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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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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595회 작성일 22-01-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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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한 해 총 화


28


농산지도원이 다른 자리로 옮겨앉고 강현이 그 자리에 임명되였다. 허명숙이 리당비서와 토론하고 군당위원회에 직접 제기했었다. 기사장 로정만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얼굴로 강현을 맞이했다. 강현이가 소총명이 있고 소조시기의 기개를 살려서 기사장도 서슴없이 비판하는 그러한것들이 마음에 없었고 집행력이 부족하다고 보고있었지만 현대농업과학기술에 밝고 정확하고 머리가 좋으며 이전 농산지도원에 비해 우월한것은 사실이였다. 다시말해서 우점도 있고 결점도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강현이 기사장사업을 직접 보좌하는 자리에 들어오는것이 반갑지 않았으나 관리위원장이 주동적으로 한 일이니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허명숙은 강현이 관리위원회에 들어오자 좋아하며 거의 매일 저녁 사무실에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두 잠정리에 온지 벌써 한해가 되였으니 사업에서 결함들이 눈에 띌거예요. 강현동무는 농산지도원으로서 의견들을 기탄없이 제기하세요.》

《제가 뭐… 저는 맡겨진 일을 잘하겠습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사업을 시작한 어느날 강현은 명숙과의 담화과정에 농장에 규률과 질서가 부족하다는데 대해서 말하면서 휘발유출고정형을 검열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다시 긴장한 연유문제가 제기되고있었다. 한해전 도당책임비서 석영진이 명숙이와 함께 잠정리에 와서 애로를 물었을 때 로정만이 제기했던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연유가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것이였다. 그러자 군경영위원장이 잠정리에 연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며 년초에는 농촌에 연유가 잘 공급되지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원인이 그때문만이겠는가? 강현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기계화작업반에 찾아간 명숙은 연유창고를 겸해서 보는 작업반통계원을 만났다. 연유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통계원, 어째서 그런가라는 물음에 대답을 피했던 통계원이였다.

《연유공급대장을 보자요, 재작년것과 작년것을.》

통계원이 대장들을 가득 들고왔다. 그것들은 여러권이였고 란잡하였으나 명숙은 인내성있게 앉아서 깐깐하게 검토하였다.

작년 11월 어느날에 기록된 내용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부위원장의 지시로 휘발유 20키로그람 출고.》

명숙은 통계원에게 그 기록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이였다.

《여기는 왜 작업내용, 다시말해서 용도가 적혀있지 않아요?》

통계원이 딱해하였다.

《저… 간부동지들이 요구하는것은…》

통계원은 뒤더수기를 긁적거리였다.

명숙은 대장을 덮으며 일어섰다.

《동무가 머리아프다고 한 뜻을 이젠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작업용이 아닌 개인용이나 소위 사업용으로 휘발유를 내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어요. 간부든 누구든 관계없어요.》

《그런데 만일 간부동지가 사업용으로 요구하면 딱하지 않습니까?》

명숙은 그가 옳게 의견을 냈다고 보았다. 한갖 작업반통계원으로서 딱할수 있었다. 규정대로 해야 한다. 통계원은 철저히 그 규정을 가지고 질서를 세우도록 해야 할것이다.

《알겠어요. 제도와 질서는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안 지켜도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휘발유가 영농작업이 아닌 다른 용무로 랑비되는데서 농장의 지도일군들에게 우선 책임이 있었다.

연유출고에서의 무질서는 농장에 조성되고있는 원칙에서의 양보와 리탈현상의 하나의 표현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물론 명숙이가 오늘에 와서야 이러한 분위기를 느낀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원칙적인 선을 세우고 투쟁해야 하겠는지 방도가 잘 떠오르지 않았고 농사일에 분주히 뛰다보니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 오늘 기계화반의 휘발유출고정형을 검열하며 충격을 크게 받았다. 관리위원장도 모르게 부위원장이 휘발유를 마음대로 다른 용무에 썼다. 이러한 무질서가 휘발유출고에만 있었겠는가?

(아니, 이대로 지속될수 없어. 이제부터는 제도와 질서를 강하게 세워야겠어. 강현동무가 참 옳은 의견을 냈어. 곽기춘아바이도 말했지. 무슨 일이나 원칙을 세우고 바로 지켜야만 잘 풀려나갈수 있어. 자체로 농사를 짓는 문제가 잘되지 않고 반대에 부닥치고있는것도 다 이와 관련되여있어.)

한해사업을 총화하는 농장원총회에 앞서 리당위원들과 관리일군들의 모임이 있었다. 여기서 총회보고서의 기본내용을 심의하였다. 모임에서는 관리위원장 허명숙이 작성하여 제출한 한해농사정형에 대한 총화내용이 기본적으로 옳게 분석되였다고 인정하였다. 명숙은 몇가지 문제를 보충적으로 강조하였다.

《올해계획을 수행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관리위원장인 저에게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농장원총회에서 총화되겠지만 우선 퇴비생산과 반출에서 주먹구구식의 장악과 허위보고를 근절하지 못했고 따라서 땅의 지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원만히 하지 못했습니다. 지원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주인답지 못한 관점, 모내기가 늦어지고 이로 인하여 빈자리보식과 김매기를 제때에 질적으로 하지 못한것 등 우리 농장이 안고있는 고질적인 결함들이 반복되였습니다. 이러한 결함들은 다 관리위원장인 저자신과 관리일군들의 사업태도와 관점과 관련되여있습니다. 저로 말하면 주관적욕망만을 앞세우고 실천을 따라세우지 못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농장원총회에서 심각히 론의되여야 할것입니다.

기사장동무도 자기의 사업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보고서에 넣지는 않았지만 나는 기사장동무가 본인의 토론에서 자기의 결함을 허심하게 내놓기를 바랍니다.》

로정만은 명숙을 한번 피뜩 쳐다보았을뿐 거의 무표정한 상태로 까딱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내가 년초에 어느 분조장에게 퇴비생산과 반출량에 대해 물으니 적당히 대답하면서 그는 그것을 자로 재보겠는가, 저울에 달아보겠는가 하였습니다.》

명숙이가 계속하였다.

《물론 자로 재기도 힘들고 저울에 달아보기는 더욱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분조장이나 나아가서 작업반장들이 짐작으로 과장하여 낸 수자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종합하여 실적을 기록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허위보고는 이렇게 작성되였습니다. 이에 대해 기사장동무는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기사장동무는 또한 아래사람들을 뜨겁게 대하고 옳게 평가할 대신에 자기를 비판했다고 해서, 자기의 위선적인 행동에 엇선다 해서 한작업반 기술원을 감정을 품고 대하며 그의 의견은 덮어놓고 거부하였으며 그의 발전을 억누르기까지 했습니다. 농장원들과 농장초급일군들속에서 기사장동무의 관료주의적인 작풍에 눌리워 제대로 의견을 내지도 못하고있으며 기사장동무를 두려워하고있습니다. 아직 기사장동무는 대중들로의 비판을 거의나 받아보지 못하다보니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있었습니다. 사업적권위는 아래사람들을 거칠게 대하고 욕설을 하는것으로 세워져서는 안될것입니다.》

허명숙은 이처럼 로정만을 드러내놓고 비판하기가 헐치 않았다. 관리위원장이 기사장을 비판하는것은 응당한것이지만 로정만의 경우는 나이가 많고 자존심이 강하며 또 이 잠정농장의 오랜 일군으로서 이랬든저랬든 사업적권위가 서있었다. 그리고 일을 제끼는 기사장으로 알려져있었고 실지 지난날 공적이 있는 일군인것이다. 그러한 일군을 새로 온 관리위원장이 이제 겨우 한해 일해보고 비판한다는것이 경솔하고 도리에 어긋난다고 비난받을수도 있다. 더구나 녀성이 아닌가!

그렇다고 마장석을 비롯하여 초급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로정만에게 의견을 가지고있으며 허명숙자신이 그 의견이 정당하다는것을 직접 체험하였으며 로정만의 사고방식과 사업태도와 작풍이 잘못되고있는것을 보고 느끼고있는데 그냥 덮어두고 지나쳐야 하겠는가. 명숙은 그럴수 없었다. 결함을 보았으면 제때에 깨우쳐주어야 할것이다. 로정만기사장을 따르는 일부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할수 있으며 녀자가 지내 모질다고 말할수도 있을것이다. 명숙은 이것도 각오했다.

명숙이가 로정만의 결함들을 꺼내놓자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숨소리를 죽이고 조용해졌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직 로정만을 누구도 이처럼 비판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렇지만 명숙은 거의 모든 리당위원들과 관리일군들이 자기를 지지하고있다는것을 그들의 눈길과 얼굴표정과 몸가짐을 통해 느낄수 있었다. 그들이 고마왔다.

《나는》 하고 허명숙은 힘을 얻고 계속했다. 《잠정농장에 온 날부터 로정만기사장동무와 손발을 맞추고 합심하여 농사를 짓게 되기를 기대했고 희망했으며 또 실지 한해동안 그렇게 일을 하기 위해 애썼고 기사장동무의 방조를 받아 생소한 고장에서의 한해였지만 사업을 전개해나갈수 있었습니다. 기사장동무에 대한 저의 기대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쳐야 하겠다고 생각되는바를 말한것입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녀성이였다. 그러므로 부드럽고 따뜻하게 기사장에 대한 비판을 결속하였다. 그의 진정으로 되는 따뜻한 충고에 공감하지 않고 감심되지 않을수 있겠는가.

《저는… 관리위원장동무의 비판을 전적으로 접수합니다.》

로정만의 지어 태연해보이기까지 한 이러한 대답에 사람들은 좀 놀라긴 했으나 다행스러워하였다. 긴장했던 나머지 후-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람도 있었다. 차성재는 기사장에게 비판을 접수한다니 반갑다, 응당 접수해야 하며 총회에서 스스로 총화짓는것이 좋을것이다라고 했다.

《총회에서 자기의 결함을 내놓고 비판하겠습니다.》

로정만은 이번에도 시원스럽게 대답하였다. 진속을 잘 꺼내지 않으며 항상 표정이 모호한 그가 이처럼 성근하게 나오는것이 좀 이례적이였지만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로정만이 그렇게 나오는것이 진심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로정만이 진심으로 접수한것은 아니였다. 접수한다고 말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군경영위원장 한광훈을 만나고온 이후부터 그는 우울한 날을 보내고있었으며 만사를 무심하게 대하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는 한광훈에게 다시는 소환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 자기는 영원히 잠정리를 뜨지 않겠다 하고 격하여 말했지만 분김에 한 소리였지 본심은 아니였다. 그는 한광훈이 어느때든 자기를 군에 끌어올려가리라고 믿고있었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있었다. 이러한 로정만이에게 오늘 허명숙의 뜻밖의 비판은 대단히 불리한것이였다. 자칫하면 농장이 계획을 못한 책임이 자기에게 들씌워질수 있었다. 그는 허명숙의 비판에 대해 반박할수 있었지만 그러면 더욱 불리해진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비판을 접수한다고 시원스럽고 석연한 태도로 나가야 한다, 총회에서도 그렇게 자기비판을 해야 할것이다, 그러면 허명숙이는 감동될것이다. 지금 그의 심리는 이러하였다.

허명숙은 그의 허심한 태도에 마음이 더워났다. 역시 대범한 남자고 큰사람이라고 기뻐하며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다음으로 우리 농장에서 규률과 질서가 바로 서있지 않고 원칙이 고수되지 못하고있는것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좀 하려 합니다. 보고서에 간단히 지적했습니다.》

명숙은 부기실을 검열하면서 집어냈던 무원칙한 인심쓰기와 부정출고에 대하여 다시 말하고 휘발유출고정형을 알아보는 과정에 나타난 비생산적인 용무에 망탕 출고한 내용을 까밝혔다. 특히 농장의 책임일군들이 무원칙하게 휘발유를 부정출고하였다.

《관리위원회는 연유에 대한 강한 통제로부터 시작하여 농장안에서 무규률, 무질서와의 투쟁을 벌리려고 합니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올해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한데는 이러한 무질서와 원칙에서의 리탈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농장원총회는 비판적분위기속에서 진행되였다. 먼저 허명숙이 보고를 하였다. 그는 한해동안 영농사업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관리위원장과 관리일군들, 초급일군들의 사상적관점, 사업지도능력, 조직력, 현대농업과학기술에 대한 지식 등의 부족에서 찾았다. 회의에 참가한 농장원들은 그가 한해동안 영농사업과 농장관리운영에서 혁신적인 안목을 가지고 어떻게 진취성있게 일했는가 하는것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에 그리고 그가 이제 겨우 한해를 일했기때문에 그의 비판을 자기들의것으로 받아들이였다.

이런 큰 회의에서 기사장이 토론을 하지 않을수 없다. 기사장은 년간총화에서는 매번 토론을 하기마련이다. 관리위원장의 보고에 이어 그가 연단에 나섰다. 그는 보고서에 제기된 자료들을 다 인정한다고 하였다. 이때까지 군중의 우에서 훈시만을 하고 회의에서 자기비판같은것은 일반적으로 스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엄하게 비판하군 하던 로정만이 자기비판을 내용있게 하였고 올농사에서는 반드시 계획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의도 잘 다지였다. 그는 이렇게 하여 이 고비를 넘겨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처럼 일이 그렇게 무난하게 지나가버리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속에 오래 묻어두지 않는 개방적인 성격인 마장석때문이였다. 토론에 참가한 마장석반장이 농산제5작업반 영농사업에서의 결함을 자신의 조직사업능력의 부족과 주체농법의 요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데서 찾고 자기비판을 한 다음 기사장 로정만에 대하여 비판을 하였던것이다.

《…기사장동무는 올해는 별로 욕설과 관료주의로 초급일군들을 들볶아댔습니다. 기사장이면 자체로 농사지으려는 지향을 누구보다 지지하고 적극 밀어주어야 하겠는데 우리 작업반 기술원동무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서 모험이라고 반대했습니다. 무엇이 모험이란 말입니까?》

마장석은 담배연기에 끄슬려 피가 진것 같은 눈을 뒤룩거리며 거칠게 말했다.

《나는 왜 그런지 기사장동무가 진짜 우리 농장의 농사가 잘되여 국가계획도 하고 농장원들의 수입을 높이려는 진심에서 출발한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을 내고 군에 잘 보이기 위해 분주히 뛰여다닌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회의장이 웅성웅성했다.

《조용하시오.》

차성재가 군중을 자제시켰다.

《마장석동무, 비판을 과학적근거를 가지고 해야지 느낌을 가지고 하면 되겠습니까?》

《예, 제 느낌이 잘못됐으면 이 자리에서 시정하겠습니다. 저의 토론은 이상입니다.》

마장석이 성급히 말하고 연단에서 물러서자 농장원들이 웃어댔다.

허명숙은 마장석이가 언젠가 자기에게 했던 말을 꺼내는 바람에 좀 심중해졌다. 그때는 좀 막연하게 로정만기사장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것 같다고 조용히 말했었다. 느낌으로 하는 소리겠거니 하고 스쳐지나버리긴 했으나 가슴속에 새겨두고있었다. 그랬는데 마장석이 오늘은 대중앞에서 그것도 《자기 이름을 내고 군에 잘 보이기 위해》 열성을 내는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이상한 충격이 머리를 쳤다. 마장석이 로정만을 좋게 보지 않지만 꼭 그런 예리한 말을 해야 하겠는가, 과연 로정만이 그런 사람이겠는가.

마침 리당비서가 바로잡아주었다.

주석단에 앉아있는 로정만은 마치 차거운 대리석처럼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 앞을 꼿꼿이 바라보며 눈동자조차 돌리지 않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속이 띠끔했으며 당황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더 무표정해지려고 애썼다.

회의휴식시간에 로정만이는 회의집행자들이 모여앉아 휴식하는 문화회관의 대기실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밖으로 나왔으나 일반농장원들속에 끼이지도 않았다.

그는 문화회관 옆 마당의 한쪽구석에 혼자 서서 침침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있었다. 대중들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번 했다. 다행하게도 리당비서가 수습해주었다.

어디서 그를 살펴보고있었는지 마장석이 다가오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내 담배를 피우시오, 기사장. 이게 독초요. 기사장이 피우는 물주리 달린 가치담배도 담배요? 난 그런건 심심해서 당초에 입에 대지도 않소.》 하며 그는 독초를 말아 내밀었다.

《싫소!》

로정만은 이렇게 쏘아붙이고 돌아섰다.

마장석은 속으로 중얼댔다.

(허, 단단히 노했군. 하기야 《정코대》가 아닌가.)

농장원총회는 어두워져서야 끝났다. 오랜 시간 회의를 했지만 회의집행자들도 군중도 앙양된 회의분위기에 편승하여 피로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가 끝난 후 리당비서사무실에 가앉은 명숙은 거기에 로정만이 보이지 않고 시간이 많이 지나간 후에도 그가 나타나지 않자 자연히 낯빛이 흐려졌다. 이런 큰 회의전이나 후에는 반드시 그들 세사람이 모여앉군 했다.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더라도 관리위원장, 리당비서, 기사장이 모여앉았다가 회의장에 들어가든가 또는 헤여져가군 하였다. 왜 나타나지 않을가?

회의를 지도하러 군에서 내려온 일군은 차성재와 허명숙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농장원총회가 잘되였습니다. 성과와 결함을 옳게 분석했고 비판과 결의들이 다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잠정리에서 다시 높이 세워진 계획을 수행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그 말을 듣는 리당비서는 즐거운 기분이였다. 물론 명숙이도 회의성과가 기뻤다. 그러나 지금 마음 한구석이 어두웠다.

《참, 기사장동무는 어디 갔소?》

군일군이 의아해하였다. 명숙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느날 명숙은 5작업반에 갔다가 마장석을 만나 농장원총회에서 로정만기사장에게 왜 근거도 없는 말을 했는가, 그러면 되겠는가고 충고했다. 마장석은 《흥.》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관리위원장은 모르는것 같은데 군경영위원회에서 로정만기사장을 끌어올려가자는 론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장이 그걸 알고있단 말이요. 그러니까 빨리 군에 올라가려고 열성을 내는게 아니겠소?》

그는 담배진에 누래진 이발을 드러내며 웃기까지 했다.

명숙은 그가 하는 소리 역시 소문이 아닌지 미타해했다.

《기사장동무가 군경영위원회에 올라간다면 좋은 일이예요. 그런데 그런 소리를 어디서 들었어요?》

명숙이가 따지고들자 마장석은 손을 내저었다.

《아, 더 따지지 마시오. 나도 정식으로 들은 소리는 아니지요.》

《반장동무, 다시는 어디 가서든 그런 소리를 하지 말아요.》

명숙이가 못을 박았다.

《내 관리위원장한테 처음 그 말을 했수다. 그런데 사실일수도 있구요.》

명숙이는 생각에 잠겼다. 그래, 사실일수 있다,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 그렇지만 그때문에 기사장이 일에 더 열성이겠는가. 하긴 기사장이 군으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려고 왼심을 쓰고있긴 했다. 명숙은 생각이 착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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