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비리가 예고된 참사인 이유 > 정치-경제

은진수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다이아몬드 등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이유그룹 사건 때 불법 정치자금 매개자로 지목되었던 은씨의 친형도 이번에 함께 걸려들었다.


이명박(MB) 정부 핵심부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감사 무마 청탁 로비와 함께 수억원대 금품과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선물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진수 감사위원은 2007년 대선 당시 MB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으면서 ‘BBK 사건 대책팀’을 꾸려 검찰 수사를 방어한 최측근 핵심 인물이다. 집권 후 MB는 보은 차원에서 그를 감사원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냈다. 감사원 내 실세로 통하던 그는 지난해 시민단체가 낸 ‘4대강 시민감사 청구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하지만 사건을 깔고 앉아 차일피일 감사를 미루는 방법으로 MB 정권의 충복 노릇을 철저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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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근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은진수 감사위원이 낸 사표를 득달같이 수리하면서 민정수석실에 찾아가 자기 주변 인물의 잡음을 사전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이런 사고를 미처 예상하지 못할 만큼 은씨의 자질을 높이 샀던 것일까.

은씨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번 비리 사건은 예견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은씨가 거쳐온 일련의 과정에 다단계 업체 제이유그룹 사기사건, BBK사건,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감사 저지 로비사건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은씨는 2006년 말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불리던 제이유그룹 사건에 연루됐다. 다단계 업체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의 친형이 제이유 주 회장 아래서 사업자 수천명을 이끈 상임위원이었는데, 2004년 총선 당시 은진수씨가 한나라당 서울 강서을 후보로 출마하면서 형을 통해 제이유 주 회장이 건넨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구속된 주수도씨는 검찰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며 “은진수씨의 친형을 통해 선거자금 2억원을 건넸다”라고 주장했다. 증인과 자료도 제시했다. 그러나 은진수씨는 “형에게 정치자금을 전달받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례적으로 은진수씨를 입건 유예로 처리했다. 당사자들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은씨 측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김기동·최재경 검사였다.

비리와 의리로 뭉친 은진수씨 형제

우연이었을까. 제이유 정·관계 로비 수사를 맡았던 김기동·최재경 검사는 몇 달 뒤 이명박 후보의 BBK 수사를 맡게 된다. 은씨는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자마자 이명박 후보 법률지원단장으로서 BBK 사건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최선봉에 섰다. 수사 결과 BBK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 처리됐다.

제이유 정관계 로비 사건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간 은씨는 그 뒤 BBK 사건을 방어한 공로로 화려하게 컴백해 감사원 감사위원을 맡았다가 끝내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드러난 비리로 덜미가 잡혔다. 이번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제이유사건 때 불법 정치자금 매개자로 지목된 그의 친형도 함께 걸려들었다. 은진수씨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윤 아무개씨에 청탁해 자기 친형을 제주도의 한 호텔 카지노 감사로 앉히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과 원칙을 벗어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챙겨주기’식 인사가 부른 필연적 화(禍)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은진수 감사위원 말고도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곳곳에 이처럼 자질과 무관한 MB의 낙하산 보은 인사가 넘쳐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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