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질문 22] 국민의 이익을 위한 금융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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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kwonsw87) / 2010-12-7 08:41)
[노무현의 질문 22] 국민의 이익을 위한 금융은 가능한가?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 2010-12-07)
“국제사회가 진보든 보수든, 소위 경제를 위험하게 만드는 도박을 어떻게 막을 것인 하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세계가 어떻게 대응해 가는지 모르겠는데, 문제는 진보주의 진영에서 그 점에 대해서 어떤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분배의 문제를 떠나서 경제 시스템 자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있는 금융을 어느 날 마음대로 없앨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금융이 상업금융만이 아니고 투자금융이 있는데, 옛날과 달리 요새는 투자금융이 보편적인 것이 됐거든요? ‘거기서 발생하는 시스템 위기를 어떻게 방어할 거냐’라는 것은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문제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주의가 적극적일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보수주의라는 것은 개인 플레이어들의 자유를 극대화하자는 것이거든요. 진보주의는 그런 건 아니거든요. 보면 규제에 대해서는 진보주의가 좀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시스템에 대해서 진보주의가 요새 금융 규제 시스템에 대해서 대안을 좀 내놔야 하는데…….” - <진보의 미래> 262~263쪽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급한 것이 금융 규제만큼은 확실하게 하자, 그건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 규제만은 확실하게 해줘야 되고, 한국 수준에서 지난날의 금융 자유화 정책에 관해서 우리도 새롭게 정리를 하고 재검토를 하자. 왜냐하면 자본시장통합법이란 것이 금융자유화 쪽으로 쭉 가는 그런 시간표인데 큰 사고 나기 전에야 그런 시간표를 가지고 갔지만 이제 큰 사고 났으니까 국가적으로 검토해봐야 되고, 이런 것을 전제로 해서 세계무대에서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금융 통제를 놓고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것이냐를 정리해야죠.” - <진보의 미래> 282~283쪽
2008년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떠들썩하게 위신을 세우느라 공들였던 G20 정상회의도 금융위기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모임이다. 그런데 환율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별 성과도 없이 끝나버렸다.
금융규제에 관해서는 대체로 유럽 쪽 의견과 미국 쪽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헤지펀드의 입김이 미치는 영향에 따라 규제의 정도가 서로 달랐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과연 진보진영에서는 대안을 갖고 있는가? 대안이 없다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동걸의 답변] 금산분리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질문은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금융규제 방안을 묻는 질문이다. 자본에 국경이 무너지면서 각종 헤지펀드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상태에서는 특정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으로는 유효한 정책을 수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명박 씨가 떠들썩하게 잔치를 준비했던 G-20 정상회의도 알고 보면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모색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시작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99년은 모두 알다시피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금융질서를 모색하던 시기였다. 종전에는 G-7을 중심으로 논의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거기에다가 신흥경제국의 도약으로 인해 G-20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명박 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청계천 공사를 하는 동안 전 세계 정부, 우리나라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10년 동안 이미 대책을 준비했다. 하지만 월가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하는 미국에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자본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합의만 못 한 것일 뿐이다. 유럽 쪽의 강력한 금융규제안이 미국의 반대로 합의를 하지 못하는 동안 2008년 10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씨가 자화자찬해 마지 않는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는 새로운 금융질서 모색은 고사하고 환율문제 하나 처리하지 못한 채로 끝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G-20에서 무얼 했는지 기억나는 게 있느냐고. 아무것도 없다. 오직 G-20 ‘개최했다’는 사실 밖에는…. 서론이 길었는데, 대통령님의 질문 취지를 설명하다가 G-20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제 본론이다. 이동걸 원장은 답변을 통해 금융규제를 둘러싼 국내의 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금산분리를 둘러싼 논쟁이 중심이다. 사실 세계적 차원의 금융규제 모색은 더 이상 할 것도 없을지 모른다. 이미 해답은 다 나와 있고,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따라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이 원장의 답변은 대통령님의 질문 취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하나 마나 한 이야기보다는 실제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이 원장의 답변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금융과 관련하여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헤지펀드 규제와 관련해서 보면 외국에서도 충돌이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의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재벌을 중심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국한한다면 외국에는 없는 논쟁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산분리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논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재벌은 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싶은 것일까? 이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재벌들이 금융기관에 대해서 강한 소유욕을 보여 왔다. 개발경제시대에는 투자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는 수단으로, 최근에는 재벌 집단의 경제적 지배력을 확장하거나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세습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열금융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 <노무현이 꿈꾼 나라> 314쪽 이 부분과 관련해서 재벌과 금융기관에 대해 약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재벌 반열에 오른 기업들은 하나같이 금융기관을 계열사로 거느리려 한다. 금융과는 무관한 현대자동차그룹이 2009년에 중소형 증권사인 신흥증권을 인수해 HMC증권을 세웠다. 왜 증권사가 필요했을까? 정몽구에서 정의선으로 넘어가는 세습작업에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은 왜 CJ증권사를 인수했을까? 현대그룹은 왜 현대증권을 지키려고 애를 쓸까? 그렇다면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은 이건희에서 이재용-이부진으로 삼성그룹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남겨 놓기로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2000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과잉 유동성, 이로 인한 부동산 버블과 방만한 모기지론, 그리고 헤지펀드의 수많은 금융공학을 가장한 파생상품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시장의 실패인가? 정부의 실패인가? 규제를 제대로 못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실패인 것 같다. 그런데 보수주의자들과 헤지펀드는 규제를 거부했다. 금융부문만큼 시장만능주의가 활개치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시장의 실패가 아닐까? 이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정부의 실패(과잉규제의 실패)가 원인이 아니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 실패의 합작품이다.” - 위의 책 315쪽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와 관련된 논의가 별로 없는 듯 하다. 오히려 규제완화 목소리만 여전하다. 특히 재벌의 은행 소유와 관련한 금산분리 완화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한 보수파의 주장과 이동걸 원장의 반대의견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금산분리가 철저한 나라다 => 우리나라가 은행 소유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이런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선진국은 법규정은 없지만 엄격한 감독을 통해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증권이나 보험도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은행은 아직 없지만 증권, 보험은 완전히 산업자본의 지배 아래에 있다.
2. 금산분리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낮고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은행을 제외하고 증권, 보험, 카드사 등은 이미 재벌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는 일류 행세를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이류, 삼류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금산분리를 완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3. 이제 재벌개혁이 많이 이루어졌고, 지배구조도 투명해졌기 때문에 재벌이 은행을 소유해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일종의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평가와 감시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공정한 게임도 불가능해지고, 공정한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미 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해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세습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 이런 이해 상충 행위는 선진국에서는 강력하게 처벌을 받는다. 4. 설사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사후 감독과 규제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 사전 규제를 사후 규제와 처벌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사후 규제와 처벌이 열 배, 백 배 더 강해서 일벌백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과 사법집행의 현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탄을 받을 정도로 재벌에 관대하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는 금산분리를 둘러싼 핵심 논쟁을 정리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선진국의 경우 법으로 규제하지 않더라도 감독기능을 통해 강력하게 금산분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비록 법이 있지만 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미 금융산업도 재벌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은행에 대한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마저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이명박 씨를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의 금산분리 완화론이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당시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을 선정하자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모두 인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처럼 한국의 은행은 금산분리라는 제도적 장치가 없더라도 사실상 산업자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금융학자인 이 원장으로서는 금산분리에 천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대통령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사실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큰 틀에서 보면 금산분리라는 주제가 정말 중요하기는 하지만, 금융규제와 관련된 전체적인 논점을 살펴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정책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보수파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잘 정리해놓은 답변이라고 하겠다. |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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