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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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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73회 작성일 21-08-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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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연군단들에 대한 료해사업으로 418련대에 도착한 다음날 로명욱상장은 동행한 총정치국 일군으로부터 정기휴가중지문제로 군단부참모장 안강조와 련대장사이에 언짢은 일이 있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로명욱은 관하대대에 내려간 부참모장을 부르게 한 다음 곧 련대장과 자리를 마주하고앉았다.

황명걸, 그에게는 타고난듯 한 군인의 모든 표징이 다 있는것 같았다. 체구는 장대하였지만 잘 다듬어놓은 체조선수같았고 큼직한 코방울이며 귀방울에 비해 작은 눈은 무서움이란 모를것 같다. 코잔등우에 난 흠집이 그의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강조해주었다.

로명욱은 코잔등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그 흠집은 어떻게 되여 생긴거요?》

코잔등우의 흠집이 순간적으로 씰룩거렸다.

《중학교때 도청소년팀에 망라되여 결승경기를 하다가 상대방 방어수의 호케이채에 맞았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반칙은 아니였습니다.》

《큰일날번 했구만. 지금도 호케이생각에 손발이 근질거리지 않소?》

황명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군인들이 받아들일수 있는 대중경기로는 적합치 않습니다.

그저 가끔 이 흠집을 볼 때마다 불쾌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다 없어졌습니다.》

로명욱은 그제야 본론에 들어갔다.

《정기휴가문제에 대한 동무의 솔직한 견해를 듣고싶소.》

황명걸은 약간 놀란 눈길로 로명욱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 문제가 인민무력부에까지 제기되였습니까?》

《군단부참모장을 비롯한 여러 일군들이 정식으로 제기해왔소.》

황명걸의 얼굴에는 저으기 심중한 표정이 떠올랐다.

《적들의 헛나발때문에 정기휴가를 중지한다는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좋아할건 적들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정기휴가를 중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우리란 누구요? 물론 정치위원동무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부참모장이 무엇때문에 기어코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하오?》

황명걸은 약간 얼굴을 찌프렸다.

《병사들을 믿을수 없다는겁니다. 부참모장동지에게도 병사시절이 있었고 련대장시절이 있었겠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래서 충돌했겠구만!…》

황명걸은 피끗 눈길을 들었다. 그럼 이미 알고있었는가 하는 눈빛이였다. 그러나 곧 대답을 계속했다.

《부참모장동지는 나에게 정기휴가를 주장하기 전에 적들의 심리전에 대처할 방법론부터 내놓으라는것이였습니다. 이건 공정치 못합니다. 방법론에 대해 말한다면 정치부는 무얼합니까? 정치위원하고는 외교하고 아래일군에게는 책임을 떠미는 부참모장동지의 처사가 마음에 없어 충돌했습니다.》

로명욱은 잠시 침묵하였다. 련대장의 대답에 문제점이 있다는것을 직감했던것이다. 정치부는 무얼하는가고? 그럼 정치부가 있다고 해서 련대장한테는 방법론을 찾아야 할 책임이 없단 말인가?

《내 보기에는 동무가 쉽게 눌리울 사람같지 않아보이는데…》

《그것은 당에서 나에게 쥐여준 군사지휘권이 있기때문입니다.》

《군사지휘권? 그럼 뭐 부참모장이 평상시 련대장의 군사지휘권을 무시하기라도 했단 말이요?》

황명걸은 대답을 피하듯 입을 다물었다. 부참모장에 대하여 시시콜콜 고해바치는것처럼 생각되는 모양이였다.

로명욱은 재차 말을 이었다.

《당에서 쥐여준 군사지휘권을 쉽게 양보하지 말라는것은 우리의 최고사령관동지의 요구이시기도 하오. 그런데 부참모장이 무슨 리유로 동무의 군사지휘권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는지 난 꼭 알아야겠소.》

황명걸은 대답하기를 결심한듯 고개를 들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참모장동지는 련대장시절에 한다하는 지휘관이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단장감이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지로는 군사부사단장을 거쳐 군단부참모장이 되였습니다. 이런 심리가 하부지도에까지 나타나고있습니다. 참모부에 대한 관점이 틀렸다느니 부참모장을 우습게 본다느니 하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자기 사업권능을 초월하고있습니다.

정기휴가문제도 같습니다. 사업권능이 어디까지인지 알수 없지만 부참모장이 무엇때문에 정기휴가중지라는 어마어마한 문제까지 직접 들고다닌단 말입니까?》

로명욱은 꺼내든 원주필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부참모장과의 담화가 뒤에 있는것만큼 그와는 이쯤해두기로 했다.

《정기휴가문제는 이미 최고사령관동지께서도 알고계시오. 그러나 매우 심중한 문제이기에 이번 료해과정을 통하여 그이께 다시 보고드리게 되여있소.

동무는 이런 실태를 알고 오늘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는데서 련대정치위원과 합심하여 일을 잘해나가길 바라오.》

황명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뜻밖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그는 거수경례를 붙이고도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상장동지, 알겠습니다.》

황명걸이 돌아가자 잠시후 부참모장 안강조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중년나이에 가까와보였는데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퍼그나 유해보이는 모습이였다. 그러나 옥다문듯 한 입술로 해선지 별로 고집스러워보이였다.

안강조는 지금 자기가 어떻게 되여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호출을 받았는지 몹시 궁금해하는 표정이였다.

《동무가 제기했던 문제를 기탄없이 론의해보자고 이렇게 불렀소.》

로명욱은 책상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켜보이며 말했다.

《동문 오늘의 어려운 현실이 지속적일수 없다는데서부터 올해만이라도 정기휴가를 중지할것을 제기했다는거요?》

안강조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침착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의 어려운 현실이 지속적일수 있다는것을 생각 안해본건 아니였습니다. 문젠 거기에만 있지 않습니다. 다 아는 문제이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있는 어려움을 악용하여 적들이 벌리고있는 심리전에는 미제의 최고급두뇌진이 동원되고있습니다. 그자들은 이미 동유럽을 붕괴시키고 그밖의 여러 나라들까지 파멸의 위기에 몰아넣은 전적이 있는 가장 집요하고도 교활한 심리전전문가들입니다. 우린 응당 이걸 인정하고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 지휘관들처럼 병사들이 적들의 헛나발을 믿지 않는다, 듣지 않는다 하며 방심하고있는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나는 이런 실태와 후방의 어려운 현실을 무관심할수 없어 정기휴가를 중지할것을 제기하게 되였습니다.》

로명욱은 부참모장이 한 말을 천천히 되뇌이였다.

《믿지 않는다, 듣지 않는다.…》

부참모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련대장의 경우에는 자기는 군사사업만 강하게 틀어쥐고 내밀테니 정치사업은 정치위원이 다 맡으라는 요구입니다. 그러니 정기휴가를 주장하는 리면에는 그로부터 산생되는 모든 문제를 정치위원이 책임지라는 립장도 있을겁니다.》

로명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해가지고야 어떻게 군정배합을 실현해나갈수 있겠소?》

《사실 군정배합이 잘 안됩니다.》

《잘 안된다?…》

안강조는 담화에 진지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성장해온 과정과도 련관이 있습니다.

련대장은 병사시절부터 민경에 있었고 적들과의 교전에서도 공로를 세운 지휘관입니다. 같은 급에서 자기보다 전연에 대해 좀더 아는 련대장이 있다 하면 매우 섭섭해할 사람입니다. 그러다나니 자기 주견이 강하고 포병구분대출신인 정치위원의 의견을 잘 받아들일리 만무합니다.

련대정치위원은 제가 대대장을 할 때 관하중대정치지도원을 했기에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있는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로청중앙위원회가 주관하는 돌격대에 추천되였더랬습니다. 거기서 18살부터 중대장의 직위를 차지하고 자기보다 나이우인 소대장들을 다불러대는 정도였습니다.

남들보다 2년 늦게 군대에 입대했지만 그런 기질로 보아도 원래는 군사지휘관감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군사사업에 앞서 당정치사업을 선행시켜야 한다는 옳은 관점을 가지고있지만 군사과업실천상문제에서도 자기가 팔을 걷고 전면에 나서는 경향이 제기되고있습니다.

한마디로 둘 다 센편입니다. 이런것으로 하여 다른 련대들보다 뒤지지는 않지만 더 거둘수 있는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있습니다.》

《음…》

로명욱은 곧 본래의 화제로 되돌아갔다.

《동무는 적들의 심리전에 대처하여 련대지휘관들과 방법론을 의논해보았소?》

안강조는 뜻밖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작을 해보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부참모장이 이 문제를 파고드는것은 그들한테 지나친 간섭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 동무들의 직속상관으로는 사단장이나 사단정치위원이 있고 군단에는 군단장과 군단정치위원이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난 이미 뒤에서 돌아가는 말을 들었습니다.

좀 다른 문제이지만 지난 시기 하부지도에서도 나는 이런 경우를 종종 당하군 하였습니다. 련대장인 경우 부참모장이 행사하는 일부 사업권을 두고 자기 군사지휘권에 대한 침해라고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련대장의 군사지휘권도 우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강한 명령지휘체계에 의거한 군사지휘권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나는 이런 사정으로 하여 정기휴가문제같은것도 객관적견지에서 제기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명욱은 이 자리에서 구태여 흑백을 갈라주려 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길은 어디까지나 최고사령관동지의 지시에 따른 료해사업이였던것이다. 목적했던바대로 정기휴가문제를 두고 있은 부참모장과 련대장사이 충돌을 통하여 군사지휘권, 군정배합 등 여러 문제를 료해할수 있었다.

한편 총정치국 일군은 자기대로 련대정치위원과 담화를 하고있었다.

×

 

료해사업의 마지막으로 로명욱상장은 전선동부해안가에 위치한 102련대에 머무르고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의 머리속을 무겁게 지지누르는것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준엄한 현실속에서 부대, 구분대들이 지금껏 당해보지 못한 시련을 겪고있다는것이였다. 이로부터 모든 사람들의 준비정도가 숨김없이 드러나고있었다. 신념, 현실을 대하는 자세와 립장, 기질과 실무, 품성…

로명욱상장은 그 모든것들을 다시 새겨보며 총정치국 대좌와 함께 외래자침실을 나섰다. 오후에 351고지를 찾게 되여있었다.

때마침 102련대에 나와있던 전재선군단장이 군인회관쪽에서 련대장, 련대정치위원과 함께 이쪽으로 마주오고있었다.

로명욱과 마찬가지로 전재선은 전쟁시기 병사로부터 시작하여 거칠데는 다 거친 오랜 군인이였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련대장, 려단장, 사단장, 군단장… 전재선이 로명욱과 달리 한가지 더 거친데가 있다면 려단장의 경력이 있는것이였다.

군단장을 하던 로명욱과 전재선은 거의 같은 시기에 부총참모장으로 소환되였다. 그러다 두명은 다시 군단장으로 내려갔고 그 이후 로명욱은 인민무력부 부부장으로, 전재선은 또 부총참모장으로 올라왔다. 그러고보면 전재선은 로명욱보다 군단장을 한번 더 하는 격이였다. 그 과정에 군사칭호도 로명욱보다 한급 높은 대장이 되였다. 지난해 12월 미제의 면상을 호되게 후려갈기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적무장직승기격추사건이 그의 군단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전재선의 군사칭호가 아무리 대장이라 해도 인민무력부는 인민무력부이고 군단은 군단인것이다.

《참, 부부장동무!…》

거쿨진 몸에 데면데면한 성격인 전재선대장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듯 로명욱상장에게 청했다.

《한시간쯤 머리쉼이나 하는게 어떻습니까?》

전재선은 벙글벙글 웃는 얼굴로 조무진련대장과 양영식련대정치위원을 가리켰다.

《군인회관에서 중대예술소조공연을 준비하는데 부부장동무가 꼭 보아달라는 이 동무들의 부탁입니다.》

로명욱은 손을 홰홰 내저었다.

《내가 뭐 예술을 안다구. 괜히 사람을 웃기지 마오.》

전재선은 쉽게 물러설 자세가 아니였다.

《출연자들을 다 준비시켜놓고 이제와서 취소시키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부부장동무가 꼭 보아준다고 다 말해두었는데…》

로명욱과 같이 온 총정치국의 일군은 군단장의 편에 섰다.

《부부장동지, 2월의 명절을 맞으며 부대적인 경연에서 우승한 중대랍니다. 그러니 머리쉼도 할겸…》

《허참!…》

로명욱은 어쩔수없이 전재선을 따라나섰다.

군인회관에 장령들이 들어서자 공연준비때문에 전막앞에서 왔다갔다 하던 몇몇 군인들이 황급히 무대뒤로 사라져버린다.

로명욱상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춥기란 랭장고 한가지로군!》

《이제 공연을 보느라면 가슴이 뜨끈뜨끈해올겁니다.》

전재선은 여전히 푸접좋게 로명욱을 관람석가운데로 이끌었다.

모두들 자리를 잡자 호리호리한 몸매의 병사가 전막앞에 나와 힘있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지금부터 영예의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받은 제1중대 예술소조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전재선이 로명욱의 귀가에 소곤거렸다.

《저 동무 아버지로 말하면 우리 나라에서 첫 아치형언제를 설계한 유명한 설계가이지요. 지금은 안변청년발전소를 건설하고있답니다. 그런데 보다싶이 병사가 몸이 약한게 탈입니다.》

로명욱은 의아한 눈길로 전재선을 돌아보았다.

《벌써 공연을 보았습니까?》

《어제 도착하자마자 봐주었지요.》

두 장령이 수군거리는 사이에 어느덧 막이 열리고 무대를 꽉 채운 중대군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눈들에 정기를 담고 어깨들을 쭉 편것이 척 보기에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풍금효과속에 설화가 시작되였다.

 

병사들이여!

올해 설날 다박솔초소에 남기신 어버이 그 사랑

가없이 넓은 동해의 푸른 물결마냥

오늘도 우리 초소로 파도쳐오거니

이 세상에서 제일이신

장군님 모신 자랑 노래부르자!

 

순간 손풍금소리, 북소리, 나팔소리와 함께 군인회관을 들었다놓는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장군님 모신 자랑 노래부르자


로명욱상장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들썩해지는것을 느꼈다.

합창이 끝나 중대전원이 층층으로 만든 단에 소리없이 앉자 한 병사의 독창이 시작되였다.

 

금잔디 밟으며 첫걸음 떼고

애국가 들으며 꿈을 키운 곳


병사의 선창에 이어 중대전원이 노래를 받았다.

 

아 정다운 나의 조국아

 

로명욱은 점점 공연에 끌려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애어린 병사와 중대장이 나와 《행군길에 꽃피는 관병의 사랑》을 2중창으로 불렀다. 서로 물통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연기도 그럴듯하지만 손풍금, 피리, 하모니카, 기타로 편성된 노래반주는 더욱 흥취를 돋군다. 허, 수준이 보통이 아닌데, 군단장이 공연을 보자고 끌만도 하군!…

로명욱의 귀가에 대고 전재선이 넌지시 귀띔했다.

《기둥작품이 시작됩니다.》

시련에 찬 항일무장투쟁시기를 반영한 《혁명군의 노래》의 손풍금선률이 절절히 울리는 속에 중위령장을 단 군관과 여러명의 사관, 병사들이 항일유격대원들처럼 어깨에 백포를 두르고 달려나왔다.

그들의 대사가 시작되였다.

《련대장동지, 뒤따르던 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위가 그 대사를 받았다.

《그게 정말이요?…》

《아마 우리의 불벼락에 혼쭐이 난 모양입니다. 하하!…

련대장동지, 이젠 좀 쉬면서 눈을 끓여서라도 속을 덥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풍금선률이 긴장하게 고조되는 속에서 중위가 무대 한쪽으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긴다.

전재선대장이 또 로명욱상장의 귀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저 중위가 말입니다, 지인선이라고 중대정치지도원인데 자기가 직접 대본을 쓰고 저렇게 출연도 한답니다.》

로명욱은 언짢은 눈길로 전재선을 돌아보며 투덜거렸다.

《이거야 어디 감정을 잡을수 있나.…》

로명욱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전재선이가 전연중대의 매 군인들을 그렇게 잘 알고있는데 대하여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중위의 극중대사가 계속되였다.

《동무들, 난 그보다도 사령부로 가장한 우리 7련대의 의도를 적들이 알아차리지 않았는지 그게 걱정이요. 지금 온 민족이 김일성장군님만을 바라보고있는데 우리가 사령부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소? 그땐 조선의 운명이, 민족의 운명이 끝장난단 말이요, 끝장이!…》

《련대장동지!…》

《동무들, 되돌아가자구. 적들을 또 한번 답새겨 우리쪽으로 끌고옵시다!》

《련대장동지… 》

손풍금효과선률이 행진곡조로 바뀌는 속에 시랑송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병사들이여!

세월이 흘렀다 하여

백두에서 시작된 사령부옹위의 행군길이

그 어찌 끝났다 하랴!

 

이 지구상에 그날의 제국주의자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때처럼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노리고

사면팔방으로 달려드는 한

수뇌부옹위의 행군길은

세대를 이어 계속되거니

 

우리모두 항일의 7련대가 발휘했던

사령부보위정신으로

조선의 운명이고 미래이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목숨으로 사수해가자!

 

노래 《전사의 념원》이 합창으로 터져올랐다.

로명욱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래, 오중흡동지와 항일의 7련대를 형상했군!…

합창이 끝나자 《총동원가》의 기악합주에 맞추어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로명욱상장은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것을 겨우 참았다.

괜찮아, 심각한 대목도 있고 락천적인 장면도 있고!…

그는 공연이 어느사이에 끝나가는지를 몰랐다.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지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더 잘 받들어모실 불타는 결의를 담은 합창시에 이어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사령관》의 노래합창으로 공연이 끝나자 로명욱은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전재선이 저으기 으쓱해서 로명욱에게 물었다.

《부부장동무, 공연이 어떻습니까? 발전적견지에서 저 동무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로명욱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난 아무런 의견이 없소. 군단장동무의 말대로 지금 이 가슴이 후끈후끈하오!》

전재선은 그제야 등뒤에 서있는 련대장과 련대정치위원을 돌아보았다.

《부부장동무도 감동되였다니 공연이 성공한건 사실이요. 그런데 말이요…》

전재선은 저 혼자 머리를 기웃거리고나서 련대정치위원에게 말을 건늬였다.

《어제도 느꼈지만 그 춤장면 말이지, 꿋꿋하게 껑충껑충 뛰는 동작이란 참!… 온전한 정신에 못 봐주겠어. 안 그런가?》

로명욱상장이 두눈을 흡떴다.

《그게 어째서… 우리 병사들이 뭐 전문무용수인가? 나긋나긋하게 맴도는것보다 그게 더 억세보이고 전투적이지!》

전재선은 서둘러 손을 저었다.

《아아, 취소요, 취소!… 부부장동무도 좋다는데 제집안 허물 일부러 만들어낼거야 없지.》

그 바람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로명욱은 정말로 머리가 거뜬해짐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회관복도로 나왔다. 복도에는 여러가지 내용의 교양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로명욱은 그앞을 지나다말고 걸음을 멈추었다. 신호나팔을 불고있는 항일유격대원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있었는데 그 옆자리에는 《항일의 7련대 나팔소리 오늘도 우리를 부른다!》는 글발이 씌여져있었던것이다. 방금전 공연을 본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어서인지 그림과 글발이 무심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이 102련대에서만이 아니였다. 전선중부 418련대를 포함한 여러 련대, 구분대속보판들에서 이런 내용의 글발을 읽은 기억이 났다.

달리는 야전차안에서 로명욱의 생각은 계속되였다. 그 정신만 있다면야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지 못할 리유란 없지!…

다져진 눈우에 흙을 뿌린 굽이길을 가까스로 돌고돌아 야전차는 351고지의 정점에 올랐다.

유리로 된 전망대안에 웬 장령이 남쪽을 향해 서있었다. 뒤짐을 지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야전차가 공지에 들어서는것도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야전차뒤좌석에 련대장과 함께 앉아 동행하던 련대정치위원이 로명욱에게 나직이 귀띔했다.

《상장동지, 이동강의를 나온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공로강사동지입니다.》

로명욱은 차에서 내려 전망대안에 들어섰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는 김화준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인민무력부 부부장 로명욱입니다.》

김화준의 준수한 얼굴에 인사가 늦은 당황함이 얼핏 비꼈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 김화준입니다.》

《이렇게 전연에까지 나와 이동강의를 하자니 불편한 점이 많겠습니다.》

로명욱의 진심어린 말에 김화준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전쟁시기 싸우던 고장이여서 그런지 모든게 편합니다.》

뒤미처 도착한 전재선이 전망대안에 들어섰다. 그는 어제 김화준과 통성을 했는지라 로명욱에게 직방 말했다.

《알고보니 중장동무하고는 전쟁시기 서로 이웃에 있었습니다. 난 그때 월비산에서 싸웠거던요. 정전도 거기에서 맞이하고…》

김화준은 그 말을 긍정하듯 전망대 북쪽벽면에 게시되여있는 351고지영웅들의 사진들을 생각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세월이 퍼그나 흘러갔지만 우리 세대의 념원은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있습니다.》

모두 약속이나 한듯 분계선 남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중앙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펼쳐진 적아비무장지대에는 무성한 갈대숲만이 소연히 설레이고있었다.

《저기 비무장지대 남쪽지역과 그 뒤계선은 전쟁전 고성군 무진면소재지였는데…》

김화준은 등뒤에 서있는 조무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련대장동무의 아버지고향이기도 합니다. 난 그와 함께 싸웠지요. 정전이 되여 전상자병원에 입원해있는 그를 찾아갔었는데 분계선이 지나가면서 고향인 무진면소재지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가슴을 치며 분통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원한이 얼마나 컸으면 이후에 태여난 제 아들에게 고향인 무진땅을 기어이 찾으라는 의미의 이름까지 달아주었겠습니까! 조무진이라고… 그런데 끝내 그날을 보지 못하고 몇해전에 사망하였습니다.》

전재선군단장은 조무진을 돌아보았다.

《그게 언제라구 했던가. 내가 듣기엔 동무가 련대장으로 임명되여 인차 아버지가 여기 351고지를 찾아왔던걸로 알고있는데…》

조무진은 자기 아버지과거사가 장령들의 화제에 오른것으로 하여 약간 흥분해하는듯싶었다.

《그렇습니다. 련대장으로 임명된 다음해 전승절이였습니다. 자기가 만약 눈을 감게 되면 기어이 고향을 되찾은 다음 그곳에 꼭 묻어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김화준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죽어서도 찾고싶은 땅이였겠지. 이제는 그 한을 아들이 풀어줄 때가 되였소. 이미전에 떠나간 용사들의 원한까지 합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고지를 지켜 더운피를 뿌렸나. 그래서 여기 흙들은 모두 붉게만 보이는지 몰라. 그 피는 아직도 식지 않았어!…》

로명욱은 시종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세대의 피줄이 달리야 흐를가. 이번 료해사업에서 제기된 편향과 정확히 갈라보아야 할것이 이 세대적인 자각과 사명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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