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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유족회의 기자회견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는 이승만 기념관을 조성하는 방안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 <제주의소리> 이승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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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승만 기념관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는 등록문화제 제113호로 지정된 '제주 이승만 별장'에 대한 학술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제주시의 발표에 따르면, 이승만 별장을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물에 대한 보수보강공사와 기념관 조성 등에 총 20여 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건물은 구조안전진단결과 D등급을 받은 상태라, 건물을 시급히 보수해야 할 상황인데, 건물의 현 소유주인 제주축산개발은 토지매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복원에는 동의한 상황이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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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 대통령 별장(귀빈사)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56번지, 민오름 인근 옛 국립제주목장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
ⓒ 장태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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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밴플리트 한미재단고문의 도움을 받아 1957년부터 송당지역에 대규모 국립목장을 건설할 당시, 미군의 지원을 받아 대지 660㎡에 건물면적 234㎡ 1층 건물로 지은 건물이다. 지금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56번지, 민오름 인근 옛 국립제주목장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 안에는 16㎡(5평) 정도의 전용 침실을 비롯해 응접실, 주방, 벽난로, 욕실, 식탁, 화장대 등이 별장을 지키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57년 5월에 목장 기공식에 즈음해서 이곳을 처음 찾았고, 그 후 59년 8월에 두 번째로 이곳에 머물렀다. 하지만 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고, 1960년 발병한 부르셀라로 모든 소들이 폐사하는 등 국립제주목장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았다.
결국,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목장은 민간에 매각되었고, 대통령 별장인 귀빈사도 이후 무용지물로 방치되었다. 문화재청이 이 건물을 문화재로 등록한 것은 2004년 9월에 이르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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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 일행(왼쪽에서 네번째가 이승만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은 57년 5월에 목장 기공식에 즈음해서 별장을 처음 찾았고, 그 후 59년 8월에 두 번째로 이곳에 머물렀다. |
ⓒ 제주도지방의정연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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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주시가 기념관을 건립해서 건물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4.3학살 최고 책임자의 기념관을 제주 땅에 건립하겠다는 당국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4.3유족회가 가장 먼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유족회는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독재자이며 이승만의 양자 이인수는 지난 2009년 제주4.3희생자 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청구해 유족들을 분노케 했다"며 "제주시는 이승만 별장을 정비하고, 기념관을 조성하는 방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회는 "역사 유물은 그 사람의 업적에 상관없이 보존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승만 별장의 복원이 아닌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라니, 유족회 일동은 분통이 터져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4.3은 한국전쟁과 더불어 한국현대사의 초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의 중심에 서 있던 자다. 비극의 땅에, 가해책임자의 기념관을 짓겠다니 여론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