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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지 칼럼] 양심도 없는 권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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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520회 작성일 22-01-0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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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지 칼럼] 양심도 없는 권력자들

2022년 1월4일(화) 작년에 이어 통산 69번째 불법사드 병참기지 군경작전 저지평화행동



은영지 선생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였다. 이 썩을 반동 공화국은 해가 바뀌고 새 날이 와도 달라진 게 티끌만큼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2022년 새해 벽두에도 어김없이 경찰종놈들을 소성리에 보내 주민과 지킴이들을 끌어내고 집채보다 몇 배나 더 큰 차량들을 줄줄이 불법사드기지 공사하느라 출입시켰다.

아무리 못돼 먹은 미군 앞잡이들이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니 엄동설한이고 새해니까 얼마간은 군경작전을 자제할 거라 생각했던 주민들로선 허탈함과 분노로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주민과 지킴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중단없는 평화운동의 여정을 이어가리라는 다짐을 하며 올해 첫 저지행동이자 작년에 이어 통산 69번째 투쟁을 하기 위해 애끓는 심정으로 얼어붙은 길위에 앉았다. 올해 첫 발언자로 박태정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 사드가 들어온 햇수로 올해로 7년째인 것 같습니다. 언제 7년 지났는가 싶습니다. 우리의 평화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소신껏 추우나 더우나 이 자리에 앉아 있는데요, 오늘 같은 날은 뼛속까지 시리네요.(ㅠㅠ) 그래도 우리의 목적은 저놈의 사드를 뽑는데 있지요? (예~ 지킴이들은 입을 모았다. )

올해는 꼭 미국 놈들이 저 사드를 어깨에 짊어지고 저거 나라로 돌아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희망하는 자의 것이니까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으면 꼭 이 땅에서 사드가 뽑혀 나가리라 봅니다. 한반도와 전 세계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고 저 괴물 사드가 가는 날까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 자리를 지킵시다."

모두들 동의하는 힘찬 박수를 쳤다. 사드기지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워 늘 전자파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노곡리에는 최근 2~3년간 암환자가 10여 명이나 발생해 5명이 돌아가셨고 다른 분들은 투병중이다. 지난 가을에도 위원장님 이웃 분이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부인이 또 대장암에 걸리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사드철거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불교 법회를 주관한 강현욱 교무는 평화기도를 드린 후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를 봤습니다. 매년 여기 투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라든지 그런 걸 챙겨보는데 작년에 수업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유엔 연설문을 한번 읽어볼 일이 있었어요. 정말 읽기 싫었는데 읽으면서도 몇 번 찢어버리고 싶었어요. 이번 신년사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가장 걸리는 건 우리나라가 종합 군사력 세계 6위이고 첨단 무기 수출국이라는 부분이었어요. 정말 자화자찬을 하며 이렇게,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보는 제가 민망하더라고요. 신년사 전문이 온통 자랑입니다, 자랑!!

코로나 대처 잘했고 거기에 대해서 뭐 했고 이런 내용들인데 주로 두 내용이더라고요, 남북 문제...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허항된지 알고 있죠. 종합군사력이 세계 6위이면 뭐 합니까? 북한을 못 막아서 미국의 무기를 배치하기 위해서 지금 자국민을 이렇게 69번째 짓밟고 있는 나라가 세계 군사순위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차라리 그런 거 자랑이나 하지 말든지. 그런데 5년 동안 했던 유엔 연설문이 다 그렇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세계가 함께 나서야 된다고 하면서 사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는 나선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죠. 미국한테 모두 다 맡겨놔서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는 거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평화라고 하는 말 안에 자신 2017년 전쟁 위기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라고 하는 그 말 안에 우리 김천 주민들의 건강과 소성리 성주 주민들의 울분, 그리고 전국의 평화 시민들의 피눈물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네"

진정성 있는 동의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무님의 말마따나 대통령의 신년사는 자화자찬하는 소설 일색이었다.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세게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고 자평하는가 하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의 길을 만들어 나갔다'고 거짓말만 늘어 놓았다. 매년 국방비에 60조, 미제무기 도입에 300조나 쓰며 남북긴장을 조성하고 사드 추가배치로 성주 소성리 김천주민을 짓밟으면서 무슨 얼어죽을 평화인가? 거짓말도 이 정도면 중증이고 불치병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핑계대고 노동자 민중의 집회 결사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아 놓고 'K방역의 우수함'이라고 하며 방역 모범국가라고 떠들어댈 때는 헛웃음이 났다. 이 부분에서 파쇼국가라는 섬찟함이 연상되기까지 했다.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해고돼 8년째 투쟁을 하고 있는 아사히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맨먼저 소성리에 달려와 올해도 소성리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주민들께 90도 각도로 깍듯이 몸을 굽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절을 했다. 동지애를 확인하는 흐뭇한 자리였다. 그 사이에 경찰들은 장애물을 설치하며 끌어내기 작전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첫 평화행동이 짓밟힐까봐 심장이 조여오는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쉴새없이 시계를 들여다보는 지킴이들도 있었다.




대구 새민족교회의 백창욱 목사가 평화기도회를 주관했다. 목사는 구약성서 이사야에서 "침략자의 군화와 피묻은 군복이 모두 땔감이 되어서 불에 타 없어질 것"(사 9:5) 이라는 부분을 강조해 전해주었다.

"아무리 자기네들이 패권을 유지하고 확장시키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정당화하고 우리를 이렇게 짓밟아 뭘 세우려고 하지만, 그게 어느 날 정말 다 땔감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평화를 추구하는 이 일이 너무나 마땅한 일이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요즘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 있어요. 거기에 수도원 얘기가 나옵니다. 수도원이 뭡니까? 수도원이라는 게 한 번 들어가면 자기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거기서 죽을 때까지 있는 거잖아요.

여러분, 우리 여기 소성리를 소성리 수도원이라고 생각합시다. 말하자면 보통 수도원에 들어가면 침묵하고 기도하고 그 안에서 살다가 가는 건데, '우리가 저 불법 무기 사드를 물리치는 소임을 맡은 소성리기도원에 들어와 있다.' 이렇게 생각합시다. 그래서 불법 무기가 물러갈 때까지 우리가 여기 그냥 있는 거예요.

저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기 때문에, 어디 가서 새로 뭘 할 나이는 지났기 때문에, '웬만하면 제 마음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수도원처럼 그냥 있다가 가겠다.' 그런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기사를 읽어 보면 일신을 바치잖아요.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온갖 수고를 하고 어려움을 참고 나가는 걸 우리가 미담 기사로 보고 있는데, 정말 우리가 일신을 바쳐서 또 한데 뭉쳐서 우리의 뜻을 펴나가야 할 곳이 바로 여기 아닙니까? 소성리!! 그죠?"

"예~" 하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목사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저는 늘 사드배치 시작점부터 곰곰이 생각을 합니다.

정권은 사드를 배치하는데 그 어떤 법적 정당성도 갖추지 않았어요. 권력자가 결정을 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그냥 밀어붙였어요. 오직 물리적으로만 다 해가는 거예요.

제가 1월 1일에 밀양 삼평리에 갔습니다. 송전탑 투쟁하던 그 마을 삼평리를 갔는데, 할매들한테 인사도 하고, 가서 뭘 봤냐면...,

철탑 투쟁이 2012년부터 시작했거든요. 십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자료를 정리해서 온라인 기록관을 만들었어요. 불법무기 사드기지나 철탑 투쟁이나, 내용은 다르지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정말 똑같아요.

야! 이 새끼들아~ 힘 있으면 다야?

정말 볼수록 성질이 나요."





목사는 이 대목에서 톤을 한껏 높여 분노를 표출했다.

"당사자인 주민들 전혀 모르게, 이 사람들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철탑을 세우자' 결정을 딱 내려 버립니다. 그러면 주민들이 어마 뜨거라 놀라고 반대하잖아요? 그럼 처음에는 대화하는 척 회유를 해요. 그런데 그 회유가 통합니까? 왜냐면 진실이라고는 한 톨 만큼도 없고 오직 자기들의 개발 탐욕만 세우는 그 사업 덩어리잖아요. 회유가 먹히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그냥 경찰을 풀어가지고 주민들을 딱 묶어놓고 작전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내내 철탑을 세워 가요.

이 망할 놈의 인간들이 작전을 끝내고 자기들 뜻대로 됐다고 기념사진 찍을 때, 브이 포즈 취하면서 좋아해요. 공권력도 예의가 있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이 더러운 현실에 대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거기서 좋다고, 손가락 브이를 보이면서 사진 찍고... 적성 테러분자를 향해서 행사할 공권력을 제 나라 시민들 짓밟는 일에 행사하면서 좋다고 그럽니다.

아무튼, 그렇게 강제로 철탑을 세우고, 10년이 지났지만, 그 투쟁에 참여했던 일꾼들이 온라인 기록관까지 만든 이유가 뭐겠어요?

'우리는 절대로 너희들의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했는지를 증거하겠다.' 고 하는 뜻에서 기록관을 만든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이게 쓸모 없는 일이고, 패배했다고 생각만 하고, 그냥 이렇게 좌절했으면, 그런 온라인 기록관을 만들겠습니까?

그러니 성서에서 온갖 나쁜 일을 하는 놈들의 그 모든 행위를 '불태워 다 없애버릴 것이다.' 하는 말이 얼마나 시원합니까. 그렇죠?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고, 죄다 숨 못 쉬게 하는데도 전혀 거기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를 느끼지 못하는 정권입니다.

정권이 국가입니까? 아니에요. '우리가 국가예요.'

영화 ‘변호인’에 나오잖아요. 법정에서 고문경찰관이 '국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국가를 위해서 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으니까, 그 변호사가 그러잖아요. '누가 국가입니까? 국민이 국가예요. 자꾸 국가를 위해서 뭐 한다고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일갈합니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폭력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면, 삼평리도 그렇고 밀양도 그렇고 송전탑 들어간 모든 마을들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게 뭐냐면요, 그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박살이 나요.

뭐가 들어올 때 찬성 반대 이렇게 의견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안에서 '누구는 돈을 얼마 받았다.' 항상 돈이 문제입니다. 이런 일들 때문에 또 마음이 갈라집니다.

여러분 소성리를 정말로 지켜야 합니다, 갈라지지 않도록. 어쨌든 그 안에는 적극적인 분이 있고, 소극적으로 멀리서 구경하는 분이 있고,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모습이 나오지만, 하나로 가야 합니다. (중략)

정말 우리 투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다리십시오. 어느날 갑자기 사드가 철거 됩니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그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투쟁하는 겁니다. 그때가 올 때까지, 소성리의 주어진 임무는, '우리가 이 불법무기 사드배치에 저항하고, 이런 일을 폭력적으로 강제로 집행하는 이 정권의 부당함에 대해서 규탄하고, 그것을 통하여 평화를 향하는 일념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입니다.

오늘 69번째 침탈이 참 기가 막히지만, 새해가 열렸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고 똑같이 이렇게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침탈 행위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마음 굳게 먹고 저항합시다! 투쟁!!!"

목사님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들은 주민과 지킴이들을 협박하고 끌어내는 침탈작전을 진행했고 성경과 십자가, 테이블도 경찰들이 길밖으로 이동시켰다. 국가 폭력과 불법, 파쇼통치에 의해 쉼없이 고통당하는 소성리였다. 여차하면 총칼 들고 민중을 억압할 그들이 아닌가. 변한 게 없었다. 아니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2022년 새해 첫 군사작전에서 평화시민들의 외침과 저항, 단달마의 비명, 그리고 가열찬 투쟁은 올 한 해도 중단없이 더욱 끈질지게 이어지리라는 게 예고편처럼 다가왔다. 아침식사로 성주읍내의 '명가복어' 식당 사장님이 맛있는 동태탕을 보내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묻지마' 국가폭력으로 늘 힘들고 고달픈 주민들이지만 '동지애'라는 자양분으로 오늘도 꿋꿋이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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