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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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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888회 작성일 21-08-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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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굽이굽이 철령을 넘은 야전차는 커다란 분지를 이루는 회양, 창도를 지나 다시금 가파로운 추지령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아찔한 골짜기와 급한 벼랑을 이룬 추지령은 철령 못지 않게 험한 령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묵연히 차창밖에 시선을 주신채 이틀전 근위 418련대에서 진행된 군인궐기모임에 대한 반영자료를 생각하고계시였다.

군인궐기모임을 앞두고 418련대가 전군에 보낼 호소문을 준비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신 그이께서는 정세가 긴장한 속에서도 인민군대안의 전체 사(려)단장들, 정치위원들, 군단정치부장들을 포함한 관계부문 일군들을 방청으로 참가시키라고 이르시였다. 그런것으로 하여 군인궐기모임당일 련대지휘부 운동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병영밖 도로와 공지에는 야전차, 뻐스들로 한벌 깔렸다고 한다.

근위 418련대가 생겨 처음보는 손님맞이였고 경사가 아닐수 없었다. 적들도 깜짝 놀라 급기야 경계근무인원을 증강한다, 분계선상공에 정찰기를 띄운다 하며 분주탕을 피우다가 제풀에 잠잠해졌다고 한다. 아마 저들을 냅다치는 무슨 변이라도 나는가 했던 모양이다.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위한 근위 418련대 군인궐기모임은 드높은 정치적열의속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시범단위 군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하였고 현지에서 직접 호소문을 받아안은 방청자들 역시 그에 못지 않는 열정과 의욕에 넘쳐 부대로 돌아갔다.

지금 각 군종사령부 및 군단들의 관하련대들, 그와 같은 급의 단위들에서는 근위 418련대의 호소문에 호응하여 경쟁적으로 군인궐기모임에 들어갔다.

그이께서는 바로 이런 시기에 본보기단위인 102련대를 시찰하심으로써 대중운동에 떨쳐나선 전군의 장병들을 더더욱 고무격려할 목적을 안고 오늘 이 전선길에 오르신것이다.

야전차는 마침내 높고높은 추지령우에 올라섰다. 그러자 령아래 연연히 뻗어간 아득한 산발너머로 푸르른 바다가 펼쳐졌다.

장시간 중부산악지대를 횡단하는 강행군끝에 마주하게 되는 바다라 그이께서는 대번에 가슴이 탁 열리는듯 한 장쾌한 기분을 느끼시였다. 아직은 저 멀리에 있지만 령이 하도 높은것으로 하여 정오의 밝은 태양아래 바다가 눈부시게 반짝이는것이 령마루에서 잘 알렸다. 피로는 순간에 풀리는듯싶으셨고 사색은 한층 승화되시였다. 언제든 우리 인민은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끝장내고 기어이 승리의 령마루에 오르게 될것이다. 30년대 남패자에서부터 시작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끝끝내 승리의 북대정자에 가닿았던 그때처럼! …

불현듯 그이께서는 최고사령부군악단창립 50돐기념 검열연주회에서 들으셨던 취주악곡이 생각되시였다. 운전사옆좌석에 앉은 부관에게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를 부탁하시였다.

야전차안에는 장중하고도 씩씩한 취주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심신을 흔드는 그 곡조가 무척 마음에 드시였다. 연주회때에도 느낀바이지만 이 노래는 취주악은 또 그것대로 받아안는 감흥이 새로우시였다. 그것은 노래가 안고있는 심오한 사상예술적감화력과 함께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이 정식 선포된 시기와 때를 같이하여 재형상된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호른, 트럼베트, 트롬본의 창창한 울림은 7련대의 기발을 높이 들고 승리를 향하여 전진하고있는 근위부대의 벅찬 숨결과 심장의 박동을 호소하는듯싶었고 튜바, 팀파니, 대고의 장쾌한 울림은 적의 아성을 깔아뭉개며 전진하는 땅크의 동음, 멸적의 포성을 방불케 하였다.

그렇다면! … 그이께서는 생각을 심화시켜나가시였다. 이 운동에서 최고사령관이 서야 할 위치, 최고사령관이 맡아안아야 할 몫은 어디에 있는가! … 그러자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이 선포된것과 관련하여 오중흡의 련락병이였던 김철만이 《로동신문》기자와 나누었다던 이야기가 생각되시였다.

《…우리 7련대가 사나운 눈보라를 헤치며 백두의 산발을 누비던 그 나날부터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속에 기억이 삭막해진다고 해서 30년대 고난의 행군길에서 발휘한 그 정신이야 어이 잊겠는가. 그때에는 지금처럼 정연한 사상교양체계와 강력한 선전선동수단들이 있은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버이수령님께서 선두에서 보여주신 혁명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 만난극복의 강인성과 헌신성, 고매한 인간적덕망을 통하여 우리 위업의 정당성을 확신하였고 한몸 그대로 사령부를 보위하는 성새가 되고 방패가 되였다.

진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의 발현이였다. 아니, 우리가 사령부를 보위한것이 아니라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의 운명을 지켜주시고 생사기로의 죽음터에서 구원해주시였다. 세상이 다 아는 그 험난한 고난의 행군길에서 내가 칡뿌리마저 찾지 못해 의식을 잃고 눈우에 쓰러졌을 때이다. 누군가 나를 부둥켜안고 부르기에 눈을 떠보니 그분은 다름아닌 사령관동지이시였다. 그때 본 사령관동지의 모습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간다 해도 잊을것 같지 않다. 존안은 얼다 못해 시꺼멓게 부어있었고 입술은 갈라터져 피까지 엉켜있었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애원했다.

〈사령관동지, 짐이 되지 않게 절 버려주십시오!〉

그러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날 호되게 꾸짖으시였다.

〈철만이, 이렇게 맥없이 죽자고 지금껏 수다한 죽음의 고비를 넘어왔는가. 전우들과 한 약속을 잊었는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맹세했지! 일어서라, 이 고비만 이겨내면 우리는 조국진군의 길에 다시 오를것이다. 네가 그처럼 그리던 조국으로 말이다!〉

사령관동지의 그 격려에 나는 일어섰다. 그이의 팔에 매달려 행군대오에 다시 들어섰다. 그때 눈속에 영영 묻힐번 했던 나를 그이께서 일궈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항일혁명원로라는 값높은 존대속에 오늘의 삶을 누릴수 있겠는가!

정녕 어버이수령님이시야말로 나의 정치적생명의 보호자이고 생의 은인이시다!》

추지령을 내려선 야전차는 어느덧 바다를 옆에 낀 포장도로를 달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뿌리 아득히 펼쳐진 바다쪽으로 눈길을 보내시였다. 푸르러 설레이는 바다우에서 무리지어 날아예는 흰 갈매기들, 쉬임없이 기슭을 향해 달리여오는 흰 파도를 보느라니 수령님 생각이 못견디게 가슴을 메웠다. 그래서 항일혁명투사들은 청춘도 생명도 기꺼이 바쳐 혁명의 사령부를 결사옹위해 나섰던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30년대 고난의 행군길에서 붉은기 날리는 대오의 선두에 서시였던 우리 수령님처럼 오늘의 행군길의 맨 앞장에는 바로 최고사령관이 서야 할것이다. 그때 우리 수령님 주시였던 천금주고 못 살 동지애가 오늘 최고사령관이 전군의 장병들에게 베풀어야 할 사랑으로 되여야 할것이다. 바로 그래서 오늘도 이 전선길을 가고있는것이고…

포장도로가 끝나고 흙도로가 시작되였다.

야전차는 드디여 최전방을 가까이하고있는것이다. 해안가를 벗어나 그리 높지 않은 야산사이를 한참이나 이리 돌고 저리 빠지고 하느라니 거대한 보루마냥 우뚝 솟은 351고지가 나타났다.

야전차는 고지의 굽이길에 들어섰다. 불에 타고 화약내가 짙은 전쟁의 상처를 아직도 채 가시지 못한듯 고지에는 나무들이 키높이 자라지 못하고있었다. 키낮은 소나무들과 가둑나무, 싸리나무와 같은 떨기나무들이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가지가 꺾이울듯 몸부림치고있었다.

2월말이라 하지만 양지쪽을 내놓고는 산판의 여기저기에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굽이길도 몹시 험했다. 해안가가까이에 위치한것으로 하여 351고지는 그 해발고와 달리 결코 낮은 고지가 아니였던것이다.

야전차는 그 굽이길을 기운차게 달려 마침내 고지정점에 도달하였다.

유리로 지은 전망대앞에 전재선군단장을 비롯한 장령, 군관들이 정렬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시간 계속된 야전차강행군으로 하여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허리에 힘을 모아 천천히 차에서 내리시였다. 군단장의 보고를 받으시고 그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전재선대장은 반가움을 금치 못해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이렇게 최전방으로 다시 나오실줄 몰랐습니다!》

그이께서는 련대장과 련대정치위원이 있는쪽을 바라보시였다.

《지난해 해맞이초소를 찾았을 때 나는 저 동무들과 351고지에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도 약속이지만…》

그이께서는 의미깊은 웃음을 지으시며 쓰고계시는 모자를 가리키시였다.

《난 오늘 사냥을 나왔습니다!》

그 바람에 장령, 군관들은 긴장감을 풀며 가볍게 따라 웃었다.

군단과 사단의 지휘관, 정치일군들과 인사를 나누시고나서 련대장의 거수경례를 받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무진이라는 이름의 사연을 되새겨보시며 정깊은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102련대는 본보기단위입니다. 현재 오중흡7련대운동을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조무진은 신심과 패기에 넘쳐 씩씩하게 대답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판정조항과 기준에 따라 련대총적결의목표를 세우고 련대당위원회에서 협의결정하였습니다. 지금 련대지휘부로부터 하부말단중대까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단계별전투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이께서는 전망대안으로 들어서시였다. 남쪽유리면을 마주하여 포대경과 함께 군용지도가 펼쳐진 작전대가 놓여있고 북쪽면에는 전쟁시기 공화국영웅들의 사진이 게시되여있었다.

전재선이 설명해드렸다.

《전쟁시기 351고지에서 배출된 22명 공화국영웅들의 사진입니다.》

사진게시판을 마주하신 그이께서는 영웅들의 모습을 한명한명 주의깊게 바라보기 시작하시였다. 색날고 포연에 그슬린 군복차림을 한 그들모두는 한창시절의 청춘들이다. 대다수는 이미 그때 최후를 마쳤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가까와오고있지만 그들은 오늘도 청춘으로 살고있다.

그이께서는 그들중에서 문득 김화준을 알아보시였다. 젊고 패기에 넘친 중대장시절의 모습을 보느라니 공훈합창단의 공연이 있은 날 극장 휴계실에서 그를 만나던 때가 생각되시였다. 귀밑머리가 희여지고 주름많은 얼굴이였지만 눈모습만은 여기 사진과 비슷했던것 같다.

그 모든 영웅들에 대한 애틋한 정회를 느끼시며 그이께서는 수행원들에게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한개 고지에서 22명의 영웅이 나온것만 보아도 그 전투의 치렬성을 잘 알수 있습니다. 저 영웅들이 있어 351고지는 영원히 영웅의 고지, 조국의 고지로 남아있을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전쟁세대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진게시판앞을 떠나 포대경앞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육안으로 적《헌병》초소를 가늠해보며 조무진에게 물으시였다.

《적초소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최고사령관동지, 1 200메터입니다. 적들은 〈헌병〉초소에 무반동포를 걸어놓고 항시적인 조준상태를 취하고있습니다.

현재 여기 전망대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일당백병사들이 초소를 지키고있는데 걱정할건 없습니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포대경을 통하여 적정을 료해하기 시작하시였다.

적《헌병》초소는 감시대우의 적감시병만 내놓고 괴괴한 정적속에 잠겨있었다.

조무진이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추워 적들이 감시소에 들어박혔습니다.》

포대경에서 물러나신 그이께서는 수행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전선정황을 만성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를 앞둔 클린톤이 인기를 올리기 위해 무슨짓을 할지 모릅니다.

지금 미제침략군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전쟁연습을 목적으로 부산항에 기여들었는데 지난 시기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할 때보다 더 빨리 나타난셈입니다.

적들이 래일이라도 도발을 걸어온다면 일거에 적초소들을 풍지박산내고 남진의 길에 올라야 합니다.》

전재선이 적들의 해안가지대를 가리키며 말씀드렸다.

《적측 동해안일대의 도로상태는 좋습니다. 그런데 전쟁시기 교훈을 놓고보면 해상에서 적들의 타격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남으로 더 밀고나가지 못한 원인의 하나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 교훈에 비추어 해군과의 협동작전속에 해상타격계획을 끊임없이 완성해나가고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다시는 적들이 우리 바다에서 제마음대로 날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그이께서는 전재선으로부터 해상타격계획을 료해하시고나서 금강산에 이어 원산쪽으로 뻗은 도로를 지도상에서 찾아보시였다.

전쟁시기 적들은 351고지를 타고앉아야 금강산을 점령할수 있고 원산방향으로 공격성과를 확대할수 있다는 야망속에 《서울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351고지는 내줄수 없다.》고 떠벌이며 고지를 끝까지 지탱해보려고 최후발악하였다. 이것은 적들도 이 고지가 작전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것을 잘 알고있기때문이였다.

351고지를 타고앉기 위한 전투를 위하여 우리 인민군대는 공격전투에 앞서 351고지와 비슷한 지형에 적들이 설치한것과 같은 차단물을 조성해놓고 집중적인 훈련을 진행하였다.

이런 면밀한 준비속에 1953년 6월초 우리 인민군용사들은 적들이 이른바 난공불락의 요새요, 불퇴의 선이요 하며 호언장담하던 351고지를 단 15분만에 점령하였다.

그이께서는 전쟁과 전투의 짧은 공간속에서도 우리 인민군용사들이 항일전의 나날에 창조된 훈련기풍을 따라배워 351고지전투에서 승리를 이룩한 성과의 요인과 교훈에 대해 수행원들에게 알려주시고나서 조무진에게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동무들은 이 전통을 끝까지 이어나가야 합니다!》

조무진의 얼굴에는 흥분된 열기가 비껴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일단 공격명령만 내리시면 단 15분동안에 적진을 깔고앉은 영웅전사들처럼 단숨에 남해 끝까지 달려나가겠습니다!》

전망대밖에서는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해풍에 새초며 떨기나무들이 꺾어질듯 몸부림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그속에서 끄떡없이 적측 지역을 감시하고있는 두명의 병사들을 알아보시고 조무진에게 이르시였다.

《저 두 병사를 데려오시오.》

조무진은 급히 전망대를 나섰다.

두 병사가 총부혁을 바싹 끄당긴채 련대장을 따라 전망대안으로 달려왔다. 량볼이 붉게 상기되여 힘있게 도착보고를 올리는 두 병사를 사랑스럽게 여겨보시던 그이의 안색은 흐려지시였다.

《추위에 볼이 다 얼었구만! 몹시 추웠지? …》

두 병사는 약속이나 한듯 어깨를 쭉 펴며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춥지 않습니다!》

그이께서는 한 병사가 입은 솜옷을 매만져보시다가 주춤 손을 멈추시였다. 재차 다음 병사의 솜옷까지 만져보시는 그이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지시였다. 아무리 나라사정이 어렵다한들 솜이야 왜 두툼히 넣어주지 못한단 말인가? …

이번에는 몸소 무릎을 꿇고앉아서 병사들이 신은 솜신발을 차례로 눌러보기 시작하시였다. 솜신발도 매한가지였다.

그이께서는 일어서시였다. 이것도 고난의 행군때문인가? 이거야말로 병사들에 대한 관점문제가 아니겠는가! …

그이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장령들이 입은 고급외투로 이어지시였다.

《동무들은 좋은 외투를 입고있으니 추운줄 모르겠지만 병사들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솜이 적게 들어간데다가 누빈 바늘구멍으로 바람까지 스며들게 되여있습니다.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동무들은 지휘관을 위하여 병사들이 있는것이 아니라 병사들을 위하여 지휘관이 있다는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지휘관은 응당 병사들을 위한 지휘관이 되여야 합니다!》

장령들은 모두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그이의 눈길은 문뜩 전재선군단장에게로 가닿으시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만이 외투를 입지 않고있었던것이다.

《전재선동무, 동무는 오늘 왜 외투를 입지 않았습니까?》

《최고사령관동지, 그건 저…》

《춥지 않습니까?》

전재선은 솔직히 말씀드렸다.

《춥습니다.》

《춥다면 그건 정상입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일단 두 병사를 돌려보내고나서 장령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으시였다.

《왜 정상이라고 하는가. 그전에 사회에서 당일군을 하다가 인민군대에 들어와 정치위원을 하던 한 일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건강하다고 자랑하면서 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하는가 하면 홑바지만 입고 양말도 신지 않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고 사람은 추울 때 추운줄 알고 더울 때는 더운줄을 알아야지 절기를 모르는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후 그 사람은 몇달 못 가서 사망하였습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인민군지휘성원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추위를 느낄줄도 알아야 전사들을 돌봐줄수 있다는것입니다. 자기가 뜨뜻하다고 해서 전사들이 추워하는것을 외면한다면 그런 지휘관을 뭐라 평해야 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진건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총정치국은 후방총국에 대한 당생활지도를 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있어 지휘관이 있다는 옳바른 관점을 가지고 시급히 피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안을 세우도록 해야겠습니다.》

박진건은 죄책감을 금치 못하며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알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그러시고도 마음이 내려가지 않아 재차 장령들에게 강조하시였다.

《요즘 오중흡7련대정신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겨가고있다지만 동무들은 아직 나의 의도를 잘 모르는것 같습니다.

30년대 고난의 행군에서 오중흡동지는 수령님에 대한 절대적인 옹위정신을 대원들에 대한 헌신적인 복무정신으로 실현한 지휘관이였습니다. 그래서 수령님께서는 사령관과 대원들간의 혈연적인 뉴대를 이어준 오중흡동지를 두고 혁명동지, 혁명전우의 관계이자 친혈육간의 관계라고 일러오시였습니다.

나는 지금 이 관계를 실현하자고 합니다. 수령님과 오중흡7련대간에 맺어졌던 관계를 최고사령관과 전체 장병들간의 관계로 전환시키는 여기에 오중흡7련대운동을 통하여 실현하려는 나의 념원과 리상이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전망대안은 삽시에 숭엄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밖에서 몰아치는 바람소리만이 끊임없이 웅―웅― 들려올뿐이였다.

그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던 그이께서는 지난해 해맞이초소를 찾았을 때 취사장 한켠에 치워져있던 전기밥가마가 생각나 전재선에게 물으시였다.

《현재 초소에 전기가 제대로 옵니까?》

전재선은 주춤거렸다.

그이께서는 구태여 대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재차 물으시였다.

《현재 군단에서 건설하고있는 월내산발전소는 언제까지 완공할 결심입니까?》

전재선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래년까지는 무조건 끝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가로 저으시였다.

《늦습니다. 올해안으로 끝내야 합니다. 전기문제는 군인생활과 싸움준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것만큼 하루가 급합니다.》

전재선은 한순간 주춤거리다가 불쑥 그이를 우러렀다.

《최고사령관동지, 세멘트 1만 5천톤만 있으면 단숨에 끝낼수 있습니다.》

《세멘트는 내가 주는것이 아니라…》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인민군지휘성원들이 있는쪽을 가리키시였다.

《저기 왕별을 단 사람들이 주게 되여있습니다. 그러나 토론해보겠는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신 그이께서는 전재선에게 다짐을 두시였다.

《한가지 약속할것이 있습니다. 월내산발전소는 규모가 큰 발전소인것만큼 건설할바에는 사회의 본보기로 될수 있게 건설해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으면 아예 손을 내밀지 않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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