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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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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65회 작성일 21-09-2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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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비상발령과 함께 102련대가 맡은 전투임무는 기동을 동반한 보병련대해안방어전술훈련이였다.

명령이 하달된 후 로명욱은 개인적인 립장에서 조무진련대장의 심리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뜻밖의 전투정황일것이다. 련대는 사단의 전투대형에서 전연인데다가 아버지의 고향인 옛 무진면 소재지를 코앞에 둔것으로 하여 늘 공격에 대하여 생각해왔을수 있었다. 그런 추측으로 하여 련대장감시소에 올라와서도 조무진의 일거일동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조무진은 뒤계선련대와의 교방에서부터 불리한 정황에 맞다들었다. 299고지를 오르는 령길에 눈사태가 일어 뒤계선련대의 직사포중대가 102련대의 직사포중대를 교대해줄수 없게 되였던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정황을 쉽게 처리했다. 직사포는 그대로 두고 인원만 교대하기로 하였던것이다. 하지만 령길을 도보로 오르고 내려야 하는것만큼 그 신속성을 위하여 련대정치위원이 직접 현지로 떠나갔다.

로명욱이 보기에는 련대장이 마치 해안방어임무를 예견한듯싶었다. 막히는데가 없이 련대의 전투서렬편성, 방어지대편성, 해상화력타격계획까지 끝내고 전투를 직접 지휘할 전방감시소를 향해 야전차를 짓쳐 몰았다. 로명욱은 자기 차에 올라 그의 뒤를 따랐다.

바다쪽에서 휘몰아쳐오는 세찬 광풍이 추위에 얼어든 눈알갱이들을 모래알처럼 야전차앞창에 휘뿌렸다. 그 바람을 맞받아 야전차는 힘겹게 전진하는듯싶었다.

도로좌우를 따라 행군종대가 가고있었다. 병사들은 거의나 머리를 들지 못하고 두툼한 솜장갑으로 앞을 가리운채 허리를 수굿하고 걸어가고있었다. 등에 진 배낭마다에 《결사옹위》, 《총폭탄》, 《일당백》 등 붉은 글발이 씌여진 흰천들이 나붙어있었다.

로명욱과 련대장일행이 보병행군종대를 뒤에 남기고 한참 가느라니 무엇때문인지 전투차들이 줄줄이 멈춰서있었다.

로명욱은 꽉 막힌듯 한 도로의 한옆을 가까스로 통과하는 련대장의 차를 바싹 뒤따랐다. 얼마 안 가 깊숙한 도랑창에 처박힌 선두전투차가 나타났다. 그 주위에 군인들이 잔뜩 몰켜있었다.

로명욱은 차에서 내리는 련대장을 알아보며 자기도 도로에 내려섰다.

한치의 앞도 가려볼수 없게 눈보라가 뽀얗게 날리는데다가 모두의 정신이 처박힌 전투차에 쏠려있어 누구도 련대장과 상장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한 군관이 전투차에 매달려있는 군인들을 지휘하고있었다.

《자, 빨리빨리! 젖먹은 힘까지 다 내여 하나, 둘, 셋! ―》

전투차가 《와르릉!》 동음을 터치는 순간 군인들의 《영싸!》하는 고함소리가 터져올랐다. 그러나 전투차는 약간 움씰했을뿐 도랑창에서 빠져나올줄 모른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던 조무진이 갑자기 길이 막혀 옆에 서있는 전투차에 훌쩍 올라앉았다. 시동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그 소리에 놀란듯 작업을 지휘하던 군관이 황급히 전투차앞을 막아섰다.

《누구야? 당장 내렷! 또 처박을라 그래?》

조무진은 운전칸에서 약간 머리를 내밀고 손을 홱 저었다.

《비켜!》

《비켜? 이건 도대체 누구야?》

조무진은 대답대신 눈가루가 날리는 반반한 얼음강판우로 천천히 차를 전진시켰다. 처박힌 전투차가 절반나마 차지하고있는 도로의 좁은 공간에 이르자 《부르릉!》 속도를 내며 순간적으로 빠져나갔다.

군관은 아연하여 그 자리에 굳어졌다가 급기야 뒤따라가 멈춰선 전투차의 운전칸발판우에 올라섰다. 그러다가 다시한번 기겁을 하며 발판우에서 내려서 깍듯이 거수경례를 붙였다.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누구야?》

《글쎄! …》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

마침내 얼음강판우를 통과한 전투차와 쇠바줄이 련결되여 도랑창에 빠졌던 차가 끌려나왔다.

조무진은 자기의 야전차에 오르기 전에 주눅이 든듯 한 군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중대장, 대담해야지!》

중대장은 흠칫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련대장동지, 봉창하겠습니다.》

로명욱은 저도 모르게 허허 웃으며 자기 차에 올라 앞서가는 련대장을 뒤따르기 시작하였다.

전방지휘소에 도착한 조무진은 곧 무선통신으로 직사포중대와 동행하고있는 련대정치위원을 찾았다.

로명욱상장은 이미 감시소에 전개되여 통화감도를 측정하고있는 전화수며 무선수를 돌아보며 련대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포와 좌지를 성과적으로 인계해주었다구요? 수고했습니다.

현재 위치는? … 그럼 됐습니다. 빨리 해상화력진지를 차지하게 해주시오. …》

련대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뭐가 교대인원들에게 미안하단 말이요? 폭설로 수송이 차단되여… 그래서요? 부식물이 변변치 않다. …

알겠습니다. 후에 그들에게 량해를 구하도록 합시다!》

조무진은 이어 각 병종 구분대들과 련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로명욱은 여전히 련대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작전탁우의 쌍안경을 집어들고 바다쪽을 주시하였다. 순간 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바다를 꽉 뒤덮은 짙은 안개와 눈보라로 하여 해군전대를 동원시켜 부설해놓은 타격목표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마치 세찬 파도에 밀려 어디론가 다 떠내려간듯싶었다. 눈을 밝혀 쌍안경의 초점을 맞추어가느라니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밀리는 안개와 눈보라사이로 가랑잎처럼 오르내리는 각종 목표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과연 포병명중사격이 가능할가?

로명욱상장은 그 어떤 동정심을 안고 련대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생각을 알리 없는 조무진은 방어계선을 차지한 구분대들에 적해상륙전대와 공중에서 투하될 적특공대를 막을 지시를 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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