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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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29
그날 광우는 중학교 교장들을 만나고 돌아와서도 회의며 사업총화며 그밖의 잡다한 일들에 치우다나니 퇴근시간이 퍼그나 지나서야 여느날과 다름없이 조용해진 자기 방에서 콤퓨터와 마주앉았다. 오늘래일중으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부서에서 교원들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단행본으로 낼 계획을 하고 반년째 품들여 준비해온 원고가 드디여 완성되였는데 출판사에 넘겨주기 전에 미흡한데가 없는지 다시한번 검토해봐야 하는것이였다.
교육이 발전되였다고 하는 여러 나라들의 경험과 교육정책이 그어지는 동향자료들, 교육발전의 길을 모색하면서도 여러가지의 원인으로 하여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깐힘을 쓰고있는 일부 나라들, 교육에서의 침체로 하여 산생되는 여러가지 사회적문제들을 안고있는 나라들의 실태자료들을 묶어놓은 도서였다.
광우는 자자구구를 따져가며 한참 원고내용을 들여다보다가 잠시 머리휴식을 하려고 콤퓨터에서 눈길을 뗐다. 머리휴식을 해야겠다고 했지만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 꽉 차서 떠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어이없는 일들, 가슴아픈 일들도 얼마나 많은가! 과학과 기술이 발전되였다고 하는 나라에 현대과학지식은 고사하고 제 이름자도 변변히 쓸줄 모르는 사람들이 수다하다는것을 우리 사람들이야 어디 상상이나 할수 있는 일인가?
지구우에는 빈곤지대만 있는것이 아니라 문맹자촌도 있다. 사람은 살고있으나 학교가 없는 지역도 있다.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자기를 배워준 교원을 복수적으로 구타하고 엄청난 학비를 댈수 없어 자살의 길을 택하거나 불량행위에 나서기도 한다.
더 가슴아픈것은 놈들때문에 분쟁지역으로 된 나라들에서 한창 배워야 할 수많은 아이들이 국가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방랑의 길에 나서는것이다. 국제사회계가 그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호소하고있지만 과연 해결될것인가?
광우는 생각했다. 우리 나라는 얼마나 좋은가!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마련해주시고 꽃피워주신 가장 우월한 교육제도가 있어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고상한 도덕품성과 현대적인 과학지식으로 무장한 미래의 주인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있으며 그토록 어려웠던 지난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학교들에선 배움의 종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우리 나라를 인재강국으로 일떠세우실 원대한 구상을 안으시고 교육혁명의 불길을 지펴주시였으며 조국력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12년제의무교육을 실시하시였다.
조국번영의 거대한 기틀을 마련해주신 원수님의 뜻을 받들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분투해야 하겠는가?
광우의 생각은 여기서 끊어졌다. 정문에서 전화가 올라왔다.
오련희라고 지방에서 올라온 녀손님이 찾아와서 광우부국장을 급히 만나고싶어하는데 어떻게 하라는가고 물어오는 전화였다. 면회시간이 퍼그나 지난 뒤에 찾아온 손님이여서 안된다고 자르는데 손님이 끈질기게 사정하는 모양 어지간히 딱해하면서 하는 전화였다.
《그 녀자가?》
광우는 오련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반가운 생각부터 앞섰다.
그 녀교원에 대하여 광우는 특별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있었다. 그것은 그 녀자의 맑고 상냥한 목소리와 깨끗한 웃음과 가식이 전혀 없는 거동에서 느껴지는 정결함때문만이 아니였다.
한 수재학생의 미래를 위해 평양에 왔다는 녀교원, 입술이 까칠하게 터가지고 갑문다리우에 서있던 그의 모습이 광우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것이였다.
《기다리라고 하오. 내 인차 내려가겠소.》 찾아온 손님이 가버릴가봐 그러기라도 하는듯 송화기에 대고 황급히 말했다.
광우는 급히 콤퓨터를 접어버리고 정문으로 내려가 오련희를 만났다.
녀교원옆에는 중학생이 호위병처럼 붙어서있었다.
광우를 보는 그 녀인의 얼굴에서 반색의 미소는 인차 사라졌다. 그대신 그 어떤 긴절한 사연을 안은듯 한 표정으로 변하였다. 그것이 김광우를 긴장하게 했다. 하긴 어찌다 우연히 알게 된 일군을 이런 늦저녁에 찾아왔을적에는 무슨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일것이다.
《어떻게 찾아왔소?》
《이렇게 찾아온걸 용서하십시오. 실은 급한 일이 생겨서…》
오련희는 자기가 한렬차를 타고오면서 강수영이를 통해 알게 된 그와 김호성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강수영이 광산으로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김호성의 대답을 듣기 위해 전화로 만나자는 의향을 전했으나 매정하게 거절했다는데까지 이르렀을 때 광우는 기가 막혀 《허.》 하고 맹랑한 소리를 내질렀다. 김호성이 그렇게 매정한 인간이였단 말인가! 처녀가 헐치 않은 결심을 하고 스스로 찾아왔는데 그런 모욕을 안기다니!
《그래, 그 강수영이란 동무가 지금 어데 있소?》
《기차타러 나갔습니다. 오늘 내려가겠다고 역으로 나가는걸 제가 조금전에 만났으니까요. 전 호성동지한테 무조건 수영동무를 만나야 한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좋은 녀자를 영영 놓친다고… 그런데 호성동진 오히려 저더러 공연한 참견을 말라는겁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부국장동지를 찾아온것입니다. 부국장동지, 수영동무를 꼭 만나주십시오. 그를 그냥 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그들 두사람은…》
《알겠소, 알겠소.》
광우는 더 생각할것 없이 오련희와 함께 평양역으로 나갔다. 그는 차안에서 줄곧 김호성을 욕했다.
그들은 하마트면 강수영을 만나지 못할번 했다. 역안내방송으로 한참 지하기다림칸에서 북방행렬차의 차표를 찍어드린다고 알리는중이였다.
거기 나들문앞에 늘어선 손님들속에서 다행히 그 처녀를 찾아냈다. 긴 말을 할 사이가 없었다.
오련희가 의아해하는 처녀에게 부국장을 소개했다.
《련희선생한테서 다 들었소. 물론 지금은 괴로울거요. 하지만 우리 호성동무를 리해는 해야 하오. 그 동무는 그럴수 있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마오. 나는 동무들의 일이 잘되리라고 생각하오. 그건 동무들이 다같이 하나의 훌륭한 지향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기때문이요. 자, 빨리 나가오. 급행렬차야 제시간에 떠나야지.》
광우는 웃으며 그를 나들문으로 떠밀었다.
광우와 오련희 그리고 중학생은 오래도록 떠나는 렬차를 손저어 바래웠다.
뿌웅― 불밝은 역구내에 울리는 기적소리. 작별의 서운한 마음을 안고 홈에서 바래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렬차는 평양을 떠나간다. 서로 헤여지는 서운함만을 싣고가는 렬차인가? 인간의 각이한 감정을, 사연많은 생활을 싣고 역구내를 떠나가는 렬차, 저기 어느 차칸엔가 강수영이 타고있을것이다.
내가 말은 해주었지만 아직도 마음은 괴롭겠구나! 눈물이 그렁한 처녀의 얼굴이 광우의 눈에 아프게 비쳐들었다.
(참, 사람두!)
부지중 속으로 김호성을 원망하는 소리가 나갔다.
《선생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오?》
렬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다음에야 오련희에게 관심이 가며 그 녀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려관으로 가겠습니다. 부국장동지, 오늘 정말 미안합니다. 일바쁘신 부국장동지를 제가…》
무척 미안해하는 그 녀자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광우는 밝은 낯색을 지어보이였다.
《선생이 미안해할건 없소. 저 강수영이란 동무도 헐치 않은 녀성이지만 련희선생도 좋은 동무요. 우리 생활이란 이래서 아름다운것이지! 그래 련희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오?》
오련희는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에 어안이 벙벙해서 부국장을 바라보았다.
광우는 기분이 좋아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세상의 만가지 기쁨중에서 제일 기쁠 때가 언제인가 말이요. 난 이렇게 생각하오.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였을 때가 제일 기쁜게 아닐가 하고 말이요.》
《…》
《갑시다. 내가 선생네를 려관까지 바래주지.》
칭찬을 받은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며 말이 없던 오련희는 급기야 바빠맞아 황황히 소리질렀다.
《아이, 됐습니다, 부국장동지. 우리끼리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 차에 가자구.》
려관으로 가면서 광우는 옹색해하는 오련희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이 중학생 수학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더구만. 내 우리 사람들한테서 다 들었소. 그래 언제 내려가겠소?》
《사흘후에 내려가겠습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현지지도하신 김정숙평양방직공장이랑 평양시내 많은 곳을 가보았습니다. 래일은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 가보겠습니다. 거기 가서 과일가공공장도 돌아보고… 기일이 있으면 다른데 더 가고싶은데 방학기간이 얼마 안 남았단 말입니다.》
오련희는 정말 아수해하며 말했다.
《허, 그만하면 이번 방학기간에 수확이 대단하오!》
광우는 가슴이 쩌릿해왔다. 정말이다! 생활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이 아련한 녀자의 가슴속에는 보석같이 깨끗하고 그지없이 아름다운 꿈이 가득 들어있구나!
《내가 도울 일은 없겠소?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선생인데. 주저하지 말고 말하오.》
《아이,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부국장동지랑 말해주어서 시험연구조선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저녁엔 또…》
려관에서 헤여질 때 광우는 중학생에게 말했다.
《학생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우리 나라를 빛내이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거라!》
광우는 돌아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하다. 선선한 기운이 페부로 흘러든다.
(아, 좋은 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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