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선거판 흔들 ‘한국판 무브온’ 시동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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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5-03 18:34 조회 1,747 댓글 0본문
2012년 선거판 흔들 ‘한국판 무브온’ 시동 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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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행동’의 계절이 돌아왔다. 총선과 대선이 나란히 있는 2012년을 앞두고, 정치권 밖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흐름에 가속도가 붙는다. 2000년 낙천·낙선 운동,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풍,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정당보다 거리와 온라인에 익숙한 ‘행동파’ 시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우 문성근씨가 지난해 8월 처음 제안한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유쾌한 백만 민란 프로젝트’(민란)는 어느덧 회원 1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 총선 전까지 100만 회원을 모아 야권 단일 정당을 만들도록 압박하고, 총선과 대선 이후로도 시민정치운동 조직으로 활동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게 되겠나”라며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기존 정치권도 보는 눈이 달라졌다. 3월29일에는 비정당 시민정치운동을 표방하는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가 창립준비위원회를 띄웠다. 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가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시민의 정치운동을 매개하는 ‘네트워크와 플랫폼 제공’을 내걸었다. ‘민란’과 ‘내꿈’은 2012년을 앞두고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40~44쪽 대담 기사). 정치운동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의제 중심형 직접 행동도 등장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주도한 세금혁명당은 조세 구조 개혁과 ‘탈토건·친생활’ 세출을 기치로 내걸고, 정치권에 의제 수용을 압박하는 시민 직접 행동이다. ‘창당’ 20일 만에 회원이 4000명 모였다(44~45쪽 인터뷰 기사).
최근 떠오르는 시민정치운동의 구상은 온라인과 지역 풀뿌리 네트워크의 결합, 대선과 총선 등 ‘큰 판’에서의 의제 제시, 특정 정치인 지지를 넘어 정치 활동의 상설화 등을 특징으로 공유한다. 이른바 ‘무브온’ 모델이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무브온은 온라인과 풀뿌리 네트워크가 결합한 시민 정치 조직이다. 무브온이 거둔 성공을 본 미국 보수 유권자가 2008년 ‘티파티’라는 시민정치조직을 만들기도 했다(46~47쪽 기사). 한국 정치에서 시민 직접 행동의 역사는 짧은 편이 아니지만, ‘상설화된 시민 정치 조직’의 등장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전까지 행동파 시민에게 좀 더 익숙한 구조는 ‘팬클럽’이었다. 노사모 이후 정치인 팬클럽이 우후죽순 등장해, 웬만한 유력 정치인치고 팬클럽 하나 가지지 않은 경우는 드물 정도가 되었다. 팬클럽 정치는 카리스마적 정치인의 매력에 이끌린 다수 유권자를 불러낼 수 있지만, 해당 정치인의 부침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노사모는 여전히 12만 회원을 자랑하는 초거대 팬클럽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로는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운 시민 정치 조직은 이 같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바탕에 깔았다. ‘민란’ 문성근 대표는 저서 <문성근의 유쾌한 100만 민란>에서 “2002년 정권 창출 후 노사모는 팬클럽에 머물러 진화하지 못했다. 대통령을 뽑아놓고 그냥 방치했다. 국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약세이며 소수다. 우리 조직은 2012년 이후 시민정치운동 조직으로 존속할 것이다. 민주·진보 정부를 지켜내고 때로 견제하며 무브온 같은 형태로 지속하는 게 맞다”라고 썼다. 특정 인물 중심에 두지 않고 행동 문 대표는 <시사IN>과의 대담에서도 “이 일을 하면서 인물에 대한 생각은 도통 떠오를 새가 없다. 제대로 된 정치 구조를 만들면, 사람은 그 안에서 큰다”라고 말했다. 특정 인물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그 인물의 부침에 따라 시민 역시 체제 밖으로 밀려나는 팬클럽 정치의 악순환을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국 정치에서 거의 주기적으로 직접 행동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것은 정당정치가 근본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는 편이다. 한국 사회의 계층·이념·세대 균열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에 따라 갈라진 현재의 정당 구조 속에서는, 정당이 대변해주지 못하는 거대한 유권자층이 생기는 것은 필연이다. 이 ‘소외된 유권자’는 평소 정치에서 아예 퇴장해 있다가, 계기만 마련되면 폭발적인 직접 행동 에너지를 발휘하고, 그 분출구가 사라지면 다시 정치에서 퇴장하는 주기를 반복했다. 2000년 이후 직접 행동의 역사는 이 ‘주기성’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다. 직접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최장집 교수를 정점으로 하는,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학풍에서는 직접 행동을 ‘근본적으로 좌절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대변되지 못한 유권자의 몸부림’으로 보고 정당정치 강화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반면 정당정치가 지속적으로 ‘정당 밖 운동’의 자극을 받지 않으면 쪼그라들고 관료화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정당뿐만 아니라 노조·미디어·시민단체 등 근대 정치의 전형적인 ‘정치 매개 집단’이 동반 몰락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편으로 민주화를 체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대가 직접 행동의 물결을 주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평가도 있다. 이번 <시사IN> 대담에서, ‘민란’ 문성근 대표와 ‘내꿈’ 김기식 준비위원장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찰떡궁합을 보이면서도, ‘어떻게 정당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만은 미묘하게 의견이 갈렸다. 문 대표가 근본적으로, ‘정당에 쳐들어가서’ 당원이 되고 정당을 개혁하는 방식으로 ‘민란’을 고민한다면, 김 준비위원장은 끊임없이 정당을 밖에서 자극하는 직접 행동의 유효성에 더 무게를 둔다.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환멸과 거부 정서에 싫든 좋든 기댔던 지난 10여 년의 직접 행동 기획에 비하면, 2011년의 흐름은 ‘좋은 정당 만들기’라는 목표 의식이 한층 더 뚜렷하다. ‘결국, 정권을 잡는 것은 정당’이라는 본원적 합의가 시민사회에서도 얼추 이루어진 모습이다. 김기식 위원장의 표현대로 “이명박 정부를 겪은 시민이 ‘결국 먹고사는 것도 정치 문제구나’를 깨닫고” 나니 ‘정치’와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시민사회가 ‘특정 정치인’이 아닌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마침내 시민 직접 행동은 취약한 정당 구조라는 근본 문제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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