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질문 15]'작은 정부'는 경제를 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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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10-11-20 23:38 조회 2,832 댓글 0본문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kwonsw87) / 2010-11-19 11:32)
[노무현의 질문 15] ‘작은 정부’는 경제를 살리는가?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 2010-11-19)
“보수 진영의 주장은 ‘정부는 손을 떼라’는 말로 압축된다. 이른바 작은 정부론이다. 거두지 마라, 쓰지 마라, 경영은 민간에 맡겨라. 시장에 개입하지 마라, 규제를 없애라, 이런 이론으로 압축된다. 시장은 완전하다는 사상이다.” - <진보의 미래> 67쪽
“국가의 역할에 관해서 큰 정부 작은 정부 얘기를 하는데 우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정책은 예산으로 통하는 것이니까 예산을 가지고 한번 비교해 보자. 제도적으로 우리가 중요한 부분, 진보-보수의 중요한 부분의 제도적인 차이가 있는 부분들을 한번 비교해 보고, 그 나라 국민들이 삶의 질을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비교를 해보자.” - <진보의 미래> 109쪽
이제 진보와 보수의 이론적, 역사적 고찰을 뒤로 하고 구체적인 현실 정책과 제도에 관한 부분으로 넘어왔다. 따라서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다섯 번째 질문은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둘러싼 오랜 논쟁의 총론적 성격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예산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재정정책을 살펴보고,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떤 삶의 질을 누리는지 지표로 알아보자는 것이다.
[황성현의 답변] ‘작은 정부’로는 희망이 없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어지는 16번째 질문, <감세는 옳은가>와 함께 묶이는 것이 좋았을 뻔했다. 왜냐하면 재정정책은 세금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황 교수의 답변은 좀 힘이 없다. 너무 원론적이어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세금 문제를 별도로 떼어놔서 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논거가 좀 빈약하다.
노 대통령의 15번째 질문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정부론>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감세론>과 직결된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자감세, 그리고 ‘줄.푸.세’의 박근혜 의원과도 연결된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핵심 쟁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전 세계의 쟁점이기도 하다. 일단 감세론은 바로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 때문에, 재정정책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는 재정규모로 알 수 있다. 재정규모가 클수록 큰 정부, 작을수록 작은 정부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도표를 보자.
표를 보면 2007년도 기준으로 한국의 재정규모가 여타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큰 정부는 선, 작은 정부는 악이라는 선악 판단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에 찬성하면 선하고, 반대하면 악하다는 식의 단순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화를 경계하자는 얘기다. 유럽의 재정규모가 큰 것은 그 역사적 배경이 있다. 오랜 시간 유럽의 각 나라에 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투쟁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물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성공도 있었다. 물론 제국주의로 식민지국가를 수탈한 결과물이 물적 토대를 뒷받침해 준 부분도 있다. 비교적 재정규모가 작은 축에 속하는 미국과 일본 역시 그 고유의 역사적 발전과정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선과 악의 문제로, 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여 참조하는 정도에 그쳐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황 교수의 답변을 들어보자. 황 교수는 큰 정부와 작은 정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답은 ‘작은 정부’론은 우리나라의 발전 단계와 재정 여건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경제 규모에 대비한 우리의 재정 규모와 조세 부담 수준은 중장기적으로 현재보다는 어느 정도 커지고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의 발전 단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 <노무현이 꿈꾼 나라> 224쪽 그렇다면 황 교수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교육에 대한 투자,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 사회안전망 확충,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개혁을 위한 투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땅 파기’가 아니라 ‘사람과 지식에 대한 투자’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재정이 수행해야 할 본질적 기능은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21세기 성장 동력은 좋은 인재를 길러 내고 지식과 기술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다.” - 위의 책 229쪽 사실 황 교수의 답변은 이게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감세문제를 별개의 주제로 떼어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참여정부가 공들여 만든 <비전2030>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굉장히 아쉽다. 왜냐하면 <비전2030>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한 재정정책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의 답변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는 이것이다. ‘시장은 효율적이고, 정부는 비효율적’이라는 일반 대중의 믿음에 관한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부패, 그리고 방만한 경영은 다시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런데 이 문제가 ‘큰 정부’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황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감세와 작은 정부는 그 자체로 매우 인기 있는 비전이다. 사람들은 공공지출의 혜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세 부담에 대해 보다 직접적이고 많은 관심을 갖는다… (중략)… ‘작은 정부’론을 지지하는 사고의 근저에는 공공 부문은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시장이 정부보다 효율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 위의 책 224쪽 그렇다. 황 교수의 진단은 매우 현실적이다. 총체적으로 말하면 ‘신뢰’문제다.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했던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이 왜의 침략을 받았을 때 경복궁을 불태운 건 왜가 아니라 우리 백성이었다. 일제에 망할 때에도 어쩌면 많은 백성들은 뒷짐 지고 남의 일로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세금을 명분으로 국민의 재산을 약탈해가는 집단이었다. 그래서 홍경래가 들고일어났고, 동학군이 봉기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국가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서구 유럽은 이 문제를 극복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론이 과연 한국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이유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만들 때에도 그 저항의식이 작용했다. 심지어 세금부과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 많은 국민들도 종부세에 대해 막연한 저항감을 가진 것은 이런 역사적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시장이 정부보다 효율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시장이 정부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때 적용되는 주장으로, 시장과 정부가 할 일이 구분된 상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중략)… 둘째, 공공 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비효율을 제거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중략)… 셋째, 낭비적 재정지출이 있는 반면 예산이 더 늘어나야 할 분야도 다수 있다.” - 위의 책 224-225쪽 황 교수가 말한 이 부분은 좀 더 세부적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조세저항 심리가 큰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꾸준히 ‘정부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황 교수가 제시한 부분을 세밀한 논리와 증거로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쓸데없이 정부가 쥐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의 문제, 그리고 민영화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공공 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혁신, 그리고 투명성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도 황 교수가 <비전 2030>을 간과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전 2030>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희망 한국 전략지도, 비전2030 - http://16cwd.pa.go.kr/cwd/kr/policy_and_issue/load_of_success/view.php?id=419e0249c6aff3e7f56dda7a) 결론적으로 황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 정부를 하면서 교육 문제 해결과 인재 양성, 저출산 문제의 극복, 사회 안전망 확충, 국방 개혁 등을 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문제 해결 없이 나라에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정부가 우리의 발전 단계와 재정 여건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위의 책 233쪽 큰 주제를 작은 분량의 원고에 모두 담아내기 힘든 제약조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크다. 노 대통령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일부분의 답변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황 교수는 답변에서 교육, 저출산과 노령화, 사회안전망 확충, 국방개혁 등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비전2030>의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큰 구도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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