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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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18
아래층에 있는 식당에 내려가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와 모여앉아 잠시 이야기판을 펴는것은 시험연구조의 고정된 일과처럼 되여버렸다.
인간은 생활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사는 존재여서 갈망하는것도 많고 자기가 생각하는것 그리고 자기가 알고있는 하찮은 정보까지도 친구들과 공유하고싶은 심리가 드문히 작용하기마련이지만 대체로 마음껏 웃고 떠들수 있는 이 시간은 온 하루 콤퓨터앞에 앉아 긴장하게 일하는 시험연구조성원들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였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누군가 좀 과장하여 《한담회》라고 명명해놓은 이 저녁시간의 주제가 좀 달라졌다. 한것은 대학의 강좌나 연구실들에 적을 두고있으면서 위원회에 올라와 전국적인 원격시험을 위한 프로그람개발전투를 벌려오는 연구조성원들에게 자기들의 전망문제를 놓고 결심채택을 해야 하는 정황이 조성된것과 관련되는것이였다.
지금까지 림시로 조직되여 운영해오는 시험연구조대신에 위원회적인 조치로 시험정보과가 나오게 되는것이였다. 그러니 저녁시간의 《한담회》는 자연히 시험정보과에 그냥 남아있겠는가 아니면 자기 강좌나 연구실로 돌아가겠는가 하는데로 화제가 흐르기마련이였다.
《우영심선생은 어떻게 하겠소? 강좌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소?》 저녁식사를 하고 먼저 작업실로 올라와앉아있던 남자들속에서 김승호가 뒤늦게 들어서는 그 녀자를 보고 히죽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30대 중엽의 한창나이에 유별나게 이마가 벗어진것이 동료들속에서 안해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결과라는 유모아의 대상이 되고있는 김승호는 그자신이 웃기는 소리 잘하는 기지있는 이야기군이다.
우영심은 잘못하다가는 또 그의 《그물》에 걸려들어 입심사나운 남자들의 웃음거리가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 《승호선생일이나 생각하세요.》하고 한마디 하며 텔레비죤앞에 가앉았다. 그 바람에 김승호는 좀 멋적게 되였다.
사실 우영심은 그러지 않아도 요즘 저녁시간의 《한담회》에 끼여들 형편이 못되였다. 저녁식사후에는 텔레비죤앞에 잠간 앉아 보도나 듣고는 인차 자기 방으로 건너가군 했다. 《사랑과다증》에 걸린 남편때문이 아니라도 요즘 머리 쓸 일이 많은 우영심이였다. 그는 남편한테 맡기고 올라온 소학교에 다니는 딸애의 일에 어머니로서 관심을 돌리지 않을수 없는 처지여서 그때문에 내가 시험정보과에 떨어지면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거리나 될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은 때에 일에서 속도가 굼뜨다고 김호성조장한테서 매일과 같이 말을 듣는것이였다.
《사실이야 승호동무의 일이 더 바쁘지. 시험정보과에 떨어지면.》 평시에 말수더구가 적으면서도 어쩌다 한마디 끼여들면 엉큼한 소리를 곧잘하는 최광남이 시물시물 웃으며 하는 그 말은 김승호의 때이르게 벗어진 이마를 념두에 둔 유모아가 분명했다.
김승호는 옆에서 동무들이 저를 두고 슬금슬금 웃고있는줄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별로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요즘 생각이 많아. 이렇게 붙잡혀있으면 박사론문은 언제 쓰겠어?》
《그건 잘못된 생각이요. 박사도 돼야지. 그런데 시험정보과에 발을 붙이고 여기서 박사론문을 쓰란 말이요. 안 그런가? 동무들.》 시험연구조의 년장자인 량원일이 점잖게 하는 말이였다.
이런 때엔 사랑의 곡절을 한차례 겪고난 라영국이 《료리대》에 올라 얼굴이 뻘개있을것인데 어째서인지 오늘 저녁은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량원일이 던진 한마디 말에 각이한 반응이 일어나고있을 때 무슨 전화를 하느라고 자기 방에 들어가있던 김호성조장이 문가에 나타났다.
왜서인지 그의 얼굴색이 밝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이 방안에서 벌어지는 화제가 그의 신경을 자극한듯 했다.
《이러니 우리 일이 잘될게 뭐요? ! 우영심동무 보란 말이요. 량선생의 채점봉사프로그람은 동무가 맡은 외국어문제작성이 늦어지기때문에 이제 겨우 50프로계선이요. 이 속도로 나가면 동무가 맡은 외국어과목문제자료기지구축을 어느 세월에 끝내겠소?》
텔레비죤앞에 앉아있던 우영심이 세월소리에 대뜸 성을 냈다.
《아니, 이 우영심이보군 왜 자꾸 그래요? 제가 맡은 영어과목은 제가 책임질테니 걱정마십시오.》
《아무때건 내놓기만 하면 책임을 다하는거요? 다음해 시험이 눈앞이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어디 한담판에 끼울 형편이 됐소?》
우영심이 텔레비죤앞에서 일어나 찬기운을 풍기며 자기 방으로 씽 건너가버렸다.
그바람에 방안의 공기가 썰렁해졌다. 남자들 대다수가 우영심이 당치 않은 비판을 받았다고 동정하며 조장을 나무라는 눈치였다.
그것을 느낀듯 김호성이 뭐라고 화가 나서 중얼거리며 다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김승호가 옆에 있는 최광남의 옆구리를 툭 치며 조장이 사라져버린 나들문쪽을 눈짓했다. 저 사람 오늘 왜 저래? 하는 표정이였다.
최광남은 대답대신 흥 하고 언짢은 코소리를 내질렀다.
《그만들 하오. 책임자야 우리 일이 늦어져서 위원회적인 계획이 튈가봐 걱정되여 그렇게 말할수 있는거지 뭘. 누구든지 책임자가 돼보오.》량원일이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무슨 일이 있는지 스적스적 방에서 나갔다.
《하긴 그렇다더군. 누가 그러는데 일단 책임자가 되니까 데리고있는 대원들은 다 건달을 부리는것처럼 생각되더래. 우리 조장선생도 아마 그런 모양이지?》
량원일의 뒤에서 김승호가 악의없이 한마디 했다. 좋은 분위기를 되살리자고 해보는 소리였다.
아닌게아니라 흐하 하고 웃음파도가 일어났다.
량원일은 곧장 조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김호성은 콤퓨터를 마주하고앉아 특별히 하는일없이 덤덤해서 창문너머를 내다보고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조장동무.》
《…》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하는것 같아 그러는거요.》
《내 기분이 어쨌다는겁니까?》
퉁명스러운 조장의 말에 량원일은 화를 냈다.
《그렇다면 이자 그건 뭐요?》
《내가 어쨌다는겁니까?》
《그러지 마오, 조장동무. 자기 사람들을 뭘로 아는거요? 동문 사람들을 모욕했단 말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책임자란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되겠소? 온 하루 콤퓨터앞에 앉아 긴장하게 정신로동을 하던 동무들이 저녁시간에 잠간 모여앉아 머리휴식을 좀 하는 그 귀중한 분위기를 조장이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깨버렸소.》
《…》
《우리 사람들가운데 뭐 건달군이라도 있소? 조장동문 우영심동무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가슴에 맺히는 말을 했는데 그런게 아니요. 어떻게 하면 훌륭한 창조물을 내놓겠는가 사색도 많이 하고 밤을 패가면서 일한단 말이요. 그 동무라고 마음써야 할 일이 없겠소? 아이어머니가 아니요.
동무들이 시험정보과에 떨어지는것을 두고 마음쓰는것도 그렇소. 누군들 자기 발전문제를 놓고 생각하지 않겠소? 더우기 우리 동무들은 모두 젊고 자기 전공과목에선 한다하는 수재들이요. 그 사람들이라고 명예가 귀중하지 않겠소? 하지만 나라의 진보에 하나의 고임돌이 되고저 군말없이 새로운 시험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정력을 쏟아붓고있단 말이요. 그런데 조장동무가 그러니 섭섭하구만.》
고개를 짓수굿하고있던 김호성이 머리를 들어 원망과 고뇌가 깃든 이상한 눈으로 량원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한순간이였다. 그는 다시 머리를 떨구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한숨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량원일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성격이 소탈하여 사람들과 관계가 좋고 무슨 일에서나 적극적인 김호성에게서 이런 일은 처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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