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재보선 야권단일화가 마무리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야권에서 참여당의 '당장의' 입지축소와 고립이다. 그 단적인 현상이 분당을 참여당 후보의 씁쓸한 사퇴다.
사실 이종웅후보의 사퇴기자회견에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참석해 덕담을 주고 받는 게 상례다. 그런데 이 상식이 깨졌다. 참여당과 유시민대표는 마치 패잔병처럼 울분을 삼키는 모양새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종웅 참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15%라면 충분히 손학규후보를 낙선시킬수 있는 파괴력이다. 이걸 그냥 허공에 날렸다. 그것도 상대인 손대표의 고마움의 표현도 없이.
정상적인 야권연대라면 민주당 손후보를 낙선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참여당 후보가 사퇴한다면 김해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사퇴하는 게 맞다. 이것이 정상적인 셈법이다. 왜냐면 선거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결론으로 나타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민주당의 야권대표성이 2/3이고 나머지 군소야당들이 합쳐서 1/3밖에 안된다 하더라도, 민주당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군소야당지지세력을 흡수해야 비로소 당선이 된다. 그 미미한(?) 군소야당지지자들을 포기한다면 민주당 후보는 낙선할수 밖에 없으므로 민주당의 야권비중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주 잘 알고 실천에 옮겼기에 집권할수 있었다.
결국 분당에서 참여당의 양보는 김해에서의 민주당의 양보와 연동되어 있다. 그런데 참여당 분당후보는 손학규 후보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사퇴하고 말았다. 참여당으로서는 생색은 커녕 굴욕적인 사퇴를 한 셈이고 이 장면은 무기력한 패잔병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장면이었다.
이같은 장면이 가능한 것은 김해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받은 유시민과 참여당의 치명타 때문이다. 일반 여론은 아랑곳 않고, 진보매체와 진보적 지식인 그룹사이에서 '준비된 (?)' 유시민과 참여당의 입지축소의지가 강렬히 작용한 것이었다.
사실 이번에 김해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시민단체들의 불공정심판행위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유시민과 참여당은 비호감이다. 보수세력뿐 아니라 진보세력과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비호감이다. 이 점은 사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유시민과 참여당의 급속한 입지축소는, 그들이 무시해도 좋을 만한 '작은 세력'이란 점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보면 비열한 현실이고 참담한 현실이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일 유시민과 참여당이 제1야당이라면, 아니 제2야당 정도만 되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굴욕적인 협상을 할수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민노당이 순천에서 민주당의 무공천에 힘입어 약진을 기대해 볼수 있는 반면 참여당은 이번 선거 어느 지역에서도 민주당으로부터 양보받은 지역이 없다. 아니 오히려 참여당을 골탕먹이는 각종 정치기술을 현란하게 등장시키는 민주당의 노련함만을 엿볼수 있을 뿐이다.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정당한 야권연대가 되려면 민주당은 김해에서 후보를 내선 안된다. 야권 맏형으로서 민주당은 분당에서 힘겨운 선거를 치뤄 그 역량을 전체 야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김해에서 참여당에 양보를 해야 했다.그래야 맏형에 걸맞는 감동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김해에서 후보를 냈다. 그리고 단일화 경선도 어느 지역에서도 하지 않은 희한한 방법으로 하자는 이상한 대세를 만들고, 이 불공정을 지적하는 참여당을 '병신'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이나 매체도 한 몫 거들었다.
거듭 지적하지만 내가 김해를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경선자체가 불공정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100%로 하든, 여론조사 50%, 현장경선 50%로 하든 대세는 조직력이 강력한 민주당 후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참여당이 100% 여론조사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게 마치 엄청난 불공정인것처럼 호도하는 대세주의는 유시민과 참여당에 대한 흠집내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불순한 공작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김해 야권후보 단일화과정에서의 이상한 도덕적 흠집으로 '작살난' 참여당과 유시민은 굴욕적인 분당(을)후보사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라면 참여당과 유시민의 정략의 미비, 홍보의 결핍, 총체적 전략의 실패라고 할수 있는 데, 이 역시 약자의 설움에 속하는 영역이다.
유시민과 참여당이 이번 야권연대 협상에서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은 없다. 유시민과 참여당에 대한 호불호 감정을 거세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바라보면 이 점은 명확하다. 그런데 이런 정당함이 현실정치에선 통하지 않는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없는 놈이 정당한 소리만 골라서 하니 맞아죽어도 싸다는 강자의 정서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이기 때문이다.
이 강자의 정서를 극복하고자 김대중, 노무현 등이 노력했고 그 과실이 정권수립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그 부당한 강자의 질서는 그들을 정치현실뿐 아니라 아니라 이승에서마저 밀어내버렸고, 이제는 그들이 떠난 야권에서, 민주당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것은 올바른 정서와 질서가 아니다.
불임정당 민주당은 불행한 정당이다. 그러나 그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지고 처참하게 되는 것은, 야권의 촉망받는 대선주자인 유시민과 그의 참여당을 비열하게 짓밟아 경쟁대열에서 낙오시키려는 정략적 승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정략의 승리로 민주당이 득을 보기는 커녕 오히려 여당후보와 역대 가장 많은 표차로 대선에서 패배할수 밖에 없었던 지난 대선을 생각해야 한다. 최후의 심판자인 유권자들이 야권 맏형인 민주당의 행태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작다고 자존감없는 정당이 아니라'는 유시민의 말은, 사실 유권자들이 기득권정당을 바라보고 있는 그 지점의 관점과 동일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