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사
시민여러분,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10주년을 기념하고,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온 겨레의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불어 닥친 중대한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의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인 민주, 상생, 평화를 향해 다시금 큰 걸음을 내딛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6.15공동선언이 무엇입니까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불신과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연 역사적 선언입니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암운을 거두어 내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연 기념비요 이정표입니다. 거기에는 민족자주의 원칙, 평화통일의 원칙, 민족공영의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이 뜻 깊은 자리에 함게 해야 마땅한 북녘의 동포들, 해외의 동포들은 이 자리에 우리와 함게 하지 못했습니다. 6.15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의 공동행사가 불허된 것에,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너져가던 분단 장벽은 더욱 높아졌고, 전쟁의 공포가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미움과 불신이 화해와 협력으로 열린 문을 걸어 잠그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낡은 대결의 광기가 상생으로 이끄는 지혜의 빛을 가리고 있습니다.
특히 천안함이 의문의 침몰을 당한 이래 이명박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한반도에 최악의 군사적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필수적인 몇 가지 조사작업도 마무리하지 않고, 이 민감한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습니다. 사건진상에 대한 여론과 의회의 동의와 합의도 채 이루어지기 전에, 군사적 제재와 대결수단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군사적 대치가 심화되고, 세 차례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유지하던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6자회담과 북핵 폐기도 사실상 실종되고 있습니다.
시민여러분, 6.15선언은 평화로운 시기를 위한 이정표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위기를 맞을 때 진정으로 필요한 실천지침입니다. 6.15선언의 역사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6.15선언은 남과 북의 관계가 순풍에 돛단 듯 매끄러울대 합의된 것이 아닙니다. 1차 서해교전이라는 비극을 딛고 성사된 합의가 바로 6.15선언이었습니다. 반세기를 이어온 대결과 갈등, 불신과 오해, 고통과 질곡을 끝내기 위한 남과 북 주민들의 역사적인 선택, 생존을 위한 선택이 바로 6.15선언이었던 것입니다. 6.15선언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선언 하나로 반세기 분단의 장벽이, 하루아침에 눈 녹듯이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남과 북은 6.15선언이 밝힌 지혜의 빛을 따라, 성찰하고 대화하고 협력하여 모든 내외의 난관을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와 6.15선언과 10.4선언과 같은 한반도 위기 극복과 상생의 지침들이 모두 무시되고, 이념적 극단주의와 정치 군사적 대결주의가 그 자리를 대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남과 북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질서의 형성을 주도하던 우리가 이제는 주변 강대국의 판단과 결정에 우리 운명을 내맡겨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과 국회의 합의과정, 관련 당사국의 충분한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위험스런 대북 군사조처와 제재조처를 철회하여야 합니다. 또한 북한 역시 위협적인 언사와 극단적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합당한 진상규명 절차에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천안함 문제를 국제무대에서의 소모적 비방전의 소재로 삼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남북 인도주의 협력, 경제협력, 그리고 군사대결 조치 완화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전에 준비되고 있던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 한반도 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책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기틀이 마련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제 6,15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6.15선언의 길이야말로 상생의 길이고 번영의 길입니다. 화해와 협력의 길, 평화와 통일의 길은 가면 좋고 안가도 그만인 그런 길이 아니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 겨레 생존의 길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언제 어디서 불신과 대결의 위기가 우리를 시험할지 모르는 길고 험한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6.15정신을 잊지 않는다면 헤쳐 나가지 못할 위기는 없습니다. 진실을 향한 용기, 평화를 향한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6.15선언이 제시한 상생의 길, 화해와 협력의 길, 통일의 길을 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2010년 6월 1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