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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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27
드디여 도안의 수험생들이 빠짐없이 참가한 가운데 첫 대학입학원격시험의 날이 왔다.
김호성이며 정성금은 아침부터 흥분되였다. 그중에서도 김호성은 더우기 안절부절했다. 새로운 탄생의 시각이 아닌가! 이날을 위해서 우리 시험연구조가 얼마나 피타는 노력을 기울여왔던가.
웃음도 많고 괴로왔던 일들도 많았던 나날들이 눈앞에 어려온다. 평양에 떨어져있는 동무들이 그리워진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가시어머니는 지금 어떻게 되였을가?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부국장동지가 다 잘되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강수영이 병원에 가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가 고마왔다. 그런데 가시어머니가 이 호성을 리해할가? 《가야 할 출장이라면 가게.》 하던 로인의 목소리. 그래, 리해할것이다. 새로운 시험방법이 완성되여 드디여 빛을 보게 되였다는것을 알면 기뻐할것이다.
김호성이 두서없는 생각에 잠겨 정성금과 함께 시험장으로 통하는 복도를 걸어가는데 앞에서 오련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험생들로 붐비는 속에서도 그의 유정한 목소리만은 또렷이 알린다.
오련희는 자기의 제자를 붙들어놓고 당부를 하고있었다.
《금동학생, 절대로 덤비면 안돼. 침착하고 또 침착해야 해! 알겠어? 다 아는 문제라고 우습게 생각하면 실수를 할수 있어. 그냥 웃지만 말고 새겨들어.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 다음 답을 입력해야 해!》
《호호. 련희선생, 그러다가 시험을 치기도 전에 학생 머리 터지겠어. 그만 다져넣어. 원, 성미두.》
정성금이 걱정이 많은 오련희를 보고 웃으며 하는 말이였다.
오련희 대신 금동학생이 다가오는 두사람을 보고 싱긋 웃으며 꾸뻑 인사를 했다.
김호성이 오련희를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련희동무, 걱정마오. 금동학생 실력이 높던데 뭘 마음을 놓지 못해 그러는거요? 금동이, 마음을 푹 가라앉히고 시험을 잘 쳐라. 선생님의 당부도 명심하고. 알겠니?》
《알겠습니다.》
봉사기실에 먼저 나와 준비에 빈틈이 없겠는가를 알아보고 나오던 최윤호가 그들을 지켜보고있었다.
그는 조카를 만나 시험을 잘 치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싶었으나 선뜻 다가갈수 없었다. 하여 돌아서다가 꾸뻑 인사를 하는 수험생과 마주쳤다.
어리둥절했던 최윤호는 인차 두툼한 안경을 낀 그 수험생이 누군지를 알아보았다. 별난 연고로 이어진 학생, 자기 최윤호의 인생길에 얼핏 뛰여들어 하나의 괴로운 흔적을 남겨놓은 오문형이였다. 그 청년이 인사를 하는것이였다.
《시험을 잘 쳐라.》
최윤호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 학생과 헤여지고나서 무슨 말을 더 해줄걸 그랬다고 후회를 했다.
첫 시험이 시작되였다.
방금전까지 웅성웅성하던 드넓은 시험장안은 조용해졌다.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아있는 수험생들은 긴장해졌다.
최윤호가 마이크를 쥐고 시험을 주관했다.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동무들을 다시한번 열렬히 축하합니다.》
그의 첫 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용하던 장내가 다시금 바람맞은 숲처럼 흥분으로 술렁이였다.
최윤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용하십시오. 모든 수험생동무들은 긴장하여 콤퓨터에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3분후에 시험문제가 나옵니다. 시간은 60분입니다. 이 시간에 수험생들은 문제풀이를 끝내고 콤퓨터에 답을 입력해야 합니다. 덤비지들 말고 침착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꼭 맞는 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하는 대학에 가서 원대한 포부를 현실로 꽃피울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최윤호의 눈에는 방금전에 복도에서 만났던 오문형학생의 긴장해진 모습이 비쳐들었다. 그는 그 학생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을 하고있었다.
《콤퓨터는 감정이 없습니다. 가장 랭정하게 모든 수험생들의 점수를 정확히 채점하게 됩니다. 그러니 시험을 잘 쳐야 하겠습니다. 이제 1분이 남았습니다.》
수험생들은 콤퓨터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최윤호가 간단간단히 강조하는 말을 듣고있었다.
이제 평양의 종합봉사기로부터 사람의 의사에는 관계없이 자동출제된 시험문제들이 망을 통해 수험생들을 위한 말단콤퓨터에까지 와닿게 될것이다. 그 시간은 1초도 안될것이다.
드디여 수험생들의 콤퓨터화면에는 시험문제들이 현시된다. 첫 시험은 수학이다.
최금동은 까딱 움직이지 않고 시험문제만 들여다보고있다. 시험장안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중에는 그 학생한테 은근히 왼심을 쓰는 녀자가 있다. 정성금이였다.
시험장밖에서는 오련희가 마음을 진정 못하고 기다릴것이다.
정성금은 초조해나기 시작했다.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있게, 혹은 심중한 기색을 하고 답을 찾아 입력하고있는데 금동이만은 여전히 문제를 들여다보기만 하는것이 아닌가. 어째서 저러고있을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저러는것일가? 그러다가 시간이 지났다는 신호가 울리면 어쩔려구!
정성금이 초조해서 마음을 쓰고있는데 금동이 콤퓨터에 달라붙었다. 자신만만해서 건반을 때리였다.
시간이 다 되였다는 신호가 왔다.
매 콤퓨터들에는 그와 거의 동시에 시험성적이 현시된다.
금동학생의 콤퓨터를 내려다보던 정성금은 하마트면 자기도 모르게 환성을 지를번 하였다. 난도높은 문제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만점으로 풀었음을 말해주는 시험점수가 나온것이였다.
한편 오련희는 복도에서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초조해서 기다리다가 문이 미여지게 쏟아져나오는 수험생들속에서 자기의 제자를 찾았다. 그런데 최금동은 어느새 오련희앞에 서있었다.
최금동은 말없이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오련희는 시험을 어떻게 쳤는가고 구태여 묻지 않았다. 물어서 무엇하랴, 웃고있는 제자의 얼굴이 다 말해주는데야.
《만점이다! 만점이야!》
가까이 다가온 정성금이 금동이를 대신하여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용쿠나! 우리 금동이가!》
오련희는 자기도 모르게 금동을 처음 만났던 오래전의 그때처럼 그저 금동이라고 부른것이였다. 그러고나서 한마디도 더 할수가 없었다. 목이 꽉 메였다.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이 나른해왔다. 그 녀자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서 쓰러지지 말아야겠다고 자신을 다잡으며 한참 후에야 겨우 말했다.
《림산마을에서 금동학생이 첫 시험을 잘 쳤다는걸 알면 얼마나 기뻐하겠어! 학생의 어머니랑 작업소소장아저씨랑… 온 마을사람들이…》
오련희는 그 순간 시험장에서 나오는 최윤호와 눈길이 마주쳤다.
이상한 일이였다. 최윤호가 학생모집일군이고 이번 대학입학시험을 주관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련희는 여기 와서 그를 처음 보는것이였다.
그들 두사람의 관계를 알고있는 정성금이 먼저 자리를 피하였다.
《오래간만이예요.》
오련희가 먼저 인사를 하며 금동이를 앞에 내세웠다.
《금동학생, 인사를 해요. 삼촌한테.》
최금동이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했다.
《금동학생이 첫 시험을 만점으로 쳤어요.》 오련희가 말했다.
그 녀자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타매의 빛도 찾아볼수 없었다.
《고맙소, 련희동무.》
《고맙기는 무얼 고맙다는거예요?》
《어제 동무가 금동이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걸 봤소.》
《…》
《저녁에 금동이와 함께 집에 오오. 이건 우리 집사람의 부탁이요. 금동아, 집에 오지?》
《가겠어요, 삼촌.》
금동학생이 흔쾌히 대답했다.
최윤호는 바쁜 일이 있다면서 자리를 떴다.
그는 사실 바쁜 몸이였다. 다음시험을 준비해야 했고 멀리에서 늦어온 수험생들의 숙식조건이 어떠한지 알아보고 대책도 세워야 했다. 그밖에도 그가 할 일이 많았다.
한편 그 시각 김광우는 위원회청사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있는 종합봉사기앞에 앉아있었다.
한시간전에 그는 평양에 도착하여 곧장 위원회로 온것이였다. 그는 1차 대학입학원격시험을 지휘하고있었다.
모든것은 정상이였다.
첫 시험은 성과적으로 끝났다.
종합봉사기의 대형화면에는 1차로 원격시험에 들어간 지방의 시험장이 현시되여있었다.
그는 시험장을 확대시켰다.
화면에는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수험생들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 학생들속에서 광우는 싱글거리는 최금동학생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그는 최윤호를 호출하였다.
그러자 화면은 시험봉사기실로 바뀌였다.
최윤호는 거기에 앉아 무슨 문건인가를 들여다보다가 얼굴을 들었다.
《예, 최윤호입니다.》
어쩐지 그는 표정이 심각해보였다.
《시험과정에 다른 편향이 제기된것은 없소?》
《없습니다. 시험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였고 특히 수험생들이 모두 하나같이 좋아합니다.》
《동무네 도에서 방금 망을 통해 올라온 수험생들의 성적표를 보았소. 김일성종합대학에 추천받은 최금동의 시험성적이 대단하더구만! 오련희선생이 장차 세계적인 수학자가 될것이라고 하더니 수재가 옳기는 옳소. 이번 시험문제들이 어지간히 어려운 문제들이고 풀이방식도 새로운데 만점이더란 말이요!》
《부국장동지.》 최윤호가 갑자기 자책에 잠기며 떠듬거리였다.
《저는… 이번에… 제 이번에…》
끝내 그는 말끝을 채 잇지 못했다.
광우는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그는 껄껄거리며 최윤호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됐소, 됐소. 최동무, 여긴 사람들이 많소. 동무를 다 보고있단 말이요. 그리고 말이요, 금동학생의 성과를 축하해주고 고무도 해주오. 삼촌이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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