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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나비 효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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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796회 작성일 11-02-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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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서 촉발한 민주화 운동이 북한에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사회가 서고 정보화 물결이 넘치지 않는 한 북한 정권은 무너지지 않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나비 효과’라는 것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의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정부 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한 튀니지의 한 행상이 이 나비 효과의 진원지다. 그의 희생은 튀니지에 ‘재스민 혁명’을 가져왔고, 이는 이집트·예멘·요르단 등의 민주화 시민운동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리의 관심사는 이 같은 나비 효과가 북한에도 미묘한 파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북한이 아무리 서슬 퍼런 공포정치 국가라 해도 튀니지의 벤 알리, 그리고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처럼 김정일 정권도 ‘한 방에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그 답이 나올 것 같다. 우선 시민사회와 저항의 역사성에서 이집트와 북한은 큰 차이가 있다. 1952년 나세르와 자유청년장교단이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이집트 군사정권은 강권 정치로 일관해왔다. 그런데도 이집트 시민사회의 저항은 계속되어왔다. ‘무슬림형제단’이 대표 사례다.

1928년 하산 알반나에 의해 세워진 무슬림형제단은 나세르 정부·사다트 정부 그리고 무바라크 정부의 매몰찬 탄압에 굴하지 않고 도도히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특히 2005년 총선에서는 소속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88석을 확보함으로써 전체 의석수의 20%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기득권을 대표하는 와프드당(黨) 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카이로 대학, 아메리칸 대학 중심의 자유분방한 청년 세력들이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확장시켜왔다. 2005년 ‘무바라크 정권은 이제 그만’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개되었던 ‘키파야 운동’ 역시 원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저항하여 시작되었지만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반(反)무바라크 정치개혁 운동으로 발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실패했지만 나세리스트, 이슬람 세력, 자유주의 진영, 그리고 좌파 세력을 아우르는 정치연합 형성에 성공했으며 이번 시민혁명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 만연 중인 빈곤·실업·부정부패 등이 이집트 시민사회의 연대를 가능케 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집트는 열린 사회이며 소셜 미디어로 촘촘히 엮인 연계망 사회이다. 현지인 누구나 CNN·BBC·알지지라·알아라비야 따위 서방과 아랍 텔레비전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게다가 2011년 현재 이집트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20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구의 6%가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시민혁명이 성공한 것도 바로 이 소셜 미디어의 힘 덕분이었다.

정보 민주화, 엘리트 집단 응집력 등에서 이집트와는 큰 차이

엘리트 집단의 응집력도 다르다. 무바라크 정권은 집권당인 국민당, 군부 그리고 부유층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분노한 시민들이 국민당 당사를 습격·방화하자 집권당은 이내 무기력해졌고 무바라크 가문과의 정경 유착을 통해 축재한 기업인들은 카이로를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더구나 군부 역시 무바라크 정권의 맹목적 옹위보다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시위 초기 오바마 행정부의 즉각 사임 압력은 무바라크의 몰락을 가져오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무바라크로서는 매년 13억 달러를 원조해주는 미국의 압력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어떤가? 불행히도 거기에는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저항과 반대의 역사는 더더욱 없다. 조선노동당·국가 그리고 군 이외에 어떤 자생적 사회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휴대전화 사용인구가 3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뿐이다. 장터가 주민들 정보 교환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지만 소셜 미디어의 힘에 견줄 수는 없다. 이집트에 비해 북한 엘리트 집단의 내적 응집력도 견고해 보인다. 군부·당·내각 모두 김정일 체제의 옹위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외부 세력도 없다.

여기서 우리의 과제는 분명해진다. 북한에 시민사회가 서고 정보화 물결이 넘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북의 개혁·개방은 필수이다. 이는 고립·봉쇄·제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 그리고 평화 공존의 무드가 조성될 때 가능함을 유념해야 한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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