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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 "아니 내가 헛 것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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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2건 조회 6,772회 작성일 11-03-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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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연변은 북의 통곡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창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3년쯤 되어 가는 어느 날, 나는 문득 서울의 한복판에서 그때의 연변 이미지를 떠올렸다. 1999년 5월의 그 1주일, 내가 연변에서 보고 들었던 그 아비규환의 얘기들이 오늘날 서울의 대중매체들, 심지어 안방의 텔레비전에까지 여과 없이 반복된다. 1999년 당시의 북한은 북한 사람들 스스로도 ‘고난의 행군기’라 했던 때다. 1995년부터 시작된 3년 연속의 자연재해로 식량 사정은 그야말로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지만, 과연 그때만큼이나 어려울까?

얼마 전 연변에서 북한 전문가 한 사람이 왔다. 그에게 물었다. 북의 식량난이 지금 어느 정도인가? 그러자 짐작했던 대로의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에 와서 보고 놀랬다. 내가 그 동안 보고 들은 게 모두 헛소리였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북이 마치 무너질 것처럼 얘기들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식량은 남쪽의 부족분을 중국이 다 채워줬고, 산업생산력도 회복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의 엘리트들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에게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졌을 때 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을 텐데, 남쪽이 세게 몰아붙이면서 자기들끼리 살기 위해서라도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들은 몇 년만 버티면 북한이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동남아 등에 의존해, 남한과는 무관한 새롭고 강력한 북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가서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건가?”

열린 북한 방송
그의 얘기는 나의 연변행에 숙제를 더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북의 실상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몇 년 후 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얼마 전 1주일간 연변 조선족 자치주 내 연길, 도문, 훈춘 등 북중 접경지대를 돌며 그곳의 대북사업자, 건설업체 사장, 지방정부 간부 등을 두루 만났다.

1주일의 짧은 기간 목적했던 바를 다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확인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지난해 12월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간 나진항 개발 합의, 그리고 올해 4월 북측이 신의주 일대의 위화도와 황금평 지역과 나진선봉을 포괄하는 새로운 특구법을 발표할 가능성 등 새로운 북한의 탄생을 예고하는 흐름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북한 붕괴론이라는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 집단 최면을 이 정부의 몇몇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든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을 둘러싼 객관정세의 흐름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몽환에 빠져있는 동안 북한의 북부지역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성장의 흐름을 놓쳐버릴 경우 앞으로 몇 년 후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변에서 왔던 그 전문가는 “서울에 와서 보니 내가 지금까지 헛것을 보고 들은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는데, 연변에서 1주일을 보내고 서울에 오니 과연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지난 주말에도 한국의 텔레비전들은 소위 ‘북한의 실상’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국의 존재는 없다. 한국의 당국자들은 오늘도 탈북자단체들이 전하는 ‘북한의 실상’ 보도에 취해, 마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북한이 붕괴될 그 날만 손꼽아 헤아리고 있다.

남문희 <시사IN> 한반도 담당 대기자




이미 나는 그때 서울을 통해 북한을 제대로 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사회를 제대로 알려면 부분 부분의 표피적 정보 가지고는 안 된다. 적어도 그 사회를 움직이는 세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책정보가 있어야 한다. 과거 10년간은 이 정책정보의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만큼 북측과 다양한 접촉 채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북의 향방을 들여다볼 정책정보가 사라졌다. 그 대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별로 없는 ‘북한의 살상’류의 단편적 소식만이 범람한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 정부의 소위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런 소식들에 입각해 북을 판단하고 있다는 정황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는 점이다.



icon_arrow.gif남문희 <시사IN> 한반도 담당 대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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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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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님의 댓글

도깨비 작성일

헛것을 말하고 믿게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곳이 남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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