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대지의 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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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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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뽀얗게 내리고있다. 마치 안개가 낀듯 앞이 보이지 않고 땅은 축축하게 젖었다. 뻐꾹새도 울고 꾀꼬리도 우는 봄절기의 마지막이라고 하는 곡우가 지났다. 어제 밤에는 바람이 윙- 윙-거리고 탈곡장의 지붕이 덜커덩거리였었다. 봄날에는 언제나 이렇듯 바람과 비와 흐린 날씨의 성화를 받는다.
명숙은 이슬비를 맞으며 분조들에 나가보느라 질쩍거리는 달구지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간밤에 분 바람으로 일부 분조의 모판들의 비닐박막이 벗겨지고 바람막이바자가 쓰러졌다. 그래서 바람피해복구를 하느라 새벽부터 농장원들이 일하고있었다. 기술규정의 요구대로 사이바람막이바자를 제대로 친 모판들에서는 바람피해를 입지 않았다.
어느덧 이슬비는 멎었으나 하늘은 여전히 흐려있고 으시시 추웠다. 모판관리공아주머니가 파란 비닐장화를 신고 모판사이를 걸어오다가 명숙이에게 인사를 한다.
《여기는 몇분조인가요?》
《5반 2분조입니다.》
그러니 처녀분조장 류순절의 분조이다.
《바람피해를 입지 않았군요.》
《아이구, 순절분조장이 사이방풍장을 잘 치라, 지주목을 깊이 박으라, 귀아프게 강조하고 모판들을 팽이돌듯 돌아보는데 피해를 왜 입겠습니까? 어제 밤에도 바람질이 심하자 밤새껏 모판에서 보냈다우. 처녀가 이악해요.》
류순절에 대한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일기예보를 들었어요?》
명숙이 물었다.
《들으나마나 이제 날이 개입니다. 세호아바이가 아침에 말했어요. 우리 분조에서는 리세호아바이가 일기예보를 한답니다.》
명숙은 재미나서 호호 웃었다.
《그러니까 해가 나고 온도가 올라가면 모판에 통풍을 시켜야겠군요.》
《아침 10시반이면 어김없이 바람이 입니다. 그러니까 통풍시간을 잘 정해야지요. 이것 봐요, 모판안의 온도계가 뵈지요?》
모판관리공아주머니는 비물에 젖은 박막을 손바닥으로 쓸고 그안을 가리켰다. 파릇파릇 자라고있는 벼모들과 한옆에 꽂아놓은 온도계가 보였다.
《이 온도계를 보고 박막을 열어 통풍합니다. 강현기술원이 시킨대루 과학기술적으로 하는겁니다, 호…》
우리 농장원들이 주체농법에 상당히 숙달되였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명숙은 다른 작업반으로 향했다. 요새 농장은 모내기준비로 분주하다. 따라서 관리위원장도 분망하다. 곧 뜨락또르들이 써레치기에 들어간다. 그전에 작답을 선행시켜야 한다. 5월초에는 일제히 모내기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밭을 갈아야 한다. 퇴비도 마저 내야 한다. 올해에 5반에서 시범적으로 자체로 모내기를 해보려는 작업반 초급일군들과 명숙의 결심은 드팀이 없었다. 잠정리에서의 첫해농사인데 한해 농사지어보고 래년부터 해볼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연백벌이나 이 고장이나 농사물계에서는 같을것이고 래년이라고해서 바쁜 영농기의 사정이 달라지겠는가. 래년에 가면 또 다음해로 미루고싶어질것이다.
명숙은 저녁에 기사장과 농산지도원을 불렀다. 농산지도원 규철이가 먼저와서 흥분해서 말했다.
《관리위원장동지, 오늘방송을 들었습니까?》
《작업반들에 나가다니며 확성기를 통해 들었어요.》
《광주에서 일이 크게 번져질것 같더구만요. 시민들이 맨주먹으로 싸우다가 이제는 무기들을 탈취해서 무장을 한다고 합디다.》
요새 《유신헌법》을 철페하며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남조선 대학생들과 인민들의 투쟁소식이 매일 보도되는데 광주에서의 인민봉기가 최근에 주목을 끌었다. 명숙은 신문에서 읽고 방송에서 들을 때마다 우리가 모내기전투를 잘해서 싸우는 남조선인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자각으로 가슴이 부풀군 했다.
기사장이 뒤이어 들어왔는데 명숙은 농산지도원과 하던 이야기를 마저하며 우리가 모내기전투를 잘하자는 뜻을 강조하였다. 계속하여 본문제로 들어가 5작업반에 가서 토의한 내용을 알려주고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로정만이는 놀라운 표정으로 어처구니없다는 뜻을 나타냈고 농산지도원이 즉시 반발했다.
《아니 관리위원장동지, 지원로력이 없이 어떻게 모내기를 합니까? 군에서는 항상 우리 농장에 지원로력을 우선적으로 충분히 보장해주는데 무엇때문에 그걸 마다하고 농장원들만으로 힘들게 한단 말입니까?》
《5작업반장과 기술원은 해보겠다는거예요. 자체로 모내기를 하면 어떻게 좋은가 하는것을 강현동무가 나한테 말했는데 나는 전적으로 공감했어요.》
명숙이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농산지도원도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우리 농장은 아직 자체로 농사지을수 있게 준비되여있지 못합니다.》
《5작업반에서 시범적으로 한단 말이예요.》
《5작업반장과 기술원의 주관적욕망을 믿을수 있습니까?》
명숙은 웃고말았다.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겠는가?
그런데 실지 더 바빠난것은 로정만이였다.
계획을 못하면 큰일이다. 자기의 개인문제가 우선 난관에 부닥친다. 명숙의 모험을 막아야 한다. 무엇때문에 명숙은 자꾸 새로운 착상을 들고나오는가?
《관리위원장동무, 우리 농장은 올해에 알곡생산과제를 높이 받았지요.》
로정만이 딱한듯 입을 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계획을 수행해내겠는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관리위원장동무는 비록 한개 작업반이지만 자체로 모내기를 하도록 하겠다고 하니 설상가상이라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아마 강현이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것 같은데 그러단 녹습니다. 이제 두고보시오. 며칠 안 가서 마장석이 지원로력을 달라고 할거요.》
로정만의 걱정과 우려가 리해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도 강현에 대해 나쁜 평가를 하고있는데 그것을 옳지 않다고만 할수는 없었다. 마장석은 강현이를 옹호하고 로정만이는 그를 믿지 못해한다. 허명숙은 어떤 립장에 서야 할가.
강현에게서 3대혁명소조기간에 겪은 이야기를 들은 후 허명숙은 그에게 더욱 정이 가고 믿음이 갔다.
《기사장동무.》 명숙이가 대답을 주었다. 《나는 강현동무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것이 아니라 그의 진심을 믿는것입니다. 자체로 농사를 짓도록 하는것은 당의 요구입니다.》
《옳습니다.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 농장도 준비가 성숙되면 자체로 농사를 지읍시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은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로정만이는 완강했다. 그는 이 녀성관리위원장이 하자는대로 하다가는 올농사를 제대로 지을것 같지 못한 위구심으로 가슴이 무거워졌다. 허명숙이 진취적이고 대담하게 일판을 벌리는 관리위원장인것만은 사실이다. 이것을 로정만은 인정했다. 하지만 로정만은 올해는 어떻게 하든지 안정되고 안전한 기존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성과를 올리려했다. 그는 허명숙이 자체로 농사를 짓겠다고 하는것은 모험이라고 보았다. 그 모험에 말려들고싶지 않은 로정만이다. 자기가 군에 올라간 다음에나 모험을 하겠으면 해보라는 립장이였다.
《관리위원장동무가 강현이를 믿는다고 했는데 그건 글쎄 좋을대로 하시오. 그렇지만 기사장은 믿지 못하겠습니까? 농장기사장이 한 작업반의 기술원보다 생각이 짧을가요?》
노여움으로 불깃해지는 로정만의 얼굴을 보며 명숙은 《짧을수도 있지요.》 하고 면박을 주고싶었으나 참고 절절한 어조로 설복했다.
《이것 보세요, 기사장동무. 한개 작업반의 농사를 책임진 사람은 작업반장과 기술원입니다. 그들이 하겠다는데 왜 못한다고 해야 합니까? 나는 리해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관리위원장으로서 내가 결심했으니 리당위원회에 제기하렵니다. 집체적지도기관인 리당위원회에서 토의결정해야 하는데 그때 기사장동무는 부당성을 론증하세요. 우리는 다같이 리당위원회의 결정을 따르면 되는것입니다.》
같이 손잡고 일을 잘해나갈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던 기사장 로정만에 대한 실망감이 명숙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래일군들을 불신하고 사업에서 구태의연하며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기사장은 진취성이 강한 명숙이의 성미와 작풍에 맞지 않았다. 명숙은 침체상태에 처한 농장을 부쩍 추켜세우기 위해 첫해부터 대담하고 통이 크게 그리고 선진적인 방법으로 나가려 하는데 로정만이 따라서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한편 로정만은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아무리 말해야 자기의 론거가 통하지 않을것 같다. 리당위원회에서는 명숙이의 주장대로 결정이 지어질것이다. 명숙의 론거에 빈틈이 없었고 또 진취적이였던것이다. 과연 리당비서 차성재는 관리위원장을 지지했다. 모험이라는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로정만에게 차성재는 전체 농장이 아니라 한개 작업반에서 시범적으로 해보는것인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그리고 강현이 같은 새 세대 기술일군들의 혁신적인 제안을 귀중히 여기고 받아들여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내기를 와닥닥 해제낄데 대한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관철하려는 명숙의 립장과 노력, 강현이의 발기를 평가하였다.
이렇게 하여 우선 농산 제5작업반에서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자체로 모내기와 김매기를 시범적으로 할데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강현은 4개의 분조를 돌면서 걸그림까지 걸어놓고 어떻게 자체로 모내기를 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하고 어떻게 작업조직을 하며 어떻게 동원되여야 하는가 하는것을 해설하였다. 이것은 물론 실무적인 해설이였다. 강현은 자신뿐아니라 당조직이 분조선동원들을 발동해주어 그들과 같이 분조원들을 정신적으로 준비시키는 해설사업도 하였다.
어느날 저녁총화시간에 마장석작업반장이 분조장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지원로력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것으로 알고있던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겠소. 이건 혁명이요. 우리 작업반원들로만 한단 말이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그는 1분조장을 짚었다.
《1분조장, 알겠소?》
《알… 알겠수다.》
《왜 대답이 시원치 못하구만. 못하겠으면 여기서 지금 말하오, 후에 뒤소리 말고.》
《하겠다니까요. 한데 왜 나보구만 따지우?》
《1분조장이 보수주의가 있기때문이요. 1분조장만 결심하면 되는거요. 다른 분조장들은 해낼거요. 그런데 2분조장.》
《녜.》
순절이가 머리를 들었다.
《듣자니까 강현기술원이 2분조에 해설사업하러 나갔을 때 안종기가 선참으로 지지했다는데 사실이요?》
순절이가 눈에 웃음을 담고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보란 말이요. 다른 분조들에서 받지 않겠다고 한 안종기가 어떻게 나오는가?》
그러자 3분조장이 수염이 꺼칠한 턱을 손바닥으로 쓸며 말했다.
《지원로력이 없이 분조자체가 하면 로력점수가 뚜렷하게 평가될것이고 그러니까 안종기 같은 실농군은 일한것만큼 공수도 받고 그만큼 분배를 탈게 아니겠소. 그래서 찬성하는거요. 지원자들까지 섞어서 와- 와- 할 때는 안종기 같은 사람이 잘 알리지 않지요.》
《그게 좋은게 아닌가! 그게 리기주의인가? 안종기가 여럿이 몰려 다니며 일할 때는 열성을 내두 별루 공수를 높이 받지 못하니까 그 평균주의가 싫어서 뼈심들여 일하지 않았단 말이요. 이게 리기주의긴 하지만 작업조직을 하고 평가하는 우리도 잘못이 있소. 평균주의를 하면 생산의욕이 떨어질것은 자명한 리치요.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철저히 지켜야겠소. 이렇게 평가사업을 잘하면 모두 정신나가게 일할거요. 지휘성원들도 같소. 작업반장, 기술원, 부락당비서, 분조장, 사로청초급단체위원장이 제일먼저 모판에 들어가고 논판에 들어가며 제일 늦게 나와야 하겠소. 작업반장인 나는 1분조를 맡아나가서 일하고 부락당비서는 4분조를, 기술원은 2분조를, 사로청초급단체위원장은 3분조를 맡아서 하기로 부락당과 토론했소. 이상이요. 전투준비를 기술원이 지시한대로 잘해야 하겠소. 모레부터는 모내기에 진입하오, 농장적으로 일치하게.》
마장석이 일장 훈시를 했다. 《마대장》이라고 불리우는 그는 연설도 잘했고 욕도 잘했으며 일에 앞장서는 투신력있는 초급일군이였다.
모내기를 시작하는 날 아침 다섯시에 마장석이 종을 뗑뗑 울려 반원들을 들판으로 불러냈다.
명숙은 모내기가 시작된 첫날에 농장전반사업이 분주하여 5작업반에 나가보지 못했다. 저녁에 기사장이 각 작업반별 실적을 종합하여 가지고 명숙을 찾아들어왔다. 관리위원회에서는 매일매일의 실적을 작업반별로 총화하고 농장적으로 종합하도록 토론이 있었다.
로정만은 명숙이 앞에 앉지도 않고 아무말없이 작업반별 모내기실적을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명숙이가 들여다보니 농산작업반들중 5반이 꼴등이였다.
명숙은 로정만을 쳐다보았다. 로정만은 명숙이를 동정하는듯 한 눈길로 마주보며 묵묵히 서있는데 마치도 《보시오,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하는 5작업반이 꼴찌요.》 하고 못박는것 같았다.
차라리 그렇게 말이라도 했으면 로정만이 걱정되여 그런다고 할수 있겠지만 말없이 실적표를 보여주기만 하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지 명숙이 모를수 없었다. 명숙은 속이 끓었지만 참아야 했다. 현실적으로 5작업반이 꼴등이 아닌가. 만일 명숙이가 자기를 걷잡지 못하고 불쾌해하거나 짜증을 낸다면 로정만의 얼굴표정이 엄엄해지면서 무슨 훈시라도 하려 할것이다.
명숙은 태연해지려고 애쓰면서 눈길을 떨구며 쌀쌀하게 말했다.
《시작이니까 뒤질수 있어요. 아직 익숙되지 못했으니까요. 이제 따라설거예요.》
로정만이는 명숙이가 태연한 자세를 보이고있지만 결코 속이 편안치 않으며 어쩌면 동요하고있을지도 모른다고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건 어쩔수 없는 귀결입니다. 내 부탁하는데 관리위원장동무, 이제라도 5반에 지원로력을 넣읍시다.》
기어이 관리위원장을 설복시켜 자기의 의지를 따르게 하려는 끈덕진 속마음이였다. 하지만 그는 명숙이를 아직 다 모르고있었다. 명숙이 대답했다.
《리당위원회에서 결정한 문제입니다.》
명숙이가 이렇게 변함없는 자세를 보이자 로정만은 한동안 서있다가 머리를 내저으며 나가버렸다.
그의 뒤모습을 보며 명숙은 아닌게아니라 마음의 동요가 이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실지 5작업반이 계속 뒤로 처질수도 있지 않는가. 사람의 일을 알겠는가. 강현이가 보름동안이면 모내기를 끝낸다고 장담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수도 있다. 강현이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떤 불가피한 정황이 조성될지 알수 없는것이다.
이튿날 허명숙은 5반이 뒤지고있는 원인을 해명해보려고 새벽에 류순절분조에 나갔다. 모판에 이르니 분조장 순절이와 안종기, 리세호 등 늙은이들과 중년남자들, 처녀총각들이 열심히 모를 뜨고있었다.
아직 해는 솟아오르지 않고 맑게 개인 하늘은 푸르스름했다.
명숙은 순절이 옆에 앉아 모를 뜨며 물었다.
《몇시에 시작했어요?》
《5시전에 시작했습니다.》
《다 나왔는가요?》
《아이어머니들이 아직 몇명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제시간에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부터 모를 두판씩 뜬 다음 논에 들어갑니다. 두판씩 먼저 뜬 사람들은 먼저 논에 들어가 시작합니다. 모내는기계운전공과 공급수 2명이 한조니까 셋이 손이 맞아야 하는데 어제는 잘되지 못했습니다.》
《모운반은 누가 합니까?》
《안종기아버님이 합니다.》 순절이가 말했다. 《안종기아버님은 어제 모를 두판 제일먼저 뜨고 모춤들을 달구지에 싣고 논에 나갔는데 모내기군들이 따라서지 못해 논판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명숙은 저쪽 끝에서 모를 부지런히 뜨고있는 안종기를 보았다.
그때 두 아주머니가 나타나 몹시 미안해하며 모판에 달라붙었다. 아주머니들이 힘들것이다. 밥도 할래, 거두기도 할래, 아이들을 탁아소에 맡기기도 할래…
《모내는기계조는 어떻게 조직했어요?》
명숙이가 물었다.
《기술원의 지시로 운전공은 제일 끌끌한 청장년들이고 공급수는 다 처녀들입니다.》
《참, 강현동무가 2분조 담당이라던데…》
《오늘 저한테 량해구하고 4분조에 나갔습니다. 4분조가 첫날 망태기를 쳤거던요.》 순절이의 대답이였다.《어제 모내기를 끝내고 어두워지자 다른 분조들에서는 다시 모판에 들어가 한판씩 떴는데 4분조 사람들은 피곤하다고 그냥 집에 들어가버렸답니다.》
첫날에 진행한 모내기전투에서 이런저런 편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차츰 극복되고 작업이 째여들어갈것이라고 명숙은 믿고싶었다.
《4분조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명숙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순절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우리 분조에서두 왜 우리 작업반은 로력지원을 받지 않고 고생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기술원이 그만큼 해설했겠는데두?…》
《호, 힘이 드니까 그랬겠지요. 차츰 습관되면 일없을겁니다. 걱정마십시오.》
동녘하늘이 불그레해지면서 푸름푸름한 새벽빛이 서서히 물러가고있었다.
붉은 해가 구름사이로 불끈 솟아올랐을 때에 벌써 순절이, 안종기, 중년의 경섭이, 처녀총각인 혜옥이와 창길이가 모 두판을 다 떴다.
경섭이와 창길, 혜옥은 논에 소석회를 칠 때 한조에서 일했는데 분조에서 제일 열성적인 축에 속했다. 그들 셋이 안종기와 같이 모판에서 뽑아 묶은 모춤들을 달구지에 실었다. 그러는새 모내는기계운전공들인 경섭이와 창길의 모공급수처녀들도 모뜨기를 끝내여 그들은 함께 논으로 나갔다. 얼마후 모내는기계의 동음이 들판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명숙이는 부대로력자들과 함께 모를 계속 떴다. 수염이 허연 로인이 물었다.
《관리위원장, 지원로력자들이 와서 모를 떠주면 힘이 덜 들겠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게 하나?》
명숙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계속 국가에 손을 내밀겠습니까? 잘 짜고들면 얼마든지 자체로 할수 있습니다.》
《글쎄 그렇기야 하지. 헌데 작년까지만 해두 모뜨기는 지원자들이 했어.》
이 로인을 납득시키자면 가을에 분배를 타는 때에 가서야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명숙은 입을 다물었다.
명숙은 4분조에 가있던 강현이가 왔기때문에 그에게서 그곳 형편을 대충 듣고 자기가 직접 그쪽으로 가보았다.
손으로 모를 꽂는 아낙네들 틈에 끼워 같이 일하는데 입심이 센 한 중년녀인이 물었다.
《관리위원장은 아침식사를 했소?》
《하지 않구요. 그건 왜 물어요?》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들어가 하구 나오든지 하라는 말을 할려구. 》
《아주머니는 아침식사를 안했어요?》
《했지요.》
《참 아주머니두, 관리위원장은 뭐 다른가요?》
《아무래두 다르지뭐, 간부들이야.… 우리 분조장은 어제 새벽에 일찍 나와서 꽥꽥거리면서 분조원들에게 빨리 밥먹고 모판으로 나가자고 하고서 맨 선참으로 모판에 달라붙었다우. 그리구 모뜨기가 끝나고 모두 논으로 나갈 때 슬그머니 빠져서 집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그때에야 하구 눈까지 좀 붙이구서 논판에 나타났다우.》
명숙은 4분조가 어제 망태기를 친 원인을 알수 있었다.
저녁 작업반총화에 참가한 관리위원장은 5작업반이 첫날 실적에서 꼴등을 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것을 분석총화하고 대책을 세워주었다.
닷새째부터는 5작업반의 모내기실적이 3위로 올라갔다. 그대신 농산 2작업반이 꼴등으로 떨어져서 전혀 추서지 못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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