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추 대책' 묵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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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추 대책’ 묵살했었다
전국농민회, 지난해 말 요구… “상추 등 값 폭등 4대강 영향”
(미디어오늘 / 김종화 / 2010-10-01)
아울러 4대강 사업으로 해당 유역의 채소 재배 농지가 줄어들고 있어 상관관계가 큰 채소의 가격 폭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배추 10㎏은 상품 도매가 기준으로 2만 4408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50%가 넘는 폭등이다. 같은 날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주요 농산물 소비자가격 동향에 따르면, 배추 1포기의 전국 평균가는 1만 2410원이다. 지난달 대비 199%가 올랐다.
이에 대해 강원도 홍천에서 배추 유통업을 하고 있는 구아무개(52)씨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배추 값이 높은 것은 결국 기온 탓”이라며 “올해는 비가 많이 오고 날이 뜨거워 배추가 밭에서 썩어 수확이 적다. 농민들이 심은 것의 3분의 1 정도밖에 수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씨가 지금 실어 나르고 있는 배추는 지난 7월 강원도 고랭지에서 심은 배추다. 산지에서 배추 한 포기는 1,500원 선이나, 배추밭에 물도 주고 관리하기까지 돈이 들어 4,000원 정도가 된다고 구씨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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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값이 치솟아 김장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배추 1포기가 1만 1천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간유통업자인 구씨가 배추를 뽑아서 실어다 파는데 1,500원 정도가 더 들어 배추 1포기당 가격은 5,500원이 된다. 구씨는 지난달 30일 배추 세 포기가 든 한 망을 도매가로 넘기면서 2만 1000원을 받았으니 한 포기당 7000원씩 받아 1500원씩을 남긴 셈이다. 여기서 더 오르는 가격은 그 이후 단계의 유통 상인이 챙기는 마진이다.
직접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일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마을의 임병도(65) 씨는 “7월에 심은 여름 배추는 많은 비와 뜨거운 날씨 탓에 다 녹아내려 농사를 망쳤고 8월 중순쯤 심은 가을 배추도 비와 뜨거운 날씨로 모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작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나마 뿌리를 내린 배추들은 배추농사가 잘 안 되는 8월 말이나 9월 초순에 심은 것들”이라며 허탈해했다.
정부 입장도 마찬가지다. 국토부와 농림부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어 “배추와 무의 경우 주산지가 강원도 평창, 정선, 인제 등으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며 “여름철 폭염과 8월 하순~9월 상순 잦은 강우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채솟값이 폭등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사라지고 있는 농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유역인 낙동강의 삼락둔치에서 재배하고 있는 배추와 상추는 부산시 공급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영산강 둔치는 전국 미나리 생산량의 60%에 달하는 5600t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채소 재배농지가 사라져 배추 값뿐만 아니라 여러 채소의 가격 폭등을 부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배추를 포함한 채소의 가격 폭등은 이상기후 탓이 크지만, 벌써 반년 여 전에 이를 지적할 때는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4대강 사업과 연관이 없음을 말하기 위해 이제야 이상기후를 거론하는 정부의 자세가 과연 바른 것인지, 그리고 수입물량 확대라는 대책이 적절한 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곽길자 정책국장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동해와 습해 등이 닥쳐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곽 국장은 “그때는 그럴 일 없다던 정부가 4대강 사업 연관론이 나오자 이제야 이상기후를 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곽 국장은 “지금 배추만 얘기해서 그렇지 상추 한 박스와 쌀 한 가마니 가격이 같다고 할 정도로 다른 채소들의 가격도 폭등했다”며 “4대강 사업과 채소 값 폭등이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수입물량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김치 수입량은 1억t을 돌파해 모두 5714만 4053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90만 8달러(9811만 8873t)보다 23.1%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일 김장용 채소류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무·배추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또 이달 중에 중국산 배추 100t과 무 50t을 우선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단체는 유통명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유통명령제는 통상 농수산물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특정 농수산물의 도매가격 최저가와 최고액을 정하는 조치다. 이번 배추 값 폭등의 경우에도 정부가 이 제도를 동원해 중간유통업자가 과다하게 취하는 마진을 줄이고 수입상의 폭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 국장은 “정부는 근시안적으로 수입을 늘릴 것이 아니라 유통에 개입해야 한다”며 “배추가 비싸니 덜 먹자거나 다른 걸 먹자가 아닌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면서 종합적인 농산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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