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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노동자 ② 직장생활과 여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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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0건 조회 3,215회 작성일 12-10-2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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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노동자 ② 직장생활과 여가생활

글쓴이 : minjok 날자 : 2004-05-13 (목) 00:00 조회 : 58 btn_singo2.gif btn_print.gif

주48시간 노동, 모성보호ㆍ산재보상 혜택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남북노동자가 만난다. 남한의 양대 노총과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은 30일부터 5월3일까지 평양에서 ‘6·15 공동선언 관철을 위한 2004년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를 갖기로 했다. <매일노동뉴스>는 뜻깊은 행사를 직접 취재하기 위해 송은정 기자를 평양에 보내기로 했으며, 행사를 앞두고 다섯차례에 걸친 기획연재 ‘북한의 노동자’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을 미리 살펴본다. <편집자주>

모든 노동자에 연간 14일 휴가 보장

1. 직장배치와 기술교육
2. 직장생활과 여가생활
3. 노동보수로 생활하기
4. 노동자 조직 ‘조선직업총동맹’
5. 북녘에 부는 변화의 바람 

북의 「사회주의노동법」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고, 작업의 힘든 정도와 조건의 특수성에 따라 6~7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로자, 사회보장자, 일반직장에서 불구가 된 장애인들이 다니는 경노동직장의 경우에는 하루 4~5시간 정도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주일에 일요일 하루를 휴식하니 주 48시간을 일하는 셈인데, ‘주 40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 남쪽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040427_inmin.jpg▲ 인민대학습당 앞을 지나는 모자(母子)ⓒ 사진제공=민족21 

하지만 100만명의 청년들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노동력의 절대 부족을 겪는 북의 입장을 헤아려보면 먹고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산 유지를 위해 “하루 480분 노동을 엄수하자”고 독려하는 상황이 절대 이해 못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1990년대에는 자재난ㆍ동력난으로 공장설비가 서 있는 날이 더 많아 하루 8시간 일해보는 것이 노동자들의 바람이 되기까지 했다니 이래저래 노동시간 비교로 남북 중 어디가 노동자에게 더 좋은 사회인지 판단하는 건 경솔한 일처럼 보인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일과

북녘 노동자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북에서는 제조업, 상업, 교육ㆍ문화ㆍ보건 분야의 여성인력 비중이 1993년 현재 평균 60% 정도에 달할 정도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하다. 따라서 아침에 아이와 엄마가 각각 학교와 직장으로 사이좋게 길을 나서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세대주(북에서는 남편을 이렇게 부른다) 백두씨와 아내 한라씨가 함께 직장에 다니는 ‘직장세대’(맞벌이 부부)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오늘도 한라씨는 새벽부터 분주하다. 어제 직장 동료들과 한 잔 하고 거나하게 취해 들어온 세대주는 세상 모르게 잠에 빠져 있고 한라씨만 식사준비, 아들 통일이의 등교준비, 출근준비로 바쁘다. 1946년 7월 ‘남녀평등권법령’이 발표된 지 어언 60년이 다 돼가지만 ‘부엌일과 가정일은 여성 몫’이라는 세대주의 좋지 않은 생각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백두씨가 집안일이라면 아예 손을 놓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지만 아침 내내 혼자 바쁘다보면 서운함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연애할 때는 안 그랬는데…

두 사람 모두 직장은 집에서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다. 백두씨는 8시쯤 집을 나섰고, 한라씨는 집안 뒷정리를 하고 8시30분쯤 직장으로 출발했다. 직장에 도착한 백두씨는 먼저 정문에 비치된 출근부에 사인을 했다. 출근부는 직장에서 생활비(임금)와 식량을 지급하고 휴가날짜 등을 따질 때 사용된다. 작업 시작 전에는 작업준비와 함께 30분 정도 ‘독보회’를 가졌다. 독보회는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 각종 출판물에 실린 당 정책이나 시사적인 글을 여러 사람 앞에서 읽어 내용을 익히게 하는 모임으로 모든 작업장에서 하루에 한번 의무적으로 진행된다. 오전작업을 마친 백두씨는 낮 12시부터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간단히 낮잠을 잤다.

한라씨는 오늘 점심시간 내내 얼마 전 150일 간의 출산휴가(산전 60일, 산후 90일)를 마치고 출근하기 시작한 직장동료 영순씨의 딸 자랑을 들어줬다. 영순씨는 오전에 직장 탁아소에 맡긴 딸아이에게 수유를 하고 오더니 오후 2시쯤 다시 젖을 먹인다며 탁아소로 향했다. 북에서는 모유를 먹이는 시기인 생후 8개월 정도까지 2시간에 한번씩 20~30분 동안 탁아소에 와서 아이에게 수유를 하고 돌봐줄 수 있다. 한라씨도 통일이를 키울 때 이 제도 덕을 톡톡히 봤다. 이 밖에도 북은 3명 이상의 어린이가 있는 여성의 노동시간은 6시간으로 정해두고, 젖먹이 아이를 가졌거나 임신한 여성의 야간노동을 금하는 등 여성들이 최소한 육아걱정만은 덜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6시에 오후작업을 마친 백두씨는 간단하게 작업총화를 하고 기술학습까지 받은 후 7시 께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아내가 일주일에 한 번인 생활총화가 있는 날이라서 먼저 들어가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저녁준비도 해 볼 생각으로. 한편 한라씨는 생활총화를 마치고 평소보다 2시간 정도 늦게 퇴근을 했다. 백두씨가 집에서 제대로 된 세대주 노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퇴근길이다.

일하다 다치면?

이번 일요일에 백두씨는 몇 일 전 작업장에서 자재를 옮기다 팔이 부러진 직장 후배 철호를 문병하러 갈 예정이다. 철호는 직무 도중 재해를 당해 일시적으로 노동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1946년에 제정된 북의 ‘사회보험법’에 따라 보조금과 무상치료를 받는 중이다. 3년 전에 직장에 배치받은 철호는 이미 사회보험기관에 임금의 1%를 7개월 이상 납부했기 때문에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철호가 더 큰 사고를 당해 6개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거나 노동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면 보조금이 아니라 국가사회보장제도에 의해 노동능력상실연금과 의료보장을 받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공장에서 큰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백두씨의 친구는 장애인들의 건강회복을 위해 조직된 경노동직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많은 탈북자들은 산업재해보상제도가 1980년대까지는 대표적인 국가혜택이었지만, 북이 1990년대에 경제난을 겪으면서 예전처럼 작동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한다.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산재보조금은 기대할 수도 없고, 또한 치료약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혜택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경제가 다시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선 요즘은 어떨까? 몇 일 뒤 평양에 가면 곁에 서 있는 북녘의 벗에게 한 번 물어볼 일이다.

쉴 때는 제대로 쉰다

남쪽보다 장시간 노동을 한다고 해서 북쪽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지는 말자. 북에서는 예전부터 ‘1인 1기’ 교양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악기, 노래, 춤에 익숙하고, 각 직장에서 단체로 영화나 교예를 관람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휴일이나 명절이 되면 직장별로 야유회나 체육대회를 갖거나 예술소품경연을 하기도 한다. 음치, 명창 가릴 것 없이 노래를 시키면 별로 빼지도 않고, 노래방 기계 없이도 서너 곡쯤은 제꺽 불러대는 북녘 노동자의 모습은 오히려 부러움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는 평양의 주요호텔과 대형음식점 등에서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이 성업 중이고, 바둑과 낚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노동자들의 여가생활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국경일, 기념일, 민속명절 등에 쉬면 다른 일요일에 출근해 일을 하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자”는 분위기가 점차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 외에도 법으로 정해진 ‘유급휴가’를 사용해 가까운 지역의 명승지나 유원지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 북의 노동법은 연간 14일의 정기휴가를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장하고 있고,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7~21일의 보충휴가를 준다.

또한 북에서는 이러한 정기휴가와 별도로 일종의 포상휴가 성격인 ‘휴양’과 ‘정양’을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한다. ‘휴양’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을, ‘정양’은 아프지는 않지만 건강증진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해 전국 각지의 약 100~120개 휴양소에서 보통 2주정도 쉬게 하는 제도로 노동자, 농민, 군인들 중 연간 20~3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의 기대에 비해 배정되는 휴양권ㆍ정양권 숫자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모범노동자나 열성당원에게 먼저 배정된다고 한다. 휴양소는 대개 목욕탕, 한증탕, 오락시설,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휴양생들은 이 곳에서 영화감상, 등산, 체육, 뱃놀이, 해수욕 등을 하며 심신에 쌓인 피로를 푼다.

이처럼 국가나 직장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북의 휴가문화는 ‘여름 휴가철에 꽉 막힌 도로에서 이미 지치고, 휴양지에서는 인파와 바가지상흔에 지쳐서 다녀오면 더 피곤한’ 남쪽의 휴가문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북녘의 동해바다 역시 남쪽처럼 한여름이면 사람들로 흥성거리지 않을까? 명사십리(明沙十里)로 유명한 원산이 가장 인기 있다고 하던데. 궁금하신 분들은 이번 노동절에 북녘 노동자에게 직접 물어보시길.
김진환 동국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reuni21@hanmail.net

[출처:매일노동뉴스 200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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