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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실화소설집 북부전역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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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705회 작성일 22-03-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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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 회

세상에 부럼없어라

동 의 희

5

송희는 짐을 꾸리다말고 일어섰다. 이 많은 짐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그러다가 얼핏 윤화의 생각이 났던것이다.

아닐세라 윤화는 앞에 널려있는 짐들을 놓고 이것저것 만져보기만 할뿐 어느것 하나 꾸리지 못한채였다. 야영소에서 받은 생일기념품도 많은데 이번에 피해지역의 어린 학생들이 경애하는 원수님의 사랑으로 야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시와 원산시의 주민들과 학생들이 보내온 기념품이 짐을 쌀수 없게 그득그득 안겨졌던것이다.

가방, 속내의, 솜옷, 겨울신발, 장갑, 민들레학습장들과 필기도구들… 윤화가 난처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 애가 이 많은것들을 어떻게 가져가겠는가고 종알거리였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긴것이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였다. 야영소에서 그 많은 짐들을 꾸릴수 있게 해주고 차로 다 날라주었던것이다.

아이들은 배응나온 원산시의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손을 저어주며 헤여졌다. 돌아오는 차칸에서 아이들은 목이 터지게 노래를 불렀다.

윤화와 나란히 앉은 송희는 이제 돌아가면 할머니한테 갈 생각말고 언니네 집에서 같이 살자고 속삭였다. 실은 또다시 집이며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우울해질가봐 가슴을 조이면서… 윤화는 흔연히 고개를 까닥이였다.

송희는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정말 그럴 생각이였다. 그 애를 할머니네한테 보내여 외롭게 하고싶지 않았고 또 학원으로 보내고싶지도 않았다. 나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싶은 마음과 함께 정말로 윤화의 친언니가 되여주고싶었다.

송희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윤화가 기특해서 그 애의 애리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윤화가 자기와 같이 있으면 초소에 있는 그 애의 오빠인 윤철동무에게도 동창생으로서 떳떳할것 같았다.

마음이 거뜬해난 송희는 애들의 목소리와 합치여 자기도 노래를 불렀다.

드디여 역전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린 송희는 윤화와 함께 뻐스를 탔다. 이제부터 윤화를 데리고있으려면 그 애의 전학문제랑 토론이 되여야 했다.

굽인돌이로 돌아서는 뻐스안에서 둔덕우에 솟은 학교를 알아본 송희는 깜짝 놀랐다.

물에 잠기여 피해를 받은 낡은 학교가 아니라 새 학교가 일떠선것이다. 학교뿐이 아니였다. 하나의 거리를 련상케 하는 새 마을이 그림속의 선경마을처럼 생겨난것이였다.

물살에 쓸렸던 강변이 멀끔하게 정리되고 산언덕쪽으로 눈이 부신 꽃색갈의 연분홍색기와를 인 새집들이 줄을 맞추어 늘어선게 아닌가.

아니, 고작 열흘사이인데 이렇게 새 학교, 새집들이 일떠서다니.

송희는 반겨맞는 교장선생이랑 여러 선생들속에 묻혀 교실안으로 들어갔다.

파랗고 노란색을 입힌 새 책상들이 놓여있는 교실을 보자 가슴이 뭉클해났다. 하마트면 우르르 쓸어드는 아이들앞에서 눈물을 보일번 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재재거렸다. 새집구경을 했는데 그건 동화집처럼 없는게 없다는 자랑이였다. 방안자랑, 부엌자랑, 지어는 차곡차곡 가려놓은 장작얘기도 나왔다.

송희는 학교운동장을 지나 마을로 뛰여갔다. 하나같이 알뜰하게 꾸려져있는 새집들, 타일도 곱게 붙여있고 말끔히 청소까지 되여있는 집들이였다.

그동안 이틀이 멀다하게 보내준 기념품들이 그득그득 쌓여있는 새집들엔 주인의 이름을 새긴 문패가 붙어있었다.

그 순간 송희는 가슴이 선뜩해와서 그 자리에 굳어졌다.

윤화가 이 집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하랴. 아무리 이 언니와 함께 산다해도 아버지와 엄마가 있었다면 그 애한테도… 더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아버지와 엄마를 찾고있을 그 애를 생각하니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사방으로 두리번거리며 그 애를 찾으면서도 막상 눈물어린 그 애의 모습을 보게 될가봐 얼음장우를 건너가는 때처럼 조심스러워졌다.

어디에 있을가, 어느 구석에서 울고있을가. 야영떠나던 날이 생각나서 자꾸만 구석으로 눈길이 돌려졌다.

《아이구나, 선생!》

갑자기 숨을 헐썩이며 찾는 귀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눈앞엔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듯 윤화의 할머니가 허위허위 반달음쳐오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쳐든 윤화가 종달음쳐 앞서고있는게 아닌가. 아니, 이제껏 찾았는데 어디서 나타났담. 구석에만 기웃거렸지 이렇게 새집들이 늘어선 마을복판에서 윤화를 만날줄이야 생각이나 했담. 윤화가 뽀르르 달려왔다.

《새집이 생겼어요, 나에게도 새집이…》

《뭐라구?!…》

《이것 보라구, 글쎄 글쎄…》 뒤늦게 다가온 할머니는 숨이 차서 말도 번지지 못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송희에게 할머니와 윤화가 겨끔내기로 사연을 들려주었다.

윤화에게도 새집이 차례진다는 소식이 할머니에게도 날아와 이렇게 달려왔다는것, 그래서 이제껏 새집구경을 하다가 선생에게 자랑하고싶어 학교로 오댔다는것이였다.

그런걸… 그런줄도 모르고 어느 구석에서 울고나 있는줄 알았지.

《윤화야!》

송희는 윤화를 와락 끌어안았다. 뽀얗게 흐려진 눈앞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고마운 내 나라. 이 행복의 땅보다 더 좋은 보금자리가 또 어디에 있을테냐. 이 언니는 고작 너의 손목을 잡고 우리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나 했댔구나.

끝내 송희의 두볼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실 윤화를 두고 론의가 많았다고 한다. 집을 준다기보다 그 애를 학원에 보내는게 더 좋지 않는가고. 이제 그 애에게 집을 준다고 해도 누가 건사하겠는가. 차라리 할머니집에 보내던가.

그러다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집배정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신대로 따져보았다고 한다. 조국을 지키는 병사는 자기집을 지키는거나 같다고 하신 크나큰 사랑의 말씀을 접하고보니 더 다른 론의는 필요가 없게 되였다는게 아닌가.

어느새 소식을 들은 마을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기쁜 소식은 이렇게 꽃보라처럼 하늘하늘 날아가기 마련이였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들에게 차례진 기쁨도 크지만 열세살 어린 윤화에게 안겨진 복이 너무나 신기해서 윤화에게, 할머니에게 저마다 축하의 인사를 했다.

할머니가 마을사람들의 인사에 격정을 터쳤다.

《옛날부터 물란리가 나면 남는게 없다고 했다우. 그런데 이렇게 흘륭한 새집을 지어주시고 크나큰 복을 안겨주셨구려. 눈물도 말라버린 우리 윤화의 가슴에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온 세상을 안겨주셨구려. 원, 세상에…》

이때 윤화가 앞으로 나섰다. 소심해서 말도 없어지고 웃음도 눈물도 말랐던 어린 소녀! 그 애의 눈가에서 눈물방울이 굴러났다. 그것은 이미 설음의 눈물이 아니였다. 사람들은 모두 그 애를 주시했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다 못한 자기의 말을 할것이라고 생각하며 박수를 쳤다.

이제 야영소에서 한껏 안았던 그 심정을 터칠것이다. 소쩍새가 부러웠던 그 얘기도, 대화봉에서의 감격도… 송희는 윤화를 바라보았다. 윤화야, 어서 네 가슴속의 말을 하렴. 어서 고마운 인사의 말을 하렴. 너는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이미 가슴을 넓히고 눈이 밝아진 애가 아니니.

윤화가 눈물을 닦으며 얌전히 인사를 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이 순간엔 열세살 어린아이가 아닌것처럼 보였다. 무척도 어른스러워도 보였다.

윤화가 입을 열었다. 그 애가 하게 될 첫 말은 무엇일가.

그러나 윤화의 입에서 나온것은 다른 말이 아니였다. 노래의 구절이였다.

그것은 숫눈같이 티없는 가슴에 사진마냥 진하게 새겨진 어린 소녀의 마음, 더하지도 덜지도 않은 말그대로의 숨김이 없는 터침이였다.

그 노래야말로 정녕 이 나라 북변땅 사람들만이 아닌 온 나라 인민들의 가슴속 격정의 분출이였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손풍금소리 울려라


송희는 눈굽이 뜨끈해왔다.

옳다. 무슨 말을 해야 이 행복, 이 고마움을 다 터칠수 있으랴. 저 노래에 너의 마음이 다 비껴있구나. 우리모두의 마음이 다 비껴있는데야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랴.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어버이수령님시대에 탄생한 이 노래, 위대한 장군님품에서 더 크게, 더 절절하게 불렀던 우리 나라, 우리의 제도에 대한 이 송가는 지난날의 력사속에서만 아니라 오늘날 경애하는 원수님 시대에 더 높이 울려나오는것이다. 그 애의 선창에 앞에 섰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불렀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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