 이의영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에는 민간에 의한 불공정거래 소송이 지난 115년 동안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민간에 의한 소송이 거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불공정거래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절차에 의한 과징금이나 시정 권고가 불공정거래를 억누르는 주된 장치다. 결국 공정위의 의지에 따라 재벌정책이 좌우되는 경향을 갖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와 보완장치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념의 잣대로 들여다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특정한 이념체계 속에 진실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노력은 어떤 진실과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사구시가 필요한 것 아닐까?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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