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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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31
김호성조장이 아침모임에서 자기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하여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던 그날이였다. 광우부국장은 통일거리쪽에 일이 있어 건너왔다가 시험연구조쪽에서 나오는 라영국의 애인을 띠여보고 소형뻐스를 세우게 했다.
《거 학선부상동지의 딸이 아닌가?》
차가 옆에 다가와서면서 김광우가 소리치는 바람에 처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서 돌아보았다.
처녀는 자기 집에 한번 왔던적이 있는 김광우를 알아보고 무척 바빠하며 인사를 했다.
광우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옳구만. 강건너가면 타라구. 뭘 그러구있나?》
《저… 전… 뻐스를 타고…》
《타라니까 그러누만. 어서.》
운전사까지 빨리 타라고 말해서야 처녀는 옹색해하며 차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때같으면 얼싸좋아라 하며 냉큼 올랐을것인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못되는것이였다.
《영랑이라고 했지? 애인한테 갔댔나?》 차가 떠나자 김광우가 물었다.
처녀는 대답이 없었다. 왜서인지 별로 새침한 표정이였다.
광우는 껄껄 웃었다.
《우리 영국동무하고 싸웠나?》
《그 사람 이젠 나하구 관계없습니다!》
광우는 어마지두 놀랐다.
《관계가 없다니? 허, 이것봐라. 그건 무슨 소린가?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말하라구. 그 친구가 우리 영랑동무한테 못되게 굴었으면 내 혼쌀을 내주지.》
처녀는 혼쌀을 내주겠다는 소리에 언제 라영국이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던가싶게 생긋이 웃었다. 라영국이 자기네 상급앞에 벌받는 학생처럼 꼿꼿이 서서 욕먹는 광경이라도 떠오른 모양이였다.
처녀는 인차 다시 새침해지며 방금 정문에 찾아갔다가 애인한테 《수모》를 당해야 했던 그 일에 대하여 말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라영국은 처녀가 찾아온데 대하여 별로 반가와하는 기색은 없이 오히려 공연히 짜증을 냈던것이였다.
김광우는 속으로 웃음이 나가려는것을 참으면서 짐짓 성난체 했다.
《아니, 처녀를 사랑한다면서 그렇게 수모를 한단 말이요? 그 사람 머리좋은 수재인데다가 실력이 특출해서 앞으로 원사감이라구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니까 교만해져서 애인도 몰라보는게 아니요? 그 친구가 그렇게 나오면 영랑동무, 싹 그만두라구. 세상에 그 친구보다 월등한 총각이 없을라구. 이 부국장이 직접 말하겠소. 영랑동무를 다시는 넘겨다보지 말라구 말이요.》
《그런건 아닙니다.》 급기야 처녀의 입이 열리였다. 《그 동지한테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데…》
광우는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만한 총각도 쉽지 않지. 지금이야 과학의 시대가 아니요. 과학을 알아야 시대의 전렬에 당당히 설수 있는게 오늘의 시대지. 그 라영국이 장차 큰일을 할 재목이요. 지금은 콤퓨터원격시험프로그람을 훌륭히 완성해서 당에 기쁨을 드리자고 눈에 피발이 서는것도 모르고 일을 하지. 콤퓨터시험이라는것을 아직 리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이제 보오. 우리 라영국동무랑 큰일을 치지 않나.》
《저…》처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서슴어했다.
김광우는 의아해서 돌아보았다.
《왜 그러나?》
《콤퓨터원격시험이라는것을 리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라는건… 우리 아버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 아닙니까?》
처녀가 그렇게 말할만도 했다. 언젠가 라영국이 신통히 그런 말을 했던것이였다.
광우는 그런 내막을 짐작하면서도 모르는척 하며 껄껄거리였다.
《왜?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적이 있나?》
《아닙니다. 그저…》
《부상동지야 뭘 그러겠나. 학식이 대단한분인데. 오히려 우리 일을 리해하고 지지해주오. 사실 부상동지가 콤퓨터원격시험에 대하여 사람들앞에서 말해주는 한마디한마디는 참 중요하오. 부상이 아니요. 우리가 고맙다고 하더라는걸 아버지한테 가서 말씀드리라구.》
《…》
《그리고 우리 라영국동무를 마음껏 사랑하라구. 진심으로, 사랑은 진심이면 다요. 사랑은 오해를 안한다고 했소. 그건 바로 진실한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이요. 내 말을 명심하라구.》
그것은 어쩌면 그의 인생체험이 집약된 말이기도 했다.
전학선부상에게서 요즘 새로운것이 감촉되였다.
부상은 어쩌다 광우부국장을 만나면 콤퓨터원격시험준비가 어떻게 돼가는가? 뭐 도와줄것은 없는가고 별로 관심을 가지고 묻는것이였다. 게다가 책임부원이 그의 방에 일이 있어 들어갔다가 나와서 부상이 어느 대학 학장과 전화를 하면서 콤퓨터시험의 필요성과 그것이 능히 가능하다는데 대하여 말하더라고 한다음에도 여러 사람이 김광우를 만나 꼭같은 소리를 했다.
어느날 전학선이 강연회장소로 가면서 광우부국장을 만나 《부국장동문 언제부터 젊은이들의 련애에 그리도 관심이 높아졌소?》하고 웃으며 물었다.
광우는 그가 묻는 뜻을 어렵지 않게 깨닫고 싱긋이 웃었다.
《젊은이들의 사랑이야 지켜주어야지요.》
《그렇소? 거 아주 멋있는 〈인도주의〉로군. 그런데 급행렬차소리는 뭐요? 그 급행렬차에 이 부상의 자리가 비여있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소리가 돌아간다던데. 우리 딸년이 다 알고 하는 소리요.》
《그 빈자리가 이제는 채워진셈이지요. 전부상동지가 그만하면 제때에 올랐으니까요.》
《그러니 이 부상을 정말 부정인물로 봤다는 말이군.》
《사실대로 말하면 부상동지가 나서지 않은건 다른 요인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거야말로 나라에 더 큰 손해를 주는 패배주의이지요. 다 아는 사람들의 패배주의.》
《다 아는 사람들의 패배주의라… 이거 신랄하구만.》 부상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심각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동무말이 옳소! 우리 현실에 그런 현상은 없어야지. 누구나 깨끗한 량심을 지니고 나라일에 발벗고 나설 때 우리 일이 잘되고 더 좋은 미래가 오는것이지. 문제가 있는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의 머리속에 굳어진 인식은 어쩔수 없는것으로 여기면서 공연히 어째보려고 나섰다가 가깝거나 리해관계가 있는 사람들한테서 밀려나 문제는 해결도 못하면서 자기만 손해를 볼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던. 잘못됐다는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을 용기는 내지 못하고 지켜보며 걱정만 한다면 그 사람을 반동은 아니라고 할수 있어도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지.》
《바로 부상동지도 그랬지요.》
《이 사람이!》
둘은 서로 마주보며 화목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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