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조국 방문기 34. 협동농장 수입은 어떻게 분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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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 34
협동농장 수입은 어떻게 분배되는가?
만경대협동농장의 농가를 둘러본 후 넓은 벌판을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탁 트인 들판은 웬만큼 평지여서 논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일대는 대부분 채소를 가꾸는 남새농장이다. 저멀리 1 Km 쯤 너머에 보이는 지역은 만경대협동농장 경계를 벗어난 다른 협동농장이라고 한다. 만경대 협동농장은 남새농장으로 125 정보, 과수용으로 33정보, 그리고 논벼로 200 정보의 토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현 생활구현농장과 협동농장에 관한 여러가지 부문을 대화하며 알아보았다.
멀리 나무들이 보이는 곳까지가 만경대협동농장이고 그 너머는 다른 협동농장이다.
먼저, 북부조국 정부에서 이곳 협동농장을 위하여 어떤 부문을 지원해주는가를 알아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국가에서 28대의 대형 트랙터와 10대의 소형 트랙터를 무상으로 지원해준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기계만이 아니고 그 동력을 위한 기름도 무상으로 제공해준다고 한다. 거기다가 농장의 관리나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시멘트나 목재도 무상으로 지원을 받고, 또한 농사를 위해서 필수적인 비료도 무상으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비료는 어디서 오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흥남비료공장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북부조국의 농사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농으로 농사를 지을 때 들어가는 대부분의 농사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주는 것이다. 내가 개인농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크게 빚을 지면서 농사를 시작했고, 이후에도 트랙터와 트럭, 비료값과 기름값, 그리고 여러가지 농사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비용으로 농산물을 판매한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해야만 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경대협동농장에서 어떻게 수입이 분배되는가를 설명하는 김태현 생활구현농장
그렇다면 이곳 만경대협동농장은 생산하는 농작물에서 얼마만큼을 국가에 바치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저렇게 크다면 당연히 농사를 지어서 국가에 바치는 것도 많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에 대하여 김태현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남새는 15,000톤에서 16,000 톤 정도인데 주로 남새도매소를 통하여 예약제로 판매하게 되고, 광복거리 주민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남새를 판 대금은 모두 은행에 입금하게 되고 농장원들에게 현금으로 분배하게 된다고 하였다. 한데 남새나 과일을 판 대금은 따로 국가에 바치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곳에서 생산하는 알곡은 연간 2,700 톤이 되는데 그 가운데 700톤만 국가에 바친다고 했다. 나머지 2,000 톤은 농장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분배하게 된다. 농장원 개개인당 한해 한 번 식량으로 260Kg씩 분배하되 그 가족들에게도 한 사람당 필요한 만큼 분배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서 노동이 많은 사람에겐 350Kg으로, 갓난 아기에겐 50Kg으로 분배한다는 것이다. 농장원에게 1년 동안 분배되는 알곡 260Kg을 계산해보면 하루에 분배되는 알곡은 720 g으로 도시 근로자의 3배 정도 되는양이니 이것은 적은 양이 아니다. 한데 이렇게 분배하고도 남는 알곡은 농장원 1인당 1톤에서 2톤까지 수확량에 따라 남는 것을 분배한다고 한다. 내가 만경대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은 기와집에서 흰밥과 고깃국을 먹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이렇게 농장원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는 700톤의 알곡만 바친다고 하니 농민들은 나라로부터 너무도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북부조국 대부분의 농촌 또한 이곳 만경대보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니 나라에 바치는 부분이 더 적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자본주의식으로라면 도저히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라에서 협동농장에 기계와 기름과 비료들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에 교육과 의료 등 모든 사회복지제도를 제공하는데 비하면 나라에 바치는 것은 너무도 약소하지 않은가? 공장이나 기업체들이 국영으로 운영되므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주고 남는 수익이 국고로 들어가서 가능한 일이니 사회주의 제도의 장점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남새전문농장이라 일부 비닐하우스도 보인다.
식량이 모자라는 북부조국에서 농장에서 생산하는 작물에 대하여 나라가 많이 거둬들이지 않을수록 결국 그 생산물은 인민들에게 판매하게 되어 소비하게 되고 농장원들은 더 높은 수입을 올리게 되니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생산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식량이 부족한 문제를 북부조국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그것은 농민들로부터 더 많은 알곡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이렇게 농민들에게 농사비용도 지원해주고 수입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해서 생산을 장려하여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나라가 자본주의 방식으로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 수지맞는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충분히 지원해주어서 이렇게 농민을 잘 살 수 있도록 만들면서 또한 식량이 필요한 인민들에게 제대로 농산물이 공급되어지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이곳 협동농장의 분배방식을 보고 깨닫게 된다.
내가 북부조국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살펴본 평야나 산간지대의 논밭 어느 곳이나 황금빛 알곡과 짙푸른 남새로 아주 잘 경작되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만큼 나라에서 지원해주고, 스스로 열심히 일한 댓가를 농민들은 얻게 되는 사회인 것이다. 여기에 무슨 정권의 강제가 있을 수 있으랴? 권력의 탄압과 수탈과 착취는 있을 수 없다. 가격하락으로 농민들이 터무니없이 손해보는 일도 있을 수 없다. 이미 해방 이후 지주를 청산하면서 시행된 토지개혁의 정신과 협동농장의 정신은 이렇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농민을 위한 제도로 계승되고 발전되어지는 사회인 것이다. 참으로 새로운 사회이고 새로운 나라다.
농민들의 수입이 직장보다 낫다고 하니 북의 농촌은 농민이 행복하게 살만한 곳이 아닐까?
이런데도 아직도 북부조국의 도시는 잘 살고 농촌은 못 사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김태현 생활구현농장에게 내가 북에서는 대접을 받는다고 알려진 노동자들과 비교해서 농민들의 생활이 어떤가를 물어보니 “농장수입이 직장보다 낫다”라고 한마디로 말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알곡을 충분하게 분배받는 외에도 위에서 거론한 남새와 과일을 판 금액은 모두 은행에 넣었다가 현금으로 분배해주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곳 만경대협동농장은 남새전문 농장이지 않은가?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국가에서 온갖 지원을 받으며 생산한 남새를 판 돈이 모두 농장원에게 분배되는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북의 농민들은 도시의 인민들에 비해서 훨씬 힘들고 고생할 것이라고 북부조국의 농촌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지 않은가? 북부조국의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감안할 때 협동농장이 잘 진행된 북의 농촌은 그곳 농민들에게 세상 어느곳 보다 이상향에 가까운 곳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방문기 다음 호에서 농민들은 어떻게 각자의 책임을 맡아 협동농장에서 일하게 되는지 알아보게 됩니다.)
아래 링크는 저의 방문기 33회와 그 이전의 글들입니다.
http://www.hanseattle.com/main/bbs/board.php?bo_table=freeboard&wr_id=1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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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갯가용님의 댓글
갯가용 작성일
한국을 비롯한 다른 외국의 경우 직간접세가 있는 바
북한의 경우는 이러한 세금류를 어떻게 거두고 있는지
혹시 알아보셨는지요.
위 글을 통하여 협동농장의 경우 약 20% 정도의 수확량을
직접 국가에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개인농이거나
여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갯가용 님, 제가 89년 처음 북을 방문했을 때 유명한 청산리협동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도 수많은 트랙터들을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것을 듣고 놀랐습니다. 단체로 20여명이 함께 방문해서 자세한 사항을 그때는 물어볼 수 없었는데 이번엔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된 셈입니다. 한데 그때 들은 이야기 가운데 북부조국엔 세금이 없다는 획기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금이 없는 사회란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요.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국가에서 지금은 쌀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농민들이 스스로 국가에 바치는 정신은 제가 방문기 몇 회 전에 설명했던 해방직후의 애국미 정신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700 톤의 알곡을 바친다는 것이 의무적이고 다른 협동농장도 그렇게 적당한 양이 할당되는지를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농민들은 제도적으로 국가에 바치지 않도록 되어있다고 해도 스스로 나라에 바칠 만큼 애국심이 강합니다. 쌀을 국가에서 수매해서 거둬들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저렇게 일부를 바치고 나머지를 농민시장에서 보다 나은 가격으로 판매하여 농민 각자가 좀 더 나은 수입을 올리면서 또한 쌀이 더 필요한 사람들은 돈으로 구입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세금이 없는 사회의 정신은 지금도 북한에 그대로 유지되는 듯합니다. 팔고 사는데 세금을 붙인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인데 사회주의인 북에서 상거래에 국가가 개입하여 세금을 거두는 일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영상점이라면 매매가에 포함하면 될 일이니까요. 예로서 제가 책이나 씨디 등을 구입했는데 따로 세금이 없었습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에도 세금을 낸 기억은 없습니다.
그곳의 재정은 공장이나 기업에서 노동자의 몫으로 월급을 주고 그 이윤으로 나라 살림을 살아간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입니다. 노동자들도 월급으로 받는 돈에서 다시 세금을 뗀다거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료보험비라거나 은퇴보험 같은 비용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이나 기업가가 가져갈 몫을 북은 국영기업이니 국가가 재정으로 사용하게 되겠습니다.
갯가용님의 댓글
갯가용 작성일
국가가 기업가의 역할을 한다하니 그런대로 말이 될 수 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는듯 하군요.
애초부터 교육 취업 의료 등 의식주를 모두 국가에서 제공하려는 구조이니
세금을 별도로 거두는 시스템이 아닐 것이라 상상되긴 합니다.
그러니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 봅니다. 쉽게말해 온실에 있던 사람들인 셈이겠습니다.
황진우님의 댓글
황진우 작성일
세금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참 복잡합니다.
노동의 강도, 질, 시간-----그 밖에 생활비와 삶의 질도 함께 놓고 비교해야지요.
하지만 조선에서 무상으로 교육, 주택, 의료를 제공하는것만 따져봐도
자본주의 사회에선 인민들로부터 이중 삼중으로 착취를 한다고 봅니다.
정통성 없고 부도덕한 정부와 부도덕한 종교와 기업의 끝 없는 고리가 늘 인민을 우롱하죠.
그러므로 조선은 양심적이고 인민을 우선으로 하는 나라임엔 분명합니다.
고난의 시기엔, 조선이 외교를 잘 못 해서 인민이 배를 곯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아서 배를 곯는다는 얘기구요.
하지만 자본주의에 빌붙어서 사탕 하나 얻어먹다가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같은 나라가 수두룩한걸 보면 조선의 외교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자본주의사회같이 남을 짓밟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지구에서 얼마나 될까요?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황진우 님의 귀한 의견 감사합니다.
원래부터 주체를 귀중하게 여기고 내세웠던 북이었기에 제 2의 고난의 행군 시절을 자체적으로 잘 극복해서 이겨내었고, 지금 미국과 온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것이지요. 북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굴복한 수많은 나라들과 달리 이미 천하의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튼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