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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실화소설집 북부전역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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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62회 작성일 22-02-15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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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서포땅의 녀인들

최학명

5


역장 리현일은 북부피해복구전투가 시작된이래 서포청년역이 생겨 처음 보게 되는 놀라운 화물수송량을 놓고 자신도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북부피해지구에로의 전시수송전투 1단계라고도 할수 있는 열흘남짓한 기간에 근 수백개의 화물차량 통과, 화물상차시간 종전의 4시간으로부터 1시간반으로 단축…

서포청년역이 생겨 처음 있어보는 일이였다. 봉성권이 구역당과 인민위원회 일군들을 데리고 수송전투현장에 나타났다.

《녀맹위원장, 나한테도 임무를 주오. 내가 듣기엔 동무가 여기 위수사령관이라던데…》

허정희는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구역당위원장동지에겐 특별임무를 주겠습니다.》

허정희는 봉성권을 차무이가 거의 끝나가고있는 기관차앞으로 이끌어간 다음 귀속말로 속삭였다.

《당위원장동지, 저 기관사동무들을 휴식시켜주십시오. 이건 당위원장동지만이 수행할수 있는겁니다.》

봉성권은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음… 알겠소.》

봉성권은 즉시 편의에서 나온 지원자들중에서 리발사들을 골라 기관사들의 리발을 하도록 조직사업을 하였다.

그리고는 방송선전차를 가까이 끌어오도록 하였다.

잠시후 웃동을 벗어제끼고 화물상차작업에 뛰여들었던 기관사와 조수를 비롯한 철도사람들이 편의녀인들의 억지다짐에 끌려 이동식리발의자에 앉았다. 눈치빠른 녀맹원들이 벗어놓은 철도제복에 새 목달개를 누비였다. 사탕을 입에 넣어주는 녀인도 있었다.

잠시후 방송선전차에서는 구역당위원장 봉성권이 부르는 예술영화 《철길우에서》의 주제가 《젊은 기관사》의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노을비낀 철길우에 젊은 기관사

기적소리 울리며 기차를 몰았네


사기가 부쩍 오른 녀맹원들과 지원자들이 다같이 노래를 따라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봉성권은 기관차승조원들을 불러 전시수송기념이 되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눈을 슴벅이며 어쩔수 없이 그들의 장단에 맞추던 기관차승조원들이 녀맹원들과 같이 찍기 전엔 안 찍겠다고 선언했다.

《호호, 그러다 그 사진을 보고 안사람에게 쫓겨나지 않겠어요?》

안영옥이 우정 눈을 흘기며 혀를 둘렀다.

《허허, 까짓거 사진때문에 쫓겨나면 뭐라나요. 그땐 이 서포땅에 와서 다시 장가를 들테니 아주머니가 맘씨 곱고 인물 훤한 과부라도 하나 중맬 서주우다.》

《호호, 그 량반 내숭스럽다는건…》

끝내 휴식시간이 선포되고 기관차앞에서 승조원들의 요구대로 사진을 찍었다. 녀맹원들이 북부피해지역에 네번이나 갔다왔다는 기관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북변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야단법석했다. 키꼴이 후리후리한 기관사가 어쩔수 없이 앞으로 끌려나왔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내가 꾸며낸것이 아니라는걸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북부지구에 유엔에서 왔다든지 하여튼 알락달락한 옷가지를 쭉 빼입은 〈신사〉들이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

《오, 그건 국제적십자사야.》 기관사의 말을 중둥무이하며 알은체를 하던 녀인이 한순간 화살처럼 쏟아지는 눈총에 기가 질려 《애개개.》소리를 내며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우린, 당신들 매우 동정합니다. 무엇이 필요한가요? 쌀, 옷 아니면 약…〉 이렇게 거드름을 빼며 한창 복구전투장에 나가는 녀인을 붙들어세운 그들이였답니다. 그런데 녀인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난 바빠요.〉하며 그냥 지나치려 했다는겁니다. 세계 방방곡곡 재해지역 어디나 안 가본적이 없는 그들은 너무도 놀라워 입만 하 벌렸지요. 하긴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가본 재해지역에선 어른, 아이는 물론 그 나라의 고위관리에 이르기까지 코가 땅에 닿게 절을 하면서 제발 좀 도와달라, 이것이 부족하다, 저것도 없다, 징징 우는 소리를 하며 매달리는데 이건 너무도 판이한 현실이니…

그래서 통역원이 잘못 통역한줄 알고 다시 물어보게 했다는겝니다.

그런데 녀인이 하는 말이 〈유엔이고 뭐고 우린 그런건 모른다. 우린 오직 경애하는원수님만을 믿을뿐이다. 원수님 계시면 모든것이 다 생긴다. 저기 날이 다르게 일떠서는 우리들의 집을 보라. 수재는 있을지언정 리재민이 없고 집은 잃었어도 따뜻이 품어주는 보금자리만은 흔들림없는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하고 대답했다는것입니다. …》

《거 씨원하게 말 잘했다.》

《아마 그 녀자도 우리처럼 녀맹원일게야.》

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누구나 감동깊게 기관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허정희는 기세충천하여 다시금 일손을 잡는 녀맹원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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