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한다는 데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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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한국사의 사필귀정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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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의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역사 교육 강화방안이 논의된 모양입니다.
그 핵심 골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교과서도 다시 쓰겠다는 것이죠.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저네들 꼴리는대로 정책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좀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고교 과정의 모든 과목이 선택으로 되어 있는데 국사만 필수로 하겠다는 것은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리고
인터넷 댓글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대두하는 분위기와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애초, 올해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미래형 교육 과정 날조할 당시에
국사를 선택으로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역사학계에서 터져 나왔었죠.
이에 대한 교육부의 변이 국, 영, 수도 모두 선택인데 국사만 필수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래형 교육 과정의 특징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죠. 역사학계에서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겨우 고등 한국사가 위치를 잡은 것은 서울대가 필수 이수 과목으로 한국사를 지정하였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죠.
문제는 한국사 능력 시험 등을 활용하여 교사 임용 시험에도 3급 이상을 받아야 응시 자격을 준다는 것이고
이는 정말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 및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건전한 역사관 및 국가관 함양 위한 연수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네요.
역사 교사로서 반가운 일이 되어야 하는데,,,
이거 왠지 군국주의 냄새가 납니다.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이 오버랩되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이미 여러 군데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 교육 강화를 통해 저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뉴라이트 사관의 확대일 것입니다.
제가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걱정했던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역사교사들이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뉴라이트의 이른바 대안교과서의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열심히 퍼나르는 선생님도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별 생각 없으신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저 교과서에 나온대로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과서가 뉴라이트식으로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당장 식민지근대화론을 교과서에 수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들의 첫번째 목표는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복권시키는 것이고, 재벌을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간 주역으로 추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자본에 의한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술책이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국민들에게 크게 존경받지 못하는 재벌들이
이제는 국민 정신 속에 영웅으로 자리잡겠다는 것이죠. 민족 경제 발전의 영웅으로....
역사 교육 과정 어떻게 개편될지 뻔합니다.
이게 일차적으로 완성되면 다음 단계로 아마도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친일파 옹호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이번 한국사 교과서 중에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객관적으로 언급한 출판사가 있습니다. 채택률은 미래엔 한국사에 이어 2위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19세기 말의 제국주의 침략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이승만, 박정희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에 대한 기본 인식이
지금과는 다른 관점-간단히 표현하면 '자본의 발전'-에서 서술하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저들의 궁극적 목표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일제가 식민 사관을 통해 민족의식을 말살하고 항구적 식민 지배 체제를 구축하려 하였듯이
박정희가 국정 국사 교육 강화를 통해 국민 정신의 획일화를 도모하였듯이
역사 교육에 대한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국민 정신 또는 국민 의식을 통제하려는 술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싸울 건덕지라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해 근현대사 위주의 현행 고등 한국사 교육 체제를 과거 7차 국정 국사의 형태로 되돌림으로써
사실상 한국 근현대사를 말살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학생들은 사실상의 딴나라당에 반대한다는 것이 녀석들의 생각입니다.
즉 현재 중학교는 전근대사가 중심이 되고, 고등은 근현대사가 중심이 되는 역사 교육 체제를 흔들어
사실상 근현대사 교육을 축소 왜곡하여, 국민들이 근현대사에 대한 무지몰각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예 저들에게는 속편한 일이겠지요. 제가 가장 우려하는 일입니다. 지난 10년 간 이어져온 한국 근현대사 교육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은 재작년 금성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시비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이어지는 근심입니다.
결국 동북아 역사 갈등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한다는 것은 저들이 내거는 명분에 불과합니다.
근현대사가 축소, 소멸되는 역사 교육은 죽은 역사 교육입니다. 역사의 현재적 의미, 현재와의 관련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역사 교육과정의 개편이 근현대사의 축소(사실상 소멸)로 이어질지, 아니면 뉴라이트 사관(사실 이를 사관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지만)의 확대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써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들은 얘기지만 현 국편 위원장이 현대사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다는군요. 그 양반은 입만 벌리면 고종이 대단한 군주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나라 망하게 한 군주를 그토록 합리화하는 경우는 참 드물지 않을까요?)
어떤 경우가 되든지 막아야 하는데,,, 사실상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유일한 희망은 정권 교체입니다.
급히 적다보니 문장이 많이 어지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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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기간제 선생님들 선발하였습니다.
한번 임용되면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4년간은 우리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습니다.
경쟁률은 대부분 수십대 일이고요. 학교에서 1년만 근무하고 그만 두게된 선생님도 있습니다.
기간제 선생님들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정규직 선생님들보다 훨씬 많이 합니다.
수업 시수도 서너시간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부장교사나 교감이 일도 많이 시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가슴 아픈 일이 이 뿐이겠습니까만 제가 가까이서 보니까 더 그렇네요.
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희망이 있는 나라, 희망이 있는 사회
미래엔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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