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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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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67회 작성일 21-12-0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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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14

 

이런 일이 있을줄을 광우는 생각도 못하고있었다.

아침에 김광우가 시험장에 나가 사람들을 모여놓고 모자라는 콤퓨터며 발동발전기며 그밖의 필요한 설비와 일부 부분품들을 해결할 방도를 토론하고있는데 시건설사업소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정문에서 알려왔다.

누군가 해서 나가보니 키가 커서 휘우듬해보이는 사나이가 멀리서부터 김광우를 알아보고 성글성글한 이를 활짝 드러내며 싱글싱글 웃었다.

김광우의 얼굴에도 반색의 미소가 활짝 피여났다. 이틀전에 건설사업소에 전기선문제때문에 들렸다가 나오는 길에 만났던 그곳 운전사, 오문형학생의 아버지였다.

그때 시원림사업소에 들어가 일하는 아들녀석이 소원대로 이번에 중앙대학 추천을 받았다고 기뻐하던 사람이였다. 그는 손에 휴대용콤퓨터가방을 들고있었다.

《문형이 아버지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손님은 벙글거리면서도 찾아온 용건을 선듯 말하기 어줍어했다.

《일이 있어 왔겠는데 마침이요. 시험장에 올라가서 말합시다. 문형이가 대학입학시험을 치게 될 원격시험장 구경도 해야 할게 아니요.》

광우는 왜서인지 그가 찾아온것이 반가왔다. 그를 데리고 원격시험장으로 올라왔다.

《우리 아들녀석도 이제 여기서 대학입학시험을 치게 된단 말이지요?》

감시촬영기가 설치되여있고 콤퓨터들이 놓여있는 시험장안을 둘러보며 그가 감동되여 하는 말이였다.

《허허, 도안의 인재감들이 다 여기와서 지망하는 대학에 입학시험을 치게 되오. 그 집 문형이도 요즘은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겠구만. 엉큼한 녀석!》

전정가위질을 절컥절컥하며 대학추천에서 미끄러진 자기의 심기를 영어로 경솔하게 토설하다가 슬그머니 뺑소니를 치던 애숭이로동청년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며 광우는 빙긋이 웃었다.

《시험공부때문에 온밤을 랭방에서 보내지요. 원래 그녀석이 지독한 성미인데 더운 방안에서 공부하면 해이되여 졸리기만 한다는거지요. 그래서 일부러 비워두고 창고로나 쓰는 랭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공부하지요. 하긴 그녀석이 바쁘게는 됐지요. 입학시험에서 떨어졌다가는 인민반사람들한테 회초리찜질을 당하게 될 판이니까요.》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회초리찜질이라니?》

《우리 인민반장이 그랬지요. 〈너 이녀석, 머리 좋은걸 믿구 땡땡이를 부리다가 대학시험에서 떨어져 인민반 망신만 시켰단 봐라. 온 인민반이 모여들어 회초리찜질을 할테다!〉 하고 엄포를 놨지요.》

광우는 소리내여 웃었다. 그런데 눈굽은 쩌릿해왔다.

《도안의 그 많은 수험생들이 다 온다는데 그들을 치르자면 우선 콤퓨터대수가 많아야겠지요?》

손님이 정색해서 묻는 소리였다.

광우는 웃음을 거두며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

《콤퓨터시험때문에 우에서 내려온분들이 뛰여다니는걸 보면서 우리가 뭘 도울게 없을가 하고 생각해보다가 이걸 가져왔습니다. 군대에 나간 우리 맏이녀석것인데 돌려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콤퓨터야 또 구하면 되는거지요. 원격시험이야 해마다 있게 되겠지요?》

그제서야 그가 들고있는 콤퓨터가방에 눈길이 갔다.

가슴이 불시에 무둑해왔다. 무슨 말인가 해야겠는데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최윤호가 얼굴이 뻘개서 몹시 민망스러워하는것을 보았다. 그의 심리가 리해되였다.

왜서인지 차츰 마음이 언짢았다.

《성의는 고맙소. 하지만 문형이 아버지, 이제 문형이가 대학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소. 더구나 군사복무를 하는 아들이 돌아와서 애용하던 콤퓨터를 찾으면 뭐라고 하겠소. 콤퓨터가 없어서 시험을 못 치르지 않소.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도로 가져가오.》

《물론 국가가 하는 일이니 콤퓨터때문에 시험을 치르지 못하지야 않겠지요. 하지만 받아주십시오. 군대에 나간 아들녀석으로 말하면 리해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집에 콤퓨터야 또 생기면 되는거라구요.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을 돈 한푼 안 받고 지금껏 공부를 시켰고 다 자라니까 또… 대학에… 그런데 고마운 나라에 보답은 못한다 해도 이 콤퓨터 한대가 뭐란 말입니까!》

그는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그것은 나라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였다.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최윤호를 돌아보았다. 동무는 저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소? 하는 말이 쏟아져나오려는것을 참았다. 로동자가 보는 앞에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이 깊어졌다. 표정은 각이해도 하나같은 생각을 하고있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에 뿌리를 두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그들은 생각하고있었다.

로동자는 돌아갔다. 그도 일이 바쁜 사람이였다.

책상우에는 그가 가져온 콤퓨터만이 놓여있는데 너렁청한 방안에는 《고마운 나라에 보답은 못한다 해도 이 콤퓨터 한대가 뭐란 말입니까?》하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여전히 울리는듯 했다.

바로 그 시각, 푸릿한 서기에 잠긴 한적한 교외의 산골길로 승용차 한대가 기우뚱거리며 천천히 가고있었다. 물동을 실은 숱한 차들이 다니면서 패인 자리가 많아진 토사도로였다.

《허, 이 사람들이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도로관리엔 낯을 돌리지 않았군.》

차안에 앉아가면서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는 50대의 둔중해보이는 사나이는 이곳 도당책임일군이였다. 도로관리를 등한시했다고 하면서도 일군들을 탓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이제 이 겨울만 나면 발전소로 가는 이 도로를 곧게 펴고 포장하는 공사를 하게 되는것이였다. 유리판처럼 매끈한 도로의 량옆에는 꽃이 오래 피여있는 코스모스를 심을것이다. 하얀 조약돌로 일매지게 장식을 하고. 그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멋쟁이 새 발전소를 보아주시려 코스모스가 활짝 피여나 그윽한 향기를 날리는 하얀 세멘트포장도로로 오시게 될 그날을 기쁨속에 그려보았다.

도당책임일군은 아침일찍 한창 건설중에 있는 교외의 발전소건설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 도자체의 힘으로 어벌이 크게 건설하는 용량이 대단한 발전소이다. 경사급한 산중턱으로 굽이굽이 길을 내고 인적없는 골안에 언제건설의 첫 발파소리를 울릴 때까지만 해도 자기 힘을 믿지 못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막연하게만 생각되던 공사였다.

도당책임일군은 기분이 대단히 좋았다.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며 건설하는 발전소가 드디여 인차 준공을 할수 있게 된것이였다. 이제 거기서 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많은것이 풀리게 될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내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새로 현대화하면서 능력확장한 기초식품공장이며 신발공장이며에 전기를 충분히 대줄수 있다. 이제 또 무엇을 할수 있을가? 살림집을 더 지어야지. 전쟁로병들을 위한 료양소도 새로 지어야지. 도소재지에도 현대적인 살림집들을 더 짓고 군들에도 건설바람을 일구어 군소재지들부터 일신해야겠다. 무어니무어니 해도 농민들을 잘살게 해야 해. 그 사람들한테 도시부럽지 않게 현대적인 문화주택들을 더 많이 지어주어야지.

책임일군이 흥에 겨워 벙실거리며 희한한 공상을 펼쳐가는 사이에 승용차는 기본도로에 들어섰고 인차 정다운 도시의 거리우를 달리였다.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업대학현판이 보이자 책임일군의 머리속에는 문득 하나의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며칠전에 도교육부문을 맡아보는 한 일군으로부터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과 관련해서 평양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시험장소로 정한 공업대학을 보자 준비가 어떻게 되였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그는 곧장 원격시험장소로 정해져있는 대학도서관 2층으로 올라갔다.

최윤호와 함께 몇사람이 시험장안에 있다가 그를 맞이했다. 그들중 평양에서 내려온 부국장이란 사람은 며칠전에 도당에 찾아왔기에 만나준적이 있었다.

《수고들 하십니다.》

도당책임일군이 먼저 누구에게라없이 인사했다.

최윤호가 그에게 김광우를 소개했다.

《알고있소.》 책임일군은 인사하는 김광우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였다.

《우린 구면이지요? 동무들이 추운 날씨에 우리 도를 도와주러 내려와서 수고가 많겠습니다. 우리가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해서 안됐습니다. 그래, 애로되는것이 많겠지요?》

《처음 하는 일이 아닙니까.》

책임일군은 소탈하면서도 예민한 사람이였다. 《처음 하는 일이라…》하고 부국장의 말을 혼자소리로 되뇌이였는데 걸리는것이 참말로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소리로 들은것이였다.

그는 책상들만 들여앉히고 그우에 놓여있어야 할 콤퓨터는 절반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는 넓은 시험장안을 묵묵히 둘러보다가 가까이에 따로 놓여있는 휴대용콤퓨터에 눈길이 갔다.

《이건 뭔가요?》 하고 그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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