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대지의 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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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한 해 총 화
23
그것은 이상한 일이였다. 류순절분조가 5작업반의 4개 분조중에서 일을 제일 열성스럽게 한것 같은데 벼정보당 평균예상수확고판정결과는 나빴다. 맨 꼴찌였다. 1분조나 4분조가 봄에 욕도 많이 먹고 말썽도 적지 않았는데 그들은 다 2분조보다 수확고가 높았다.
예상수확고판정은 관리위원회에서 내려온 계획지도원과 작업반기술원 강현 그리고 각 분조에서 실농군 1명씩 망라하여 과학적으로 엄격히 하였다. 관리위원장은 판정사업을 과장하지도 말고 적게 하지도 말며 객관적으로 정확히 하도록 지시했었다. 강현과 계획지도원은 그 지시대로 했다.
누렇게 익은 벼들이 가을바람에 설렁대고있는 넓디넓은 들을 마주하고 선 류순절분조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제 분조원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그들의 사기가 저락될것은 뻔했다. 농사경험이 없는 처녀분조장밑에서 일하게 된것을 두고 생각들이 많을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논의 물을 뽑으려고 논고를 터치는 삽질을 하며 안종기는 《내 이래서 애숭이처녀분조장한테 안 가겠다고 뻗치였댔지.》 하고 침침한 얼굴로 혼자 웅얼댔다. 그 개인으로 말하면 작업반적으로뿐아니라 농장적으로 가장 높은 공수를 벌었다고 할수 있었다. 그만큼 분배몫도 제일 많을것이다. 분조관리제에서는 앞선 분조가 분배몫을 많이 가지며 뒤진 분조는 적게 가지게 된다. 그 적게 차례진 몫을 가지고 분조안에서 공수에 따라 분배를 한다. 그러므로 안종기가 아무리 공수가 많다 해도 분조안에서는 엄지손가락이겠지만 분배몫이 많이 차례진 다른 분조의 엄지손가락에게는 (비록 그 사람의 공수가 안종기보다 적다 하더라도) 뒤지게 된다.
이것은 분조원들로 하여금 자기 개인만이 아니라 분조전체가 일을 잘해 많이 버는데 리해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분조관리제의 집단주의원칙이다.
분조가 농사를 잘 지어 분배를 많이 타야 개인의 몫도 커진다.
안종기는 이것을 잘 알고있다. 때문에 그는 농사를 오래한 경험있는 분조장밑에서 일하려 했다.
분조관리제하에서는 다같이 일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안종기의 견해에 의하면 뼈심을 들여 일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남의 덕을 보려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니 분조관리제가 은을 내겠는가.
특히 여기서 분조를 책임진 분조장의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 순절이는 이제 겨우 농사를 시작한 애숭이이다. 처녀가 서글서글하고 열성은 있다. 그래서 마지못해 한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2분조에 망라되는것을 감수했다. 처녀를 믿어보려했다.
아니였다! 한해농사를 지어보니 역시 자기가 처녀분조장밑에서 일하지 못하겠다고 작업반장한테 제기했던 초기의 결심이 옳았다. 사람이 좋은것이 무슨 쓸데 있는가. 농사경험이 있어야지…
(판이 이렇게 됐는데 내 터밭농사나 잘 짓는거야.)
그는 이렇게 생각을 굴리며 와락와락 삽질을 해댔다.
2분조의 침침한 분위기는 마장석이로 하여금 순절분조장에게 동정을 금할수 없게 했다.
(그게 속이 타겠지. 안종기가 투덜댔다니까. 그건 그 혼자뿐이 아니라 분조원들전체의 분위기를 말하는거야.)
마장석은 담배연기를 날리며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보았다.
그런데 마침 관리위원장 명숙이가 작업반에 내려왔다. 명숙이가 사무실에는 별로 앉아있지 않고 늘 작업반과 들판에 나가있으니 그가 나타난것은 례사로운 일이였지만 마장석은 2분조때문에 속이 타던차라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마장석은 담배를 갈아대여 피우면서 류순절이 눈물이 글썽해있더라는 소리를 했다. 류순절분조를 내세우려고 애써온 명숙이도 속이 알찌근했다.
《저, 다른 분조의것을 좀 떼서 2분조에 붙여줄가요?》
이것이 마장석이가 궁리해낸 대책이였다.
그가 리해는 되였으나 명숙은 받아들일수 없었다.
《안됩니다. 그것은 평균주의를 조장하며 평균주의는 로동의욕을 떨어뜨리고 건달군을 낳게 합니다. 반장동무가 제기한것처럼 할바엔 분조관리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녀분조장에게 그러한 동정이 가도 할수 없습니다. 다음해에 각성해서 분조가 많이 벌도록 대책을 세워야 해요.》
마장석은 숱이 많은 꿋꿋한 머리카락속에 손가락들을 찌르고 긁었다.
《내가 순절이를 잘 돕지 못했습니다. 지금 2분조의 사기는 완전히 저락되여있습니다. 가을걷이와 래년농사가 걱정됩니다. 안종기는 처녀분조장밑에 들어간것을 다시 로골적으로 후회하고있지요. 그 사람이 2분조에서는 상로력자인데 이럴 때 보면 리기주의가 두드러지군 하지요.》
명숙은 류순절이 처녀분조장으로서 열성은 높지 않았는가고 물었다.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농사경험이 부족하니 실력으로 분조원들을 틀어쥐지 못했습니다.》
같이 있던 강현이가 대답했다.
《말하자면 분조장의 작업배치나 평가, 지시 등에 의견들이 있었지요.》
마장석이 덧붙여 말했다.
《그렇다면 제때에 의견을 제기해서 바로잡고 안종기같은 실농군들이 분조일이 잘되도록 도와주었어야 하지 않을가요?》
《글쎄 안종기나 리세호령감이 서로 시비질을 하며 분조가 단합되지 못했지요.》
명숙은 한동안 생각에 골몰하다가 마장석과 강현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혹시 올해 작업반에 부과된 국가알곡계획을 4개 분조에 평균적으로 쪼개여주지 않았어요?》
그것이 어쨌다는건가 하는 의혹을 품고 마장석이 대답했다.
《그렇게 했지요.》
명숙은 알만 하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달은 거기서부터 생겼어요. 분조관리제를 실시하는데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명심하지 않았군요.》
명숙이가 심각히 말했다.
《수령님께서는 정보당수확고기준을 분조별로 잘 정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국가계획을 평균적으로 쪼개여줄것이 아니라 매 분조의 토질과 여러가지 조건들을 고려하여 포전별로 정보당기준을 정확히 규정해주어야 한다고 하시였어요. 그런데 2분조에는 랭습지논이 있지요. 안개틀논 말입니다. 이런 논에서는 기준을 낮게 설정했어야지요.》
마장석은 관리위원장이 한개 분조의 토지형편까지 알고있는데 크게 감심하며 자기의 실책을 인정하였다.
《아, 정말 그렇구만요! 이거참, 결국 내 잘못이였습니다.》
《5작업반이 일을 잘하는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아직 바로잡을것이 많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명숙이가 말했다. 《류순절동무가 농사경험이 적어 분조를 잘 이끌지 못하고 분조내 단합이 부족한 원인과 함께 그 평균주의가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강현의 가느다란 눈이 반짝이였다.
《깨닫는바가 많습니다. 교훈을 찾았으니 래년에는 잘될것입니다.》
강현이가 하는 말에 이어 마장석이 그런데 글쎄 안종기가 마음이 돌아섰으니 어쩐다? 하였다. 명숙은 자기가 직접 안종기를 만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들판에서 삽을 들고 돌아가는 안종기를 데려왔다. 명숙이가 그와 인사를 나눈 후 말했다.
《안종기동무는 처녀분조장 순절이가 누구도 받지 않겠다고 한 동무를 자기 분조에 받아들인 사실을 알고있지요?》
《알고있수다.》
안종기는 그 점에서만은 순절이를 고맙게 생각하고있었다.
《순절분조장이 농사경험이 어리고 사업조직을 잘하지 못한것도 있겠지요. 2분조의 실적이 떨어진데는 다른 원인도 작용했습니다.》옆에 있던 마장석이 안개틀논의 정보당수확고기준을 평균적으로 정한 작업반의 잘못을 말했다. 그러면서 분조별 평가사업을 다시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안종기는 얼굴이 좀 밝아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하는것이 옳수다.》
그는 선망어린 눈으로 명숙을 쳐다보았다.
《내가 안종기동무한테 부탁할것은 순절분조장이 자기 분조에 받아준것을 고맙게 생각하고있다면 다시는 처녀분조장밑에서 일하게 된 타발을 하지 말고 분조장을 잘 도와 분조의 농사일이 잘되도록 노력해달라는것입니다.》
안종기는 대머리를 쓸어만졌다.
《내야 내 일이나 잘하면 되지요. 내가 무슨 집단까지 생각하겠소?》
《아닙니다. 개인의 명예도 보수도 집단속에서 빛나고 높아지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명숙이가 꾸준히 해설했다.
《다 옳은 말이웨다. 모두가 다 뼈심들여 일하면 분조가 잘살게 되지요.》 안종기가 속에 품고있던 말을 했다. 《헌데 사람들이 어디 하나같습니까?》
마장석이 썩썩 갈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두 터밭농사에 힘쓰듯 하면 지금보다 곱절 더 낼수 있고 분조의 분배몫도 높아지게 되오.》
안종기가 성을 내며 반박했다.
《난 터밭농사도 잘해야 부수입이 는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솔직히 나는 다른 사람보다 수입이 많아. 그게 나쁜겐가, 개인리기주의인가?》
《그 문제는 따로 론의합시다.》 명숙이가 그를 진정시켰다. 《내가 부탁한것을 명심해주세요.》
안종기는 끓어올랐던 성이 이내 가라앉지 않아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명숙은 그가 더는 처녀분조장타발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순절분조장이 어데 있습니까?》
《논판에 있는가 봅디다, 안개틀논에…》
명숙은 안종기를 보내고 순절이를 찾아 안개틀논으로 나갔다. 과연 그곳에 순절이가 서있었다. 들바람에 벼이삭들이 솨― 솨― 물결치는 속에 우두커니 서있는 순절이가 그 논의 수확고가 낮은것때문에 고민에 잠겨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순절이.》
명숙이가 처녀를 불렀다.
순절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수건을 붙잡으며 머리를 돌렸다.
《아이, 관리위원장동집니까?》
명숙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속이 타서 이렇게 나와 서있겠지?》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분조장사업을 계속해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순절의 눈에서 고뇌의 빛을 본 명숙은 자기가 마음만 앞섰을뿐 실지로 처녀분조장을 잘 도와주지 못했다는 가책이 들었다. 이러다가는 처녀분조장을 실농군과 교체하자고 한 기사장의 제기가 옳은것으로 될수 있었다. 그럴수 없다. 당조직에서도 전망을 내다보고 농장의 주인으로 키우기 위해 처녀에게 분조장을 시켰을것이다. 자기 명숙이가 처녀로 관리위원장의 중책을 걸머졌을 때와 같은것이다.
《순절이.》 하고 명숙이가 말했다.
《나도 처녀로 관리위원장사업을 시작했을적에 애를 먹었고 못해낼것 같은 나약한 생각도 들었어.》
명숙은 연백벌에서 있은 지나간 시절이 떠올라 순절이에게 한동안 이야기해주었다. 수령님의 간곡한 가르치심을 받고 또 리당조직의 지도방조를 받으며 한걸음, 두걸음 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나에게는 한 10년후 우리 농장에서 순절이가 성장하여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힘을 내고 분발해야지. 지금 당 제6차대회에서 제시된 10대전망목표를 받아안고 우리모두가 신심에 넘쳐있는 때가 아닌가! 우리의 앞날은 얼마나 휘황찬란할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끓어올라!…》
명숙이는 순절이에게 신심을 주려고 말을 시작했지만 어느덧 그자신이 흥분되여 벼이삭 물결치는 들을 향해 시를 읊듯 격정을 터치였다.
《관리위원장동지! 제가 동요했댔어요. 좋은 말을 해주어 고마워요.》
순절이 눈에 물기가 어리였다.
그들은 이어 오손도손 농사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했다. 명숙은 작업반에서 매 분조의 토질에 따라 포전별로 정보당기준을 정확히 규정해주지 못하고 국가계획을 평균적으로 쪼개준것이 잘못되였기때문에 평가사업을 다시 하기로 했다는것을 알려주고 이렇게 물었다.
《이 논을 왜 안개틀이라 해요?》
《이 논우에 안개가 잘 낍니다.》
《아― 알겠어요. 랭습지여서 그래요. 그러니 이런 논에서야 수확고가 낮을수밖에. 순절분조장, 우리 이 랭습지를 개량해보지 않겠어요?》
순절은 눈을 깜빡이였다. 그는 주저하며 말했다.
《개량해야 한다는것은 명백한데…》
《그렇다면 대담하게 시도해야지.》
명숙이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수령님께서 랭습지들을 개량할데 대해 말씀을 여러차례 하시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논에 도랑을 파고 거기에 돌을 넣어 찬물이 빠지게 하라고 그 방도까지 밝혀주셨는데 우리 농장에서는 아직 집행 못하고있어요. 이제라도 마음먹고 달라붙어 랭습지를 개량한다면 2분조의 알곡생산량이 쑥 올라갈거야.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 그렇지만 작업반이 돕고 관리위원회가 관심을 돌리겠는데 한번 용기를 내여 암거를 만들지 않겠어, 응?》
순절의 크고 서글서글한 눈이 빛났다.
《한번 해보겠어요. 깨우쳐주어 고마워요.》
성미가 시원시원한 순절이다.
《난, 이 안개틀논때문에 방금도 속이 내려가지 않았댔어요. 관리위원장동지, 이 논을 개량하고 논밭에 두엄을 듬뿍듬뿍 내면 나는 우리 분조가 농장적으로도 1등할수 있을것 같은 신심이 생겨요.》
들바람이 다시 일면서 벼들이 물결치듯 설레이고 두 녀성의 머리수건도 세차게 나붓기였다. 그들의 앞이 탁 트이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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