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역사 거꾸로 세우기’ 사례들 > 역사 바로알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역사 바로알기

MB 정부의 ‘역사 거꾸로 세우기’ 사례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850회 작성일 11-08-18 23:21

본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역사 교과서는 늘 ‘동네북’이었다. 2008년 12월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보수 세력으로부터 좌편향 교과서라는 비난에 시달려온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상당 부분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따라 저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정된 것이다(<시사IN> 제66호 참조).

2년이 지난 올해, 빨간 딱지를 붙인 화살이 이번에는 <한국사> 교과서로 향했다. <한국사>는 현재 고등학교 1~3학년 선택 과목으로 지정돼 있으며, 총 6종(미래엔컬처그룹·법문사·비상교육·삼화출판사·지학사·천재교육)의 교과서가 지난해 7월 교과부 검정을 통과해 올해부터 교육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이 과소 평가돼 있다는 보수 진영의 지적과 달리, <한국사> 교과서 곳곳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서술이 있다. 왼쪽부터 삼화출판사·법문사 <한국사> 교과서에 나타난 이승만의 사진과 업적.


검정 절차가 끝나자마자 제기된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시비의 진원지는 보수 언론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2월, <동아일보>는 ‘새 한국사 교과서도 좌편향’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을 꾸려 기사와 사설로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했다. 이 보도 내용은 두 달 뒤인 4월28일 보수 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반역성 고발 보고회’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5월20일에는 또 다른 보수 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용주)가 자유민주연구학회(회장 유동열)와 함께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사> 교과서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도 ‘좌편향’으로 낙인찍혔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지난 7월8일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좌편향적이고 자학적 사관을 토대로 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라며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보수 언론, 보수 단체들이 입을 모아 비판하는 <한국사> 교과서는 대체 어떤 교과서일까? 얼마나 ‘빨갛고’ 위험한 책이기에 그리 한마음 한뜻으로 때리기에 나선 것일까?


보수 세력의 주장·논리 허점투성이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북한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청소년에게 올바른 국가 정체성을 심어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사 부분에서 ‘독재’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21회나 등장했으나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단 5회밖에 나오지 않았다거나,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개혁을 미화하며, 박정희 정권 등이 이룩한 산업화·도시화의 결과를 지나치게 어둡게만 그린 것 등이 대표 사례라고 말한다.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이었던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우리 역사를 모르는 제3자가 교과서를 본다면 마치 남한은 매우 안 좋은 나라, 북한은 굉장히 발전하고 좋은 나라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긍정적으로만 기술한다는 비판과 달리 미래엔컬처그룹의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의 경제난·식량난·인권 실태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천재교육 <한국사>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 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도 있고 해서 집필진이 오히려 대한민국 정통성과 발전상을 충분히 수용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사> 6종 교과서 모두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를 인용하며 4쪽 이상을 할애해 산업화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북한 미화에 대해서도 이 연구원은 “북한이 남한에 비해 절대적인 페이지 수가 훨씬 적은데 ‘독재’라는 용어가 어떻게 더 많이 나올 수 있나? 교과서에는 북한을 찬양하거나 공산주의 활동을 옹호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들이 북한의 부정적인 모습을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는 보수 세력의 비판과 달리, 이들이 매우 좌편향된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는 미래엔컬처그룹의 <한국사> 390쪽에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식량난·인권 실태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기도 하다.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증거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또 천재교육·미래엔컬처그룹 판에 실린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이다. 6·25를 학습하는 단원에 삽입된 이 그림에는 “시대를 초월해 전쟁의 참상과 공포, 인간성 파괴를 비판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달렸지만 보수 세력은 “공산당 당원이었던 피카소가 미군의 양민 학살 소식을 듣고 분노해 그린 그림을 굳이 집어넣은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신철 연구원은 “20세기 중요한 화가가 우리나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 학살 자체가 비극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그림을 넣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한국사> 교과서가 김원봉(비상교육 판에 실린 사진)·윤이상 등 공산주의자의 독립운동·평화통일운동 행적을 다뤘기에 좌편향이라 주장한다.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두고도 보수 진영으로부터 좌편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한민국 건국의 핵심 지도자인 이승만의 업적은 거의 다루지 않으면서 김원봉이나 윤이상 같은 공산주의자들을 독립운동가나 평화통일론자로 치켜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6종 모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에서 펼친 외교 활동 등 이승만의 업적을 자세히 기술했다.

공산주의자 미화에 대해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지난 5월20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등이 연 학술토론회에서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 간첩이 확실한 윤이상이 연루된 동백림 사건을 박정희 정부가 국내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왜곡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동백림 사건에 대해 당시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간첩단으로 포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결국 집필진을 향한 이념 공세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 보수 인터넷 매체 조갑제닷컴은 “한국사 교과서 6종의 집필진  46%가 전교조 교사·국가보안법 폐지론자·예전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자 등 좌파이다”라고 밝혔다. 한국현대사학회 권희영 회장은 “전교조와 연결돼 있는 좌편향 교사·학자들이 <한국사> 집필의 주도권을 잡았을 뿐 아니라, 교과서 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국사편찬위원회에도 문제 있는 좌편향 인사들이 들어가 있어 교과서가 왜곡됐다”라고 주장했다.


청소년의 근·현대사 공부 방해하는 정권?


천재교육 <한국사> 집필자로 참여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교과서라는 것은 집필자 상호간의 토론, 검정위원들의 검정, 국사편찬위원회의 감수까지 거치기 때문에 집필자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좌편향이라 몰아붙이는 논리가 아주 천박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주 교수는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공격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그 교과서 검정 업무를 맡았던 위원 출신이 많은데, 당시 교과서를 통과시켜놓고 뒤에 가서 좌편향이니 공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이 보수 진영으로부터 ‘좌편향’ 사례로 언급됐다.


보수 언론과 학자들의 <한국사> 비판이 무르익어가던 지난 6월30일, 국사편찬위원회는 2011 역사 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을 받는 공청회를 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개방적·진취적 역사 인식 제고,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의 정체성 제고,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역사 구현’과 같은 방향으로 집필돼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발표됐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오세운 회장은 “이번 정부 들어 줄곧 근·현대사 비중을 줄여가는 걸 보면 현 정권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배우는 걸 꺼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09·2010 개편에 이어 또 바뀌는 이번 역사 교육과정은 8월에 최종 개정안이 고시되고 11~12월에 집필 기준안이 발표돼 3월까지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계획돼 있다. 통상 2~3년 교과서 개발 시간을 주던 예전과 달리 이번 정부에선 유달리 개발 기간이 짧았는데, 특히 이번에는 불과 3개월 안에 새 교과서를 만들도록 일정을 짜놓은 것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 대선 전에 역사 교과서 개정을 모두 끝내려는 시도 같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현 정권이 임기 내에 입맛에 맞는 역사 교과서가 완성되도록 몰아붙이고 있다. 이렇게 역사 교육을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나중에 분명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시사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