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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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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846회 작성일 21-08-0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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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군부대에 대한 현지시찰을 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때마침 찾아온 로명욱상장과 함께 승용차에 나란히 앉아 평양으로 돌아오고계시였다. 오진우가 자체호흡으로 돌아섰다는 군의국장의 전화를 받으셨던것이다. 그러다나니 로명욱의 료해보고는 승용차안에서 격식없이 시작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시련이 더해가자 일부 부대들에서 사업방법과 체계에서 종전의 리듬을 잃고있다!… 418련대에서는 아직도 명령지휘체계와 군사지휘권을 혼동하고있다. 군정배합도 마찬가지이다. 련대장은 군사사업만 책임지고 정치사업은 정치위원이 다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가 하면 정치위원은 군사행정사업에서 팔을 걷고 전면에 나서고있다고 한다.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당의 군대로서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해나갈수 있겠는가!…

3월을 가까이 한다지만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저녁녘의 얼어든 잔광에 드러난 앙상한 숲이 차창가로 흘러들고있었다.

로명욱은 주저주저하다가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이번에 저는 102련대에서 중대예술소조공연을 보게 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피끗 로명욱을 돌아보시였다. 예술에는 그닥 취미가 없는 로명욱이라고 보아오셨던것이다. 공연소리가 나오니 자못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시였다.

《그래, 공연이 어떻습니까?》

《예, 한마디로 정신이 번쩍 드는 공연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대답에 명쾌히 웃으시였다.

《나도 호기심이 갑니다. 어떤 종목이 올랐습니까?》

《합창도 있었고 독창도 있었습니다.…》

로명욱은 잠시 갑자르다가 용기를 내여 말씀을 올렸다.

《마감쯤에 짤막한 극작품 같은것이 있었는데 3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오중흡동지의 사령부보위정신을 반영한것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으시며 그이께서는 차창밖의 저 멀리 흰눈을 이고있는 아아한 산정들에 시선을 돌리시였다. 우리 군인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오중흡7련대의 사령부보위정신을 오늘도 이어가고있다는것은 참으로 가슴뜨거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로명욱은 공연을 본 자기의 솔직한 소감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제가 공연에서 감흥을 받은것은 그 공연때문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전선군단들을 돌면서 느낀바이지만 여러 부대, 구분대들에서 오중흡7련대를 따라배우려는 지향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있었습니다.》

그이께서는 다시 로명욱에게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동무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1970년대말에 있은 인민군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때가 생각납니다.

동무는 그때 군단장의 직무를 맡아보고있었지요?》

《그렇습니다. 군단장으로 임명된지 한달가량 지났을 때입니다.》

《그때 회의에 올라와 오중흡동지 서거 40돐 추모회에 참가하던 일이 생각납니까?》

《생각납니다.…》

그때일을 더듬는듯 로명욱의 눈가에 감회의 빛이 어렸다.

회의전날 오진우가 군단장들이 든 숙소에 찾아왔다. 뜻밖에도 그는 회의에 올라온 전체 성원들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지시로 추모회에 참가하게 된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이례적인 일이였던지라 누구나 그 의미를 선뜻 깨닫지 못했다. 다음날 전원회의 확대회의까지 참가하고나서야 가슴뜨거운 사연을 알게 되였다.

그때 항일의 7련대출신이였던 김철만이 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자기의 기억속에서도 희미해질번 했던 오중흡련대장을 어버이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다시 내세워주셨다. 그러니 그날에 발휘했던 옛 련대장의 모범을 따라배워 우리모두 일을 더 잘해나가자.…

군단장들의 반영 또한 좋았다.

아직도 인민군대안에 관료주의잔재가 남아있다는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오중흡동지의 혁명군대지휘성원다운 품성, 항일유격대식부대지휘관리방법, 싸움군의 기질을 따라배우는데서 군단장들부터 앞장에 서자.…

김정일동지께서도 추모회를 조직하던 때를 돌이켜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중흡에 대해 이야기해주군 하시였다. 언제나 싸움을 재치있게 하여 전투에서 패한다는 말조차 모른 지휘관, 부대관리를 알뜰하게 하여 어떤 역경속에서도 대원들을 굶기거나 추위에 떨게 하지 않은 지휘관이였다고 회고하시였다.

오중흡은 자기 사령관의 총소리마저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지휘관이였다고 하시였다. 1939년 3월 사령관동지께서 삼수골의 어느 한 부락의 적을 칠 때 멀리에서 그 총소리를 듣고 이건 사령관동지께서 울리시는 총성이다, 불과 1개 중대 호위인원밖에 없는 사령부가 포위에 들수 있다면서 그달음으로 전투현장에 달려왔다는것이였다.

어버이수령님의 말씀대로 오중흡7련대는 진정 항일유격대의 군정간부들을 키워내는 원종장이기도 했다. 항일유격대의 한다하는 지휘관들은 다 7련대출신이였다. 또 과오를 범했거나 정치군사적실무가 약한 사람들을 7련대로 보내여 얼마간 단련시키면 아예 딴 사람이 되여 돌아왔다고 한다. 중대장은 련대장을 닮고 소대장은 중대장을 닮으며 대원들은 소대장과 분대장을 닮는것과 같이 7련대는 통털어 오중흡을 닮은 강철의 련대라 칭할수 있었다.

오중흡은 1939년 적들의 제2기 《토벌》작전을 혼란에 빠뜨리고 대부대선회작전의 확고한 승리를 이룩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륙과송전투에서 장렬히 희생되였다. 그것도 전투결속을 5분 앞두고 …

수령님께서는 생전에 그때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고 하시였다. 오중흡의 전령병인 김철만이 부상당한 몸으로 나타나 왕왕 울면서 비보를 전하였을 때 수령님께서는 처음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으시였다. 얼마나 사랑해왔고 믿어온 오중흡이였던가. 걸음걸음 동반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그 언제한번 좌절과 실패를 모르던 불굴의 사나이가 쓰러졌다는 사실앞에서 수령님께서는 억장이 무너져내리는듯 한 비분을 느끼시였다.

그 비분은 오중흡이 희생된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수령님의 가슴속에서 지워질줄 몰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중흡을 회억하시였다. 언젠가는 그의 희생에 대하여 쓴 책을 읽다가 그 가슴아픔으로 온밤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시였다.

만약 그때 오중흡이가 희생되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해방후 새 조선건설과 가렬한 조국해방전쟁시기 그리고 사회주의건설시기 어버이수령님께 얼마나 큰 힘이 되였으랴!…

바로 이런 오중흡이였기에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인민군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앞두고 그를 다시금 추억하시였던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용감한 사람들의 자료를 가지고 교양사업을 많이 하여왔다. 우수한 품성을 가진 군사지휘관을 전형으로 내세우고 교양하는 사업은 잘하지 못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라.…

그이께서는 수령님의 그 말씀에 따라 오중흡동지 서거 40돐 추모회를 발기하시였었다. 인민군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끝난 이틀후에 총정치국에서 올린 인민군대에서 오중흡동지를 따라배우기 위한 정치사업과 관련한 문건에 몸소 비준하시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억에서 깨여나 심중히 말씀하시였다.

《오중흡동지를 따라배우는 사업이 오늘에 와서 다시 이어지고있는것은 매우 주목할만 한 일입니다.

동무는 귀중한것을 포착하였습니다!》

로명욱은 한층 활기에 넘쳐 다음이야기로 넘어갔다.

《최고사령관동지, 이번에 저는 351고지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공로강사 김화준중장동무를 만나보았습니다. 전쟁시기 351고지에서 싸운 전투영웅인데 이동강의를 나와있었습니다.》

《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그의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김화준… 김화준이라.… 내심 그 이름을 되뇌이시던 그이의 존안에 밝은 빛이 흘러넘쳤다.

《아, 생각납니다. 해방후 경위중대출신인데 수령님하고도 연고가 있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남달리 사격술이 높고 육체적준비가 좋은 그를 중앙군관학교 제2기생으로 추천해주시였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건 그가 졸업식때 수령님께 축배잔을 올리던 모습입니다.》

그후 전쟁때 영웅칭호를 수여받았을 때에도 수령님께서는 몹시 기뻐하시며 그의 경위중대시절을 회고해주시였었다. 지휘관으로서 그의 마지막직무가 군단참모장이였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공로강사직을 내오던 당시 351고지에서 당한 부상의 후과로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공로강사직으로 돌려놓을데 대한 일군들의 의견을 지지해주시였었다.

《로명욱동무가 그를 만나보았다니 나도 무척 반갑습니다!》

그이의 그 감회에 이끌려 로명욱은 김화준중장과 102련대장과의 관계 그리고 련대장의 이름이 무진으로 불리우게 된 사연까지 다 말씀올릴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날은 어두워졌고 이미 야전승용차는 수도의 거리로 들어서고있었다. 늘 전선길에 계시다보니 오래간만에 보게 되시는 평양의 거리였다. 거리는 한결같지 않았다. 어떤 구역은 전부 살림집창문마다 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그 거리를 지나시느라니 예리한 아픔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제국주의자들이 벌리고있는 고립압살책동은 단순히 공장이나 멈춰세워 경제를 혼란에 몰아넣자는 정도가 아니다. 우리 인민의 마지막생존수단까지 끊어버리려는 유사이래의 가장 악랄한 《말리워죽이기작전》이다. 그런 속에서 긴급히 보고되는 문제란 과반수가 그리 좋지 못한 소식들뿐이였다. 후방의 긴박한 현실을 두고 최전연부대들에서 정기휴가를 중지할것을 제기해나서는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시각 자신에게로 향한 천만군민의 시선을 감각하시였다. 조국이, 군대와 인민이 당만을 믿고 따르는 때에 우리가 이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네거리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승용차는 서서히 멈춰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푸른 등이 켜질 그 시간을 기다리시였다.

극장옆이였다. 공연이 끝난 뒤끝인듯 유쾌히 지하건늠길쪽으로 밀려가는 시민들의 밝은 모습, 공원의 잎떨어진 은행나무밑에서 무엇인가 속삭이는듯 한 두 청춘남녀, 아직은 쌀쌀한 초봄이라 자기의 반외투를 벗어 처녀의 어깨에 걸쳐주는 총각, 당황히 주위를 살피며 거절하다가 종당엔 싫지 않은듯 순순히 응하는 처녀…

신호등에 푸른 불이 켜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전기가 모자라 거리는 어둡지만 극장에서는 변함이 없이 공연이 계속되고있다. 처녀총각들은 사랑을 속삭이고있다. 자본주의나라의 번화가들이 화려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생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늘은 비록 남들보다 못살지만 우리야 자주적인간의 참된 삶을 담보할수 있는 희망찬 래일을 안고 살지 않는가. 무엇을 숨길것이 있겠는가? 적들의 심리전에 대처하여 오늘의 첨예한 현실을 병사들에게 사실그대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오늘의 시련이 사회주의제도 그자체에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며 당정책이 잘못되여서도 아니다. 사회주의시장이 무너진 그 기회를 타서 적들은 지금 경제제재와 봉쇄를 더 악랄하게 감행하고있다. 지난해 자연재해도 크다. 지금 경제적난관을 겪는것은 우리 일군들이 수령님의 유훈대로 경제조직사업을 잘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실망할건 없다. 당이 있고 그 두리에 하나의 사상의지로 굳게 뭉친 군대와 인민이 있고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가 있는 한 우리는 반드시 난국을 타개하고 내 나라, 내 조국을 이 세상에서 제일 부강하고 살기 좋은 락원으로 만들수 있다.

이렇게 말해주면 사회주의제도하에서 그 우월성을 실지 생활체험을 통해 느껴온 군인들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떨쳐나설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고향의 준엄한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

병원앞에 도착하신 그이께서는 련락을 받고 먼저 와 기다리는 최광, 리을설의 마중을 받으시였다. 그들과 함께 현관을 지나 입원실복도를 걸어가시였다.

입원실앞에는 의학계의 거장들이라 할수 있는 박사들이 그이를 마중하여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물으시였다.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한 로박사가 조심히 말씀드렸다.

《장군님, 호흡은 돌아섰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입니다. 두시간전부터 심장이 큰 부담을 받고있습니다. 사실은…》

그이께서는 로박사에게 심중히 이르시였다.

《사실 그대로 말해주시오.》

《사실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것 같습니다.》

《오늘 밤?…》

가슴이 철렁하셨다. 아연해지셨다. 그래도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그처럼 먼길을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던가!…

로박사는 달리될수 없는 자기의 의학적견해를 침묵으로 주장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입원실로 들어서시였다. 흰 이불을 가슴부위까지 덮은 오진우가 기척없이 누워있었다. 흰 오리가 다분한 머리칼은 더 성글어진듯싶었고 누르끼레한 얼굴에는 피기란 찾아볼수 없었다.

어버이수령님을 따라 백두전장을 좁다하게 누비던 사람이, 그 혈기로 조국해방전쟁시기와 더불어 오늘까지도 한생 군복을 입고 인민군대의 책임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적과의 대결전에서 언제한번 주저를 모르던 백전로장이 침대에 누워 이렇게 소리없이 숨져가고있다고 생각하니 억이 막히시였다.

그이께서는 비애를 애써 누르며 침대앞에 놓인 의자에 무겁게 앉으시였다. 그리고 조용히 부르시였다.

《오진우동지!…》

《…》

《오진우동지!…》

한층 높고 갈리신 음성으로 다시금 찾으시였다.

《오진우동지, 내가 왔습니다. 총참모장과 인민군대책임일군들이 왔습니다.…》

최광이 참다못해 한걸음 나섰다.

《이 령감, 왜 그러고있소. 장군님께서 오셨소, 장군님께서!…》

이 순간 입원실은 더 깊은 정적에 빠져드는듯싶었다.

그이께서는 그 정적을 통채로 날려버릴듯 더욱 통절히 찾으시였다.

《오진우동지, 김정일이 왔습니다! 내가 왔습니다!…》

순간 오진우의 두눈이 초점없이 열리였다. 뿌옇던 눈동자에 점점 생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바싹 마르고 꺼풀이 인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였다.

《죄송… 합니다.…》

꺼져들어가는 그 목소리를 다급히 붙잡기라도 하시려는듯 그이께서는 큰소리로 힘을 주어 말씀하시였다.

《오진우동지, 치료를 받으면 인차 낫습니다. 일없습니다!》

오진우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이를 향한 두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굵은 주름이 간 눈귀사이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힘없이 두눈을 감으며 다시 혼수상태에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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