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과연 누가 '루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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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세계를 긴장시켰던 남북간 일촉즉발 위기가 아무런 군사적 충돌 없이 끝났다. 더없이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여당은 북한의 반격 위협과 중국·러시아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사격훈련을 강행한 것을 '큰 성공'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사격훈련 강행을 통해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의도를 꺾는 데 성공했다는 것. "역시 북한에겐 세게 나가야 한다"는 만족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쪽의 일방적 승리일까.
당초 강력한 군사대응을 예고했던 북한은 이날 아무런 특이동향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평양에 불러들인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CNN을 통해 세계에 '깜짝 평화' 메시지를 보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1만2천개의 핵연료봉을 해외반출하며 남북간 군사 핫라인을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이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6자회담 대표 긴급회동 제안에 대해 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심내용들이다.
북한의 메시지가 나오자, 개장초 심하게 흔들리던 금융시장이 곧바로 진정됐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오히려 순매수를 하면서 급등하던 환율은 도리어 떨어졌고 주가도 6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외국인이 이렇듯 안도한 것은 북한이 남한과의 대결이 아닌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북한은 전세계의 시선을 한반도로 끌어모은 상태여서, 나름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가 16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한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번에 또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한반도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그것이다. 연평도 사태 직후만 해도 북한을 지지하는 국가는 중국뿐이었다. 러시아는 사실상 한국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던 것이 우리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 빌미가 돼 러시아가 다시 북한쪽으로 돌아섰다. 러시아와 중국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유엔 안보리까지 소집, 우리측에게 훈련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충돌사태가 발생하면 우리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듯한 기세였다. 한국과 중·러 관계는 최악으로 악화됐다.
이렇듯 20일 연평도 사격훈련은 국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상처입은 안보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에는 기여했을지 모르나, 외교적으론 적잖은 것을 잃은 양상이다. 물론 "영토방위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것으로, 누구도 여기에는 개의(介意)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 주장처럼 외교적으로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결코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정상회담에서는 1년만에 '군사 문제'가 의제로 오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미국이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한 것에 강력 반발해 1년동안 미국과 군사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았고, 미국의 군사안보적 협조 요청도 철저히 묵살해 미국을 몸살나게 해왔다.
그러던 양국이 내년 1월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문제, 그 중에서도 특히 한반도 문제를 집중논의하기로 하고 차관급 실무진이 1월초 상호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북핵 포기와 북·미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절차로 6자회담 재개와 북·미 직접대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신들의 지배적 전망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오바마의 염원인 미국 국채를 수천억달러어치 사들일 것이란 전망도 나돌고 있다.
이렇게 미·중·북 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면 한국은 자칫 '왕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왕따에 감정적으로 반발했다간 중국의 '경제 보복'도, 그리고 미국의 '변심'도 예상할 수 있다.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정면대립할 때도 카트라이트 미합참 부의장 등 미국 일각에서는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으르렁대던 주변 강국들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들이다.
북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북한이 남북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연평도 사격훈련후 북한의 기습적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금 가장 우려하는 곳이 오는 21일 오후 성탄트리 점등식을 강행한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이다. 애기봉 점등식은 연평도 사태에 따른 심리 보복전의 일환으로 7년만에 재개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김문수 경기지사 등 정부여당 요인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밖에 정부여당은 휴전선 11곳에서 대북방송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모두가 북한의 기습공격 대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남북간에 전면전 발발 가능성은 낮으나 휴전선 일대에서 계속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계속 분쟁이 발발하면서 안보와 경제에 타격이 가해진다면 보수세력들도 과연 끝까지 정부여당을 지지할까"라고 반문했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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