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칼럼] 문재인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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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칼럼] 문재인의 운명
[민족통신 편집실]
이재봉 교수 (원광대학교 교수)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좌절, 충격과 탄식, 울분과 결의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5년간 뉴스 안 보겠다는 지인들을 헤아리기 어렵다. TV 없애버리겠다는 친구도 있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렵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 부정투표나 개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탄핵 준비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임시정부를 세우자는 얘기도 들린다.
난 신문, 방송, 카톡, 페북 이용 크게 줄이며 독서와 농사 시간 늘리고 있다. 선거 직후 ≪문재인의 운명≫을 읽었다. 민주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추구해온 사람들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원망하며 처벌해야 한다는 글까지 나돌기에.
문재인이 11년 전인 2011년 쓴 책이 '문재인의 운명'이다. 그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고 이루지 못해 아쉬워한 게 많다. 남북관계 개선, 국가보안법 폐지, 검찰개혁 등에 관해서다. 2007년 어렵게 남북정상회담 갖고 훌륭한 10.4선언 이끌어냈지만 4개월 뒤 들어선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물거품 됐다.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와 과반 국회의석 갖고도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는커녕 부분 개정도 못했다. 검찰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주려던 대통령의 선의에 반해 퇴임 직후 감찰에 정치적 수사 받으며 목숨까지 잃었다.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지켜본 사람이 문재인이다.
그가 착하다는 건 천하가 안다. 자신이 선하다고 얘기하기 곤란하겠지만 성격이 무르다고 고백했다. 사법고시 합격 직후 검사 시보 또는 검사 직무대리로 일하며 “사람을 처벌하는 일이 내 성격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내 무른 성격 때문에 검사는 안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나 고3때 술.담배 배우고, 대학에서는 민주화투쟁 주도하며 감옥도 가고 제적도 당했다. 강제징집으로 공수부대 (특전사)에서 빡센 훈련 받으며 폭파병도 됐다. 변호사가 된 뒤 부산에서 온갖 시위에 앞장서기도 했다. 선하고 ‘무른 성격’이라도 이런 일 겪으면서 강하고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그 후 문재인은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고 두 번 나섰다. 첫 번째 2012년엔 당이나 주변사람들에 의해 떠밀리다시피 초보 정치인으로 나왔던 것 같다. 떨어졌다. 두 번째 2017년엔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거치며 나왔다. 촛불 민심에 힘입어 대통령이 됐다.
첫째, 남북관계와 관련해, 임기 초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하며 되돌릴 수 없는 진전을 이루는 듯했다. 선배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가져 이명박 정권에 의해 뒤집어지는 걸 지켜본 영향이 컸을 게다. 이번엔 미국 반대와 압력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앞으로는 예속적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크게 악화할 게 뻔하다.
둘째,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헌법도 고칠 수 있는 180 국회의석 갖고도 추진하지 않거나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나 문재인 대통령 때나 폐지를 원치 않거나 소극적인 민주당 의원이 많다는 게 큰 문제지만. 앞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은커녕 강화로 공안정국이 전개될 것 같다.
셋째,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주의자’를 자처한 특수 검사를 총장으로 뽑아 되치기로 험한 꼴 당했다. 그가 대통령 자리까지 거머쥐게 만들었다. 앞으로 개혁은커녕 검찰독재 또는 검찰왕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크게 도우면서 이루지 못해 아쉬워한 일에 대해 자신이 직접 대통령직을 수행한 뒤엔 아쉬움을 넘어 회한으로 남을 것 같다. 그의 착하고 무른 성격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문재인의 운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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