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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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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48회 작성일 21-1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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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23

 

그것은 련희가 갈래많은 생활의 길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수 있는 일이라고만 볼수 없는 심각한 체험을 하고 고향인 림산작업소마을로 자진하여 내려온지 한해가 되여오던 어느 이른 가을날에 있은 일이였다.

련희는 담임한 학급아이들을 데리고 과외시간을 리용하여 식물채집을 하러 나무들이 많은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그해따라 도토리풍년이 들었다. 참나무가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도토리가 한벌 깔리였다.

산골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산속에 들어서자마자 웃고 떠들며 저마끔 헤쳐들 갔다. 세찬 남자애들은 멀리로 새여나갔다. 련희는 필요없이 멀리들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으나 장난군 남자애들의 모험심과 승벽심을 통제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끝내는 그 모험군들이 일을 쳤다.

헤쳐간지 두시간쯤 되여 약속한 지점에 다 모였는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던 세 남자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산골짜기의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 오후반나절이나 되였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왔다.

련희는 모여온 아이들에게 흩어지지 말고 길에 내려가 기다리라 해놓고 세 아이들이 사라진쪽을 찾아 깊은 골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아이들의 이름을 소리쳐불렀다.

어디에서도 응답이 없었다. 더럭 겁이 났다. 모험군들이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졌거나 맹수를 만나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바로 련희가 그런 상서롭지 않은 생각을 하는 순간 그닥 멀지 않은 덤불가까이에서 시꺼먼 물체가 움직이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련희는 하마트면 악 소리를 지를번 했다.

검은 물체란 굉장히 큰 곰이였다. 곰이란 놈이 도토리를 주어먹는것 같았다.

련희의 머리속에는 절망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세 아이가 모두 저놈의 곰한테 잘못되였을수 있다는 생각이였다.

련희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그는 곰한테 자기가 피해를 입을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에 무작정 헤덤비며 그 애들을 찾았다.

배가 부르도록 도토리를 잔뜩 주어먹은 령리한 곰은 웬 불법침입자가 자기의 령지에 나타났는가 해서 멍하니 쳐다보다가 골안이 드르렁 울리도록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련희는 자기가 곰을 더 놀래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기만 하면 당장에 곰이 자기를 해치려는줄 알고 달려들것 같았다.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앞이 새까매서 있는데 멀리에서 《련희선생-》 하고 자기를 찾는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돌아보니 련희네 분교앞으로 자주 지나다니는 대형림산차운전사였다. 그에게서 얼마쯤 떨어진 뒤에는 바로 련희가 찾아떠난 세 모험군사내애들이 따라오고있었다.

곰은《령지》의 침입자가 자기를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것을 알았던지 아니면 새로 나타난 사람들때문에 겁을 먹었던지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련희는 그제서야 맥살이 탁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난 또 선생이 곰밥이 됐는가 했지요.》

몸이 한줌만 해가지고 물속에라도 들어갔다나온듯 온통 땀에 젖고 얼이 죄다 빠져버린 련희를 내려다보며 사나이는 싱글싱글 웃고있었다. 하얗고 가지런한 이발이 활짝 드러나는 상쾌한 웃음을.

알고보니 이 골안막바지에 들어와 곰을 먼저 만난것은 련희의 속을 새까맣게 태워준 세 남학생이였다.

뜻밖에 가까이에서 곰을 만난 어린 모험가들은 그놈이 성난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달려들려는줄로 알고 혼쭐이 빠져 달아난다는것이 학급의 모임장소가 아닌 왕청같은 곳으로 떨어졌다. 겨우 모임장소로 가서야 선생님이 자기들을 찾으러 떠났다는것을 알았으며 일이 될 때라 그 시각에 림산작업소의 대형자동차가 나타난것이였다.

《이 골안이 무슨 골안인지 압니까?》 골안을 내려오면서 운전사가 말했다. 《곰골입니다. 곰이 나오는 골안이라고 해서요. 하하. 선생님의 저 어린 친구들이 곰아구리에 제발로 찾아들어갔댔지요.》

련희는 그 쾌활한 운전사가 온몸이 물주머니가 되여 허탈상태에서 깨여나지 못하는 자기의 기분을 돌려세우자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한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청년의 기분상태에 말려들어가 조금후에는 웃기도 했으며 초췌해진 자기의 모습을 두고 부끄러워도 했다.

《동무는 왜 언제봐야 얼굴색이 밝지 못합니까?》 대형자동차가 서있는 도로에 거의 내려왔을 때 운전사가 물었다.

련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운전사가 자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았다는것도 여직껏 모르고있었지만 사람들의 눈에 자기의 모습이 그렇게 비쳐졌다는것을 자신은 생각지도 못했던것이였다.

《동무는 웃을 때에도 얼굴에 수심이 비껴있습니다.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괴로워하는것을 보면 난 속이 좋지 않습니다.》

곰처럼 둔해보이는 대틀의 체격에 항상 벙글거리는 운전사가 그렇게 남의 심리를 들여다보는데 예민한것은 놀라운 일이였다. 그것이 그의 천성인지 아니면 한 녀자에 대한 렴치없다고 할수 있는 남다른 관심의 결과인지는 알수 없는것이였다.

《밝은 기분을 가지고 사십시오. 괴로운것이 있으면 털어버리십시오. 동무야 순진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닙니까. 동무가 진짜 밝은 기분을 가지면 나도 마음이 즐거워질것입니다.》

그의 마지막말이 련희로 하여금 많은것을 생각하게 했다. 결코 운전사가 그 말을 사나이로서의 그 어떤 위선이나 리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한것이 아니며 깨끗한 의협심을 가지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말 그런 사람이였다.

사랑은 서로 아무런 고백이나 약속도 없이 이루어졌다.

한해후에 그들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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