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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실화소설집 북부전역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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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267회 작성일 22-02-2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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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회

전선에서 만나자

백 상 균

7


리효영의 뒤를 따라 기관실로 내려가는 경사가 급한 계단을 한계단한계단 조심스럽게 내려선 처녀는 눈아래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까무라칠번 하였다.

한사람이 물속에 벋쳐놓은 사다리우에 올라서서 용접기로 관을 잘라내고있었다. 다른 선원들도 한쪽에 벋쳐놓은 사다리에 매달려서 길이가 한m가 넘는 대구경포신같은 관을 받쳐들고있었다.

처녀는 첫눈에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것을 직감하였다.

큰 사고가 아니라면 저 사람들이 저렇게 물속에서 전투를 벌리겠는가.

세상에 태여나 처음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사고를 목격하는듯싶었다.

아까 배멀미를 할 때처럼 속이 메슥메슥해나고 머리가 어질거리였다.

《동무앞에서야 뭘 숨기겠소. 보다싶이 큰 사고요. 주해수뽐프의 랭각관이 터지는 바람에… 아, 참 동문 주해수뽐프가 뭔지 모르지.

그렇다고 저우에 있는 사람들한테 사실을 말할수가 없었소. 내 아마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한것 같소. 조만간에 위험은 극복될거요. 사고를 퇴치해야 천금같은 사람들과 건설자재를 구원할게 아니겠소. 그러니 마음을 푹 놓고 올라가오.》

리효영이 진중해서 하는 말이였으나 처녀는 눈앞의 광경이 너무 처절하여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

대낮과 어둠을 분간키 어렵게 하는 용접불빛이 지금 선장이 하는 말은 감언리설이니 믿지 말라고, 배가 가라앉는것은 시간문제라고 력설하는듯싶었다.

《어서 올라가오, 우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겠는데. 그들의 의문에 어떤 대답을 하겠는지는 의사선생 결심대로 하오.》

그 말을 듣는둥마는둥하던 처녀는 팩 고개를 돌리였다.

흔들이그네를 탄듯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옮겨짚으며 사다리를 오르던 처녀가 성을 내듯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선장동진 자신의 심장이나 걱정…》 하던 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리효영은 처녀가 자신을 믿지 못해 새삼스레 그런 소리를 하는가고 반발하는듯싶어 의미있게 고개를 끄떡이며 흔연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8

리효영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주해수뽐프의 랭각관이 터진지 거의 한시간이 되여온다.

물뽐프가 쉴새없이 돌아가며 기관실의 찬물을 퍼내느라 용을 쓰지만 도저히 줄어드는것 같지 않았다. 조바심이 났다.

파도에 배가 어느 수역까지 밀려났는지 걱정스러웠다.

최영규와 최성일이 이미 관을 잘라낸 절단면에 창고에서 가져온 관을 용접하고있었는데 관이 서로 규격이 맞지 않은데다가 랭각관이 수십년 지나다보니 관벽이 얇아져서 맞붙이기가 조련치 않아 애를 먹고있었다.

그걸 련결 못하면 끝장이다.

이제라도 긴급구조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을가. 아니, 이제는 늦었다.

온 신경을 창끝처럼 세운 리효영은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을 칼로 찌르는감을 느끼였다.

손이 웃주머니를 더듬었다. 구급약을 주머니에 넣었었는데 이상하게도 집히지 않았다. 그제사 옷이 물에 화락하게 젖었다는 생각에 랑패한 표정을 지었다.

불소나기처럼 떨어지는 용접불찌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선원들은 《불고문》에 살을 지지는 고통을 참느라 이발들을 사려물고있었다.

용접불찌에 옷들이 온통 벌집투성이가 되였다.

가물거리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그들과 함께 살을 지지는 고통을 이겨내던 리효영이 더이상 견디여내지 못하고 비칠거리였다.

했으나 선원들은 자기네 선장이 실신직전이라는것을 모르고있었다.

한초한초 긴장한 시간이 흐르는 속에 드디여 최영규와 최성일이 동시에 관을 맞붙이는데 성공하였다.

두사람의 얼굴에선 팥죽같은 땀이 비오듯 줄줄이 흘러내렸다.

안도의 숨을 내쉰 리효영이 가물거리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기관장, 뽐프를 가동시켜보오. 그리고… 주기관도…》

최영규가 기관실로 올라갔다.

미구에 시동이 걸린 기관과 함께 주해수뽐프의 동음이 기운차게 울리였다.

순간 기관실이 떠나가도록 환성이 터져올랐다.

《우리가 이겼다!》

얼싸안고 울고웃으며 환성을 올리는 선원들을 보던 리효영이 한껏 탕개를 틀었던 긴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풀싹 꼬꾸라졌다.

끝내 심장쇼크를 일으켰던것이다.

썩은 나무등걸 넘어지듯 하는 그를 본 선원들이 경악을 하며 리효영을 에워쌌다.

《선장동지, 왜 그럽니까?》

《선장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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