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를 자초하는 MB의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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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자회의가 끝나면 북한은 중국을 앞세워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그때도 우리는 대북 압박에 매달리는 외톨이가 될 것인가?
북한은 올해 두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두 번 중국을 방문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9월 상순에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의 이런 이례적 동향은 북한이 지금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 북한은 현재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가?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북한이 처한 어려움은, 안으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과 안정적 권력 승계의 기반 구축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이후 더욱 강도가 세진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동북지역의 창춘-지린-투먼을 잇는 창지투 개발구를 방문지로 삼았다.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이 종전과 달리 지역 협력의 틀 속에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동시에 북한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중국으로부터 지원받는 문제를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전통적인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에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우리 시대의 역사적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2012년 후진타오 주석 이후 중국의 새 지도체제와 김정일 후계체제 간에 지속적인 지지·협력 입장을 재확인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김정일 후계체제를 조금씩 가시화하면서 김일성 탄생 100년이 되는 2012년에 맞추어 이를 공식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환하자 미국은 바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경제무역 관계의 확대와 심화’를 약속한 다음에 이루어진 미국의 조처는 중국의 협력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위원장은 연이은 방중을 통해 한·미의 압박 공세를 무력화하고 체제 안정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하는 등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미국 그리고 남한과의 관계이다. 남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 북·미 관계의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김정일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은 전보다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천안함 사건 이후 군사력 시위까지 동원한 한국·미국 대 북한·중국이라는 새로운 양상의 ‘동맹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의존할 곳은 당연히 중국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겉으로는 남한 비난해도 관계 개선 메시지 보낼 듯
김정일 위원장은 창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메시지는 평양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미국 정부에도 전달되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 방중 후 미국은 대북 추가 제재와 함께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여야 6자회담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지만, 창춘 정상회담과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 같은 동북아 정세 변화를 지켜보면서 정책 조정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미·중 간 대화가 필요하다. 창춘 정상회담은 천안함 국면에서 벗어나 미·중 간에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보인다. 북한은 겉으로는 남한을 비난하더라도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처럼 시간이 우리 편이라며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것이냐이다. 당대표자회의가 끝나면 북한은 중국을 앞세워 대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조처를 취해 나갈 것이다.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조처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창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합의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다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 형성된 북·미·중 협력구도가 가동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혼자서 대북 압박에 매달리는 외톨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정세 변화를 읽고 정책을 재검토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시간은 과연 우리 편일까?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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