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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대화론 아니면 전단 살포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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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3,237회 작성일 11-03-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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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남북 대화와 경협의 획기적 진전을 담은 10·4 남북 공동선언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바 있다. 그 와중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까지 발생하자 관광이 전면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된 적이 있다. 바로 그런 시점인 2008년 8·15 광복절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먼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남북간 전면적 대화 및 남북 경협을 촉구했었다. 그런 태도는 2009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반복되었다. 2009년 5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2차 핵실험에 맞서 유엔이 대북 제재를 결의, 북한의 핵위협이 부각되고 있던 그때 엉뚱하게도 ‘남북간 재래식 무기 감축’을 제의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그 제안을 두번 다시 꺼내지 않았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느닷없이 통일세를 준비하자고 제기했다. 눈앞의 평화도 지키지 못하면서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원대한 주장을 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도 “북한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적기”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파탄난 남북관계를 방치하고는 이렇게 또 사돈 남 말 하듯 한 것이다. 당장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하면 될 일을 한가하게 허공에 대고 주문을 외고 있는 형국이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통령에게 남북대화는 현실의 문제가 아닌, 기념식 때만 의례적으로 동원하는 죽은 언어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지난 3년 내내 남북대화를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연설문을 채우는 수사학으로 끝냈을 리 없다.

이 대통령의 수사학적 대화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북정책이 있다. 그것은 국방부의 대북 전단 살포이다. 정부는 한때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북한이 반발하자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듣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화해와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비방하는 전단을 라디오·일용품과 함께 북한에 뿌려왔다고 한다. ‘뒷구멍으로 우리 체제를 무너뜨릴 궁리를 하면서 빈말로 대화하자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인가’라고 북한이 공격한다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정부는 공허한 대화론과 전단 살포 말고는 할 일이 그렇게 없는가. 그런 것으로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평화통일을 할 수 있다고 정말 믿는가.


출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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