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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경협전략 부재 죽 쒀서 중국에 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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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2,951회 작성일 11-12-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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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bullet03.gif 박영률 기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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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북한 신의주의 국경수비대원들이 22일 오후 철봉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받은 충격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난 모습이다. 이날 단둥에서 북한으로 건너가는 물동량도 다시 늘어났지만, 시내 곳곳에선 언론 취재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등 여전히 단둥은 긴장 속에 있다. 단둥/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은 차려놓은 밥상을 차버렸어요. 죽 쒀서 중국 준 셈입니다.”

북한 신의주와 접한 중국 쪽 국경도시 랴오닝성 단둥에서 10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 한인 사업가는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전 정권 말기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쪽에서는 생필품을 남쪽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인 상당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이런 경향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 초반 그는 가족을 이끌고 단둥으로 왔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불기 시작한 훈풍 속에 처음 몇년 시행착오를 겪은 뒤 4~5년간은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북한에 봉제 임가공을 맡겨 수출하는 일이었는데 많은 해에는 겉옷만 70만장을 팔아 수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5·24 남북경협 제재 조처 이후 대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며 모든 것이 날아갔다.

단둥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2000년 이후 쌓아온 노하우를 날려버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또다른 대북 관련 사업가는 “10년 전 그렇게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열올려 강조하다 이제 와서 북에 대해 퍼주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는 통일부 사람들을 만나면 그래서 뭘 얻었느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한때 단둥의 한인 교민은 6000명, 대북교역 종사자도 수백명에 달했지만, 최근 2~3년 동안 어렵게 쌓은 노하우를 버리고 미얀마로 베트남으로 새 시장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남은 대북사업가는 수십명에 불과하고 교민 수도 3000명 남짓이다. 이 사업가는 “이제 남북관계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북이 중국이란 대안을 찾은 이상 예전의 조건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한 대기업 간부는 “한국은 국가전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아직 만주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기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인력을 파견한다. 중국과 미국도 세력 확장을 위해 골몰하는 동안 한국은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지금 상황을) 그동안 잃었던 남북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조문이라도 대규모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이 이제 현 정부와 문을 닫고 차기 정부와 이야기하는 기본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민간과 정치를 분리해 북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결국 중국이 주도하는 국면만 더 공고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단둥(랴오닝성)/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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