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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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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79회 작성일 21-11-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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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6

 

그것은 며칠전에 있은 일이였다.

라영국은 거리에 나갔다가 대학동창생을 만났다.

그 동창생으로 말하면 대학때 같은 학급에 있으면서 라영국이와 쌍벽을 이루던 수재학생이였다. 대학에서는 장차 그들 두사람이 학계에 진출하여 무한히 발전하리라고 말하며 모두들 선망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랬던 두사람중에서 례의 그 동창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중요한 연구기관에 들어갔으며 라영국은 대학연구사로 떨어졌던것이였다.

《이게 얼마만인가? 자넨 지금도 그 연구소에 있나?》

라영국이 반가와하며 묻는 말에 동창생은 대답대신 이렇게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길에 서서 해후를 나누겠느냐며 그를 가까운 청량음료점으로 이끌었다.

알고보니 동창생은 그 사이에 놀랄 정도로 발전했다. 연구소적으로 머리좋고 탐구심이 강한 쟁쟁한 젊은 실력가로 인정되여 나라의 화학공업의 자립성을 위해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어려운 과제를 맡아안았는데 몇해동안 고심분투한 끝에 드디여 완성을 본것이였다.

그는 지방에 있는 화학공장에 내려가 현지에 있는 기술자들과 합심하여 그것을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수입원료에 의거하던 공정이 없어지고 생산은 올라갔다. 그는 자기의 연구성과를 전국과학기술축전에 내놓기 위해 평양에 방금 올라온것이였다. 그는 박사였다.

라영국은 동창생의 성과를 축하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그것은 라영국의 자존심과도 관련되는 문제였다.

동창생이 말했다.

《라동문 아직 대학연구사로 있나? 지금쯤은 하늘높은줄 모르고 날아올랐겠구만, 그 두뇌를 가지고.》

결코 비꼬는 말이 아니였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였다.

라영국은 얼굴이 벌개졌다.

《뭘, 그저 명색이 연구사지 해놓은게 없네. 동무가 부럽네.》

라영국은 동창생과 마주앉아 시원한 맥주 한조끼를 마시면서 그리고 그와 헤여져 시험연구조로 돌아오면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동창생은 산같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에 비하면 자기한테는 남을만 한 그 무엇도 없었다. 있다면 시험연구조가 완성하여 내놓은 콤퓨터시험프로그람에 자기의 정력과 노력이 깃들어있는것뿐이였다.

이제 다시 세월이 흘러가면 라영국의 경쟁자였던 동창생친구는 새로운 연구성과를 안고 명예의 아득한 높이로 치달아오를것이다.

라영국은 전영랑의 아버지인 전학선부상이 언젠가 딸한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시험정보과에 아예 떨어지면 별로 빛이 나지 않는 그일에 한생을 바쳐야 한다고 했다는 말이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부상의 말이 충분히 리해되였다. 부상이라는 행정직제에 있지만 대학책임일군의 경력에 한때 학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아닌가.

《동지는 한계단도 올라가보지 못한채 맨아래에서 생을 마치게 되겠군요.》 하던 애인 전영랑의 새물거리던 얼굴도 눈앞에 떠올랐다.

어떻게 할가? 시험정보과가 정식으로 나오게 되는 지금이야말로 이 라영국의 일생을 결정짓는 운명적인 시각이라고 할수 있지 않는가.

라영국은 여기서 그답지 않게 모순에 빠져버렸다. 시험정보과에 그냥 남아있다는것은 전학선부상이 말하던대로 한생 빛이 나지 않는 그일에 몸을 담그어야 한다는것이고 이제와서 갑작스레 저 하나의 발전을 위해 집단에서 나가겠다고 하자니 같이 일해오는 사람들앞에서 량심에 걸리는 일이였다. 지금까지 나라의 진보를 위하는 일에 자기를 바치는것을 자랑으로, 긍지로 여긴다고 말해오던 이 라영국을 두고 그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며칠동안 남모르게 고민에 빠져있던 라영국은 어느날 애인을 불러냈다.

영랑은 마침 휴식일을 타서 집에 와있었다. 련인들은 자기들이 처음 사랑을 약속하던 모란봉의 그 계단우에서 만났다.

《영랑동무, 내가 시험정보과에 떨어지는것은 아무래도 좀 생각해봐야겠어.》

처녀는 의아해서 라영국을 빤히 건너다보았다.

《그건 무슨 소리예요? 나를 놀리는거예요?》

《롱담이 아니요.》

《어마! 새로운 시험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애쓰는 동지들을 배반할수 없다고 하던건 언제인데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거예요?》

라영국은 시내에 나왔다가 동창생을 만나던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어쩔수없이 내 전망에 대해서 랭정하게 생각하게 되더구만. 물론 아직 명백한 결심은 서지 않소. 하지만 내가 말이요, 나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초소에 가서 국가를 위해 더 자리나는 일을 할수 있다면 혁명에 유익한것이지 손해되는거야 아니지 않겠소.》

《기발한 생각이군요. 얼마나 편리해요? 혁명에 유익하다구요?》

비난이였다.

라영국은 그만에야 화가 났다.

《동무 아버지가 한 말씀도 있지 않소. 랭정하게 생각해보면 동무 아버지 말씀도 옳은거지 뭐요.》

《뭐라구요? 우리 아버지가 어쨌다는거예요?》

처녀는 두려움과 의혹이 뒤엉킨 눈으로 라영국을 쏘아보며 물었다.

《동무가 나한테 말하지 않았소. 시험연구조가 하는 일이 한생을 해도 빛이 안 나는 일이라고 부상동지가…》

《그만해요!》

급기야 처녀의 입에서 째지는듯 한 소리가 절망적으로 튀여나왔다.

라영국은 말끝을 맺지 못한채 뻥해서 굳어졌다.

처녀는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쥐고 한동안 기척이 없었다. 울고있었다. 딸이 경망스럽게도 아버지를 욕되게 했다는 모진 후회와 죄책감에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서 욕되게 말하는 라영국에 대한 원망과 분함에 온몸을 짓태우면서 울고있었다.

라영국은 《내가 발전을 위해 시험연구조에서 나올것을 동무가 먼저 바라지 않았어.》 하고 말하려다가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유치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꽉 다물어버렸다.

의도는 어떠했든 자기는 처녀를 모욕한것이였다. 그리고 자기는 지금껏 무엇인가 처녀에 대하여 다 모르고있은것이였다.

처녀가 오연히 고개를 들었다.

《동지가 우리 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그렇게 말하는거예요? 똑바로 알아두세요. 아버지는 결코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체계를 반대하는게 아니예요. 그에 대해서 동지한테 긴말을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동지가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했든 그에 대해서 나는 리해도 하고 용서도 할수 있어요. 하지만 동지가 신념을 줴버린데 대해서는 용서를 못해요.

동지는 한때 잘못 생각하는 이 전영랑을 깨우쳐주며 얼마나 좋은 말을 해주었어요? 동진 훌륭한 자기 아버지에 대해서 말했지요? 나라의 진보에 기여하게 될 새로운 시험체계개발을 위해 연구조가 밤을 패며 일해서 그것이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는 창조물로 태여날 때 거기에 자기의 지식과 지성이 깃들었으면 자기는 그것을 기쁨으로, 행복으로 여기겠노라고 말했지요?

그것이 한 처녀를 감동시켰고 동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했던거예요. 동진 자기를 되찾아야 해요!》

처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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