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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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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692회 작성일 11-04-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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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민심]
중산층조차 생활 힘들어 민생악화에 ‘차선’ 선택
‘미워도 한나라’였던 표도 “이번엔 대선주자 손학규”
한겨레 bullet03.gif 임인택 기자기자블로그 김기성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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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별 후보 지지도 & 연령별 후보 지지도
르포/ 분당의 변심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을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28일, 분당 불정사거리엔 펼침막 2장이 걸려 있었다.

“분당에서 보여주는 민심,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손학규 올림” “성원에 감사합니다.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한나라당 강재섭”

두 사람의 운명을 뒤바꾼 민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은 패인을 ‘민심이반’이라고 간명하게 설명한다. 손학규 대표에게 표를 찍었다는 유권자들을 만나 보니 분당민심의 저변엔 이 표현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김영희(가명·34·금곡동)씨는 투표율이 급증했다는 오후 1시께 유천화인아파트경로당 투표소를 찾아 ‘손학규 후보’를 찍었다. 민주당을 뽑은 건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다. 경북 상주 출신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고, 2008년 총선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4살배기를 키우는 전업주부 김씨는 “분당 살면 적어도 중산층은 된다 했는데, 물가는 오르고 집값 떨어지지, 기업 수익은 높다는데 월급은 똑같지, 의식주가 흔들렸다”며 “더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어 차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에 직장이 있는 남편(35)도 퇴근 뒤 저녁 7시30분 ‘손학규’를 찍었다.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분당의 30·40대에게 물가 불안과 집값 하락은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던 자신의 과거와 단절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한나라당이 그래도 우리편이라고 믿어온 50·60대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변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인순(63·여·분당구 수내3동)씨는 “지금까지 분당은 ‘한나라당이 지팡이만 꽂아도 새싹이 돋는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그동안 지팡이만 꽂아놓고 저 멀리 달아나는 모양만 보여줬다”며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그런 태도가 미워서 손학규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강재섭 후보를 찍었다는 이아무개(70·구미동)씨는 “솔직히 선거 결과에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15년 살아 잘 안다. 한나라당이 여기서 진다면 접시에 코 박고 죽어야 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잘못한 게 많으냐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미워도 한나라당’ 심리가 남아 있는 이들에겐 ‘손학규’라는 인물론이 먹혔다. 2004년부터 분당에 거주한다는 송아무개(41·구미동)씨는 “딴 사람만 나왔어도 한나라당 후보를 뽑았을 것”이라고 했다. 송씨는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희망의 여지를 살려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분당을에선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이탈이 뚜렷했다.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4·27 보궐선거 개표 결과 강재섭 후보는 분당을 8개 동 가운데 정자 1동에서만 손학규 후보를 앞섰다. 1만200표를 얻어 8075표를 얻은 손 후보를 2125표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임태희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김종우 후보가 대결한 2008년 총선에서 무려 8863표(임태희 1만2518표/김종우 3655표)를 더 몰아준 것에 견주면 4분의 1 수준으로 지지가 급감했다. 정자1동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밀집지역으로 흔히 ‘청자동’(분당의 청담동이라는 의미)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총선과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평균 70% 안팎의 몰표를 몰아줬던 나머지 분당동, 수내3동, 정자2·3동, 금곡1·2동, 구미동 등 7개 동에선 손 후보가 강 후보를 눌렀다. 최소 221표(금곡1동)에서 최대 1227표(정자2동)까지 손 후보에게 표를 더 줬다.

김영희씨는 “손 후보에게 투표하면서도 당선까지 되진 않을 거라고 봤다”면서도 분당의 변화된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투표하기 전 미술교실에 갔어요. 아이들 넣어놓고 엄마 5명이 얘길 했는데, 강재섭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가 한 명도 없었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분당/임인택 김기성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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