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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돋는’ 김윤옥 고급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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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878회 작성일 11-01-0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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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이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만든다니, 비웃음만 나온다. 그럴 돈이 있으면 마을 도서관에 한국어 책을 기증하는 게 더 국위를 선양하는 일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몇 개월간 내가 이 지면에 글을 쓴 곳은 한국이 아니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현장 경험에 충실한 글보다는 검색과 사색의 조합으로 만든 글이 더 많았으니, 외국에 있다고 해서 아주 괴상하고 착오적인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아닌 곳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 삶의 실감이 결여된 상태로 말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지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인 듯하다.(권용선씨는 ‘까칠거칠’ 연재를 이번 호로 끝맺는다. -편집자)

어쨌든 최근 들어 내가 있는 곳의 뉴스나 신문 매체에서도 거의 매일 ‘고국의 소식’을 알려주는 통에, 참 여러 가지로 마음이 심란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실 국내 뉴스랄 게 별로 없는 나라다. 일기예보나 교통 상황이 뉴스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12월 들어서는 공화당이 밀어붙인 부자 감세와 크리스마스 관련 소식만 지겹게 나온다. 그래서인지 ‘남한’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보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인다. 물론 이곳 언론들은 연평도 사건 이후에도 ‘북괴’를 일방적으로 성토하지 않으며,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양비론으로 물타기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최근 나라 바깥에서 ‘국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런 마당에 ‘김윤옥 고급 한식당’ 얘기를 들으니, 피식하고 냉소가 안 나올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러라고 내는 세금이 아닌데’ 말이다. 도시에 환경미화 할 돈은 있어도 아이들 의무급식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버티는 자가 서울시장으로 있고, 바로 그 도시에는 장래 희망이 ‘수급자’라고 말하는 어린이도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어떤 권력자들의 눈엔 세금을 털어서 맨해튼 한인타운에 고급 한식당을 만드는 게 말할 수 없이 중차대한 일인 것이다. 참 딱하다.

음식 문화도 문화의 일부라 음식으로 국위선양해보겠다는 데 말릴 이유는 없다. 사재를 털어서 뜻을 모으면 응원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부인이 개입된 일이고, 세금을 쓰는 일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기는 하지만, 미국 동부에 있는 거대한 한인 체인마트 중 하나는 전직 대통령 부인이 실질적인 오너라는 얘기도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데자뷔 돋는다’고 하는 것 아닌가.

다운타운의 ‘카페 단테’가 문전성시인 까닭

미국, 특히 뉴욕에는 전 세계 온갖 인종이 모여서 복닥거리고 산다. 당연히 온갖 나라 음식점들이 도시 전체에 즐비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이라면 어떤 식당에 가고 싶겠는가. 한 끼 때우는 게 아니라 음식으로 문화적 체험을 한다고 했을 때 말이다. 평소에 관심 있고 궁금한 나라, 문화·예술적 전통이 깊고 각 분야의 고수들을 많이 배출한 나라의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다운타운에 있는 ‘카페 단테’가 언제나 문전성시인 것은 비싸거나 고급스러워서도, 커피 맛이 각별해서도 아니다. 거기에는 단테라는 문화적 기호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게다가 지금 맨해튼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한식당이 있고, 그것으로 생계를 삼는 교포도 적지 않다. 불고기나 김치를 먹으러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들도 생각보다 많고. 정부가 그렇게도 세금으로 뭔가 국위를 선양하고 싶다면, 차라리 외국에 있는 작은 마을 도서관들에 한국어 문학 도서들을 기증하는 건 어떨까? 타운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사는 작고 가난한 타운의 경우, 한국어로 된 책이라곤 이광수의 <사랑> 말고는 내용이나 상태가 모두 허름한 10여 종이 군색하게 있을 뿐이다.

권용선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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