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가 튀니 독재국가들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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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2-08 23:43 조회 1,687 댓글 0본문
튀니지가 ‘재스민 혁명’으로 철권통치 원흉을 몰아냈다. 그 여파로 독재에 시달리는 예멘·이집트·알제리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번지고 있다. 과연 아프리카에도 ‘민주화의 봄’이 올까.
북아프리카의 ‘조용한 나라’ 튀니지에 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민중 봉기 열흘 남짓 만에 23년 독재자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가히 ‘재스민 혁명(재스민은 튀니지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거사이다.
시민혁명의 발단은 부아지지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 노점상의 분신이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무허가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리던 부아지지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끝에 지난 1월4일 결국 목숨을 잃었다. 충격적인 분신 소식은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튀니지 전역에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높은 물가와 대량 실업에 신음하던 튀니지 국민들은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다.
독재정권이 실탄까지 사용하며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시위 기세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 노회한 벤 알리 대통령은 강경 진압의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을 해임하고 차기 대선 불출마, 조기 총선, 일자리 창출 같은 유화책을 내놓으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위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5000명 시위대가 대통령궁으로 향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독재자 일가는 결국 1월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도피하기에 이르렀다.
알제리에서는 분신자살자도 속출
23년 철권 통치의 원흉이 사라진 튀니지에는 바야흐로 ‘정치의 봄’이 찾아왔다. 해외 망명 중이던 야권 인사들이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고, 정치권은 대선·총선 일정 조율에 한창이다.
설마 했던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성공으로 귀결되면서 주변 독재 국가들에서도 변화 조짐이 완연하다. 살레 대통령이 3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예멘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연일 독재 타도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29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이집트에서도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지지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왕정국가인 요르단과 연정이 무너진 레바논, 남북 분리를 앞둔 수단 등지에서 이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 분신자살이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촉발한 데서 영향을 받은 듯, 알제리와 이집트·모리타니 등지에서는 모방성 분신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튀니지와 이웃한 알제리에서는 지난 일주일 새 정부에 항의하는 분신자살 기도가 4건이나 발생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제리는 연초 튀니지와 비슷한 시기에 높은 물가와 실업률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기도 해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재현될 가장 유력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엇갈린다. 서방국가들은 튀니지 국민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튀니지 사태를 계기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민주주의 바람이 불기를 내심 바라는 듯하다. 반면 1인 장기집권 체제가 대부분인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혹여 자기 나라로 불똥이 튈까 조심하며 분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분위기다.
42년째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카다피 원수가 축출된 벤 알리 대통령을 두둔하며 튀니지 사태에 안타까움을 공공연히 표현한 일, 이집트의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이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아랍권 개혁 촉구와 관련해 ‘아랍 문제에 서방이 개입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예가 이런 심정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또 이번 튀니지 사태가 대량 실업과 물가 폭등 같은 기본 생계를 흔드는 문제에서 촉발된 데 주목하고 물가를 낮추거나, 세금을 줄이는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화 도미노’는 어려울 듯
이제 관심은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민주화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의 동유럽 상황을 예상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지만 다소 섣부른 예측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산유 부국들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충분한 부를 제공하며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같은 걸프 산유국들에서는 반정부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고, 야당의 존재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풍족하지 않은 독재국가들의 경우 거의 사병화하다시피 한 엄청난 수의 군과 경찰을 앞세워 무자비한 철권통치로 반정부 세력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주요 반정부 인사나 인권운동가, 학생 리더, 종교지도자 등에 대해서는 도청과 미행·투옥·협박 등의 방법으로 족쇄를 채우고 평화적인 시위 집회도 사전에 차단하거나 무자비하게 탄압한다. 2009년 중반 이란에서 대선 부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유력 야권 대선 후보들이 주도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몇 달 동안이나 지속했지만, 결국 정부의 초강경 진압에 밀려 좌절된 적이 있다.
하지만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상당수 국가가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고, 하나같이 부정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언제든 시민혁명이 불거질 도화선이다. 또 알자지라로 대표되는 위성방송 시청의 확산과,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시위가 빠르게 알려지고 조직되며, 확산되는 상황도 시민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튀니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된 데는 부아지지의 분신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튀니지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간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튀니지 사례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시민들의 자생적인 시위를 통해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어떤 강고한 독재체제든 집권층의 부정부패가 인내 수위를 넘어서거나 특히 민생 경제가 파탄에 이르면 날로 발달하는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의 위력을 통해 시민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한마음으로 뭉쳐 행동에 나서면 독재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아랍 민중에게 크나큰 소득이다.
출처: 시사인
북아프리카의 ‘조용한 나라’ 튀니지에 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민중 봉기 열흘 남짓 만에 23년 독재자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가히 ‘재스민 혁명(재스민은 튀니지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거사이다.
시민혁명의 발단은 부아지지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 노점상의 분신이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무허가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리던 부아지지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끝에 지난 1월4일 결국 목숨을 잃었다. 충격적인 분신 소식은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튀니지 전역에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높은 물가와 대량 실업에 신음하던 튀니지 국민들은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다.
ⓒAP Photo 튀니지 국민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친 벤 알리 대통령의 얼굴이 찍힌 벽화를 찢어내고 있다. |
알제리에서는 분신자살자도 속출
23년 철권 통치의 원흉이 사라진 튀니지에는 바야흐로 ‘정치의 봄’이 찾아왔다. 해외 망명 중이던 야권 인사들이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고, 정치권은 대선·총선 일정 조율에 한창이다.
설마 했던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성공으로 귀결되면서 주변 독재 국가들에서도 변화 조짐이 완연하다. 살레 대통령이 3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예멘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연일 독재 타도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29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이집트에서도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지지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왕정국가인 요르단과 연정이 무너진 레바논, 남북 분리를 앞둔 수단 등지에서 이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 분신자살이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촉발한 데서 영향을 받은 듯, 알제리와 이집트·모리타니 등지에서는 모방성 분신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튀니지와 이웃한 알제리에서는 지난 일주일 새 정부에 항의하는 분신자살 기도가 4건이나 발생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제리는 연초 튀니지와 비슷한 시기에 높은 물가와 실업률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기도 해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재현될 가장 유력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엇갈린다. 서방국가들은 튀니지 국민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튀니지 사태를 계기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민주주의 바람이 불기를 내심 바라는 듯하다. 반면 1인 장기집권 체제가 대부분인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혹여 자기 나라로 불똥이 튈까 조심하며 분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분위기다.
42년째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카다피 원수가 축출된 벤 알리 대통령을 두둔하며 튀니지 사태에 안타까움을 공공연히 표현한 일, 이집트의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이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아랍권 개혁 촉구와 관련해 ‘아랍 문제에 서방이 개입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예가 이런 심정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또 이번 튀니지 사태가 대량 실업과 물가 폭등 같은 기본 생계를 흔드는 문제에서 촉발된 데 주목하고 물가를 낮추거나, 세금을 줄이는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화 도미노’는 어려울 듯
이제 관심은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민주화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의 동유럽 상황을 예상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지만 다소 섣부른 예측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산유 부국들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충분한 부를 제공하며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같은 걸프 산유국들에서는 반정부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고, 야당의 존재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EPA 분신한 부아지지를 찾아가 사태를 수습해보려 했던 벤 알리 대통령(왼쪽). 그러나 결국 그는 시민혁명으로 축출당했다. |
하지만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상당수 국가가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고, 하나같이 부정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언제든 시민혁명이 불거질 도화선이다. 또 알자지라로 대표되는 위성방송 시청의 확산과,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시위가 빠르게 알려지고 조직되며, 확산되는 상황도 시민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튀니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된 데는 부아지지의 분신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튀니지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간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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