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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인상,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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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3-18 22:09 조회 1,6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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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벌써 기름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유가 인상은 지금부터’라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심지어 200% 유가 인상을 예측하는 이도 있다. 이로 인한 한국의 금융 위기도 염려된다.


3월10일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국정 운영 방향의 대전환이다.

2012년 권력 재편기를 눈앞에 둔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경제성장률을 올리려는 계획이었다. 그래야 당초 공약한 ‘747’의 7%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 재창출의 당위성을 어느 정도 지탱할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더욱이 경제성장으로 세수를 늘려야 ‘부자 감세’로 악화된 재정 상태도 개선할 수 있을 터. 이에 반해 물가 안정이 의미하는 것은 금리 인상 및 재정 지출 삭감이다. 실제로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마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Reuter=Newsis
리비아 정부군의 폭격으로 반정부군이 장악한 라스 라누프의 원유 시설이 불타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유가 상승 조짐


물론 할 수 있다면 국내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윽박질러서라도 금리 인상 없이 물가를 ‘안정’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물가 안정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결정적 요인이 ‘외부’에 존재한다. 대통령의 발언대로 ‘비욘드 컨트롤(beyond control)’, 즉 한국 정부로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원유가가 큰 폭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고작 “기름을 적게 쓰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거대한 이 흐름은 ‘아랍권 민주화’이다. 2월 하순, 리비아 내전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유가 인상의 결정적 요인으로 등장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유가가 3월부터 오를 것이며 그 폭도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래 석유는 가격의 오르내림이 매우 큰 종목이다. 2007~2008년에도 그랬다. 서부텍사스유(WTI:국제 원유가를 결정하는 ‘기준 원유’ 중 하나)의 경우, 2007년 7월 초 배럴(약 159ℓ)당 74달러에서 1년 뒤에는 145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석유 가격 급등은 수급 불균형과 투기 세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유가는 세계 금융위기로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2009년 2월에는 배럴당 34달러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서부텍사스유는 다시 올라 2009~2010년에는 배럴당 70~9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급등할 계기를 만나게 된다. 바로 아랍세계의 민주화 혁명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혁명이 진행된 1월에서 2월 중순 사이에는 유가가 그나마 보합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리비아 시위가 내전으로 격화된 2월 중순 이후 유가는 인상 추세를 확고히 한다. 카다피에게 퇴진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원유 생산기지를 둘러싼 정부군과 혁명군의 전투가 개시되면서, 서부텍사스유의 경우 2008년 9월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다.

그런데 왜 하필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상승세가 굳어진 것인가. 리비아의 석유 공급량이 내전을 거치며 하루 160만 배럴에서 70만 배럴(3월 초)로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원유 총생산량(2010년 기준으로 하루 8700만 배럴)을 감안하면, 리비아가 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아니다. 더욱이 하루 84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수출량을 더 늘리면서까지 국제 원유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서방의 석유시장 관계자들이 리비아 내전을 계기로 아랍에서 혁명이 도미노처럼 번지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혁명의 자장권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 집적지인 동부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레인의 동향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세계적 투자회사 ‘상품중개 서비스(Commodity Broking Services)’의 조너선 버렛 CEO는 2월2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유가 급등은 소요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져나갈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조건반사적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외 분석가들은 아랍의 체제 변동으로 인한 유가 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을까. 지난 2월 말, 리비아의 국영 석유공사 사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현 사태가 계속되면 다음달(3월) 석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에 달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30% 인상을 예상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 전문지 <석유와 에너지 투자>의 에디터 켄트 무어는 연말까지 ‘50% 인상’을 예측한다.

미국의 투자 전문지 <머니모닝>의 애널리스트 마틴 허친슨은 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는다. 아랍 전체로 체제 변동이 확산되고, 현재의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반서방 급진주의 세력이 정권을 장악할 경우 유가인상 폭이 200%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친슨의 ‘계산 과정’은 대략 이렇다. 우선 그는 원유 산지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반서방 급진주의 정부의 헤게모니에 들어가는 경우, 현재 수준의 절반에 이르는 수출량 감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1979년 이란 혁명을 거치며 이 나라의 석유 수출량이 하루 6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줄어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상상은 아니다. 이를 현재 아랍·북아프리카의 원유 공급량에 적용하면, 이 지역 원유 수출은 하루 990만 배럴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세계 총공급량(2010년 현재 하루 8700만 배럴)의 11%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렇다면 석유 유통량이 11% 줄어들 때 가격은 얼마나 오를까. 석유는 가격 탄력성이 작은(가격이 대폭 인상되어도 수요를 크게 줄이기는 힘든) 제품이다. 2007~2008년 국제 원유 가격이 70% 인상되었을 때도 미국의 석유 소비량 감소폭은 4%에 불과했던 사례가 있다. 그래서 허친슨은 석유 유통량이 11% 감소하는 경우 원유 가격 인상률은 200%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한다. 3월 중순 현재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약간 웃돌고 있다. 200% 인상률을 반영하면 유가는 300달러까지 치솟는다. 이 원유가가 곧바로 소비자 가격(주유소)에 적용되면, 미국의 경우 갤런(약 3.79ℓ)당 3달러는 9달러로 급등하게 된다. 이는 물론 중동에 대한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나온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AP Photo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유가는 3월9일 배럴당 105달러를 웃돌았다.
한국 ‘금융시장 패닉’ 올 수도

이 같은 유가 급등은 세계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국인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총수입 중 원유의 비중은 무려 20% 내외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달러 폭락 등으로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한국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인상과 더불어 달러 폭락(원화 절상)에 따른 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상해서 자국의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경우 한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 자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가 ‘금융시장 패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처방은 물론 국내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는 가계 및 건설 부문의 부채를 자극해서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비욘드 컨트롤, 즉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거대한 위기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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