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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069회 작성일 22-04-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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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2 회


생 명 지 표

한 은 희

2

이름은 김현희, 나이는 49살, 무산군 독소리 농장원.

심장 및 복부초음파를 비롯한 환자의 검사소견은 지훈이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험악했다.

다발성자궁근종이라는 진단으로 하여 시급히 수술을 요하는 상태에서 3. 0이라는 헤모글로빈의 검사수치는 그를 경악과 불안의 감정에 빠져들게 했다.

환자상태는 시시각각 수술을 갈망하고있었건만 엄청나게 소실된 혈량을 보충하기 전에는 수술시 생명을 담보할수 없다는 무서운 결론이 지훈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최소한도내에서도 2ℓ의 피를 시급히 수혈해야 했다.

지훈은 의무실의자에 앉아 머리를 싸쥐였다.

《선생님!…》

애된 처녀애의 목소리가 머리를 들게 했다. 새벽에 얼핏 보았던 환자의 딸애이다. 큰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그 처녀애가 바투 다가서서 자기를 올려다보고있다.

《이름이 뭐냐?》

《영복이예요. 박영복!》

《몇살이냐?》

《열두살이예요. 자요, 선생님.》

영복이가 두손을 공손히 내민다. 영복이의 손을 내려다보던 지훈의 입가에 서글픈 웃음이 스쳤다. 북쪽지방에서는 귀물인 노오란 속살이 빠끔히 들여다보이는 김이 문문 나는 군고구마… 무엇인가 성의를 보이면 이 평양의사가 자기 엄마의 생명을 지켜줄수도 있다는 애타는 기대가 처녀애의 눈에서 끓고있었다.

껍질벗긴 고구마를 영복이의 입에 넣어주며 지훈이 조용히 말했다.

《자, 함께 먹자꾸나. 그런데 어머닌 언제부터 앓기 시작했니?》

《오래됐어요. 근데 일은 계속 나갔어요.》

《너희 집도 큰물피해를 입었니?》

순간 영복이의 큰 눈에 눈물이 핑- 고여오른다. 눈물을 씹어가며 또박또박 말하는 영복이를 보느라니 지훈의 눈앞에는 그 참혹처절한 광경이 영화화면처럼 련상되였다.

물, 수정같이 맑고 정갈하게만 보아오던 물. 천연바위짬으로 옥구슬 피리소리를 내며 도글도글 굴러내리던 정갈한 시내물이 그렇게 사나와 질줄 누가 알았던가.

집들이, 녀인들이, 아이들이 그 집채같은 시커먼 대홍수에 떠박질리우며 빨리워 들어간다. 괴물같은 파도는 건너집 쌍둥이네 강냉이대들을 씹어삼키고 어느새 영복이네 집 토방을 들이친다.

창황중에도 영복이의 엄마는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한점의 습기도 침습하지 못하게 비닐로 싸고 또 싼다.

아직 잠에서 채 깨지 못하고 하품만 해대는 영복이의 얼굴을 찰싹- 소리가 나게 쳐댄 엄마는 영복이의 몸에 수령님들의 초상화모심함을 메워 지붕우에 가까스로 올려보낸다. 뒤를 돌아보니 벌써 물은 철썩처절썩 소리를 치며 방안으로, 부엌으로 쓸어들어온다. 지붕으로 향해 있는 사다리를 짚으려고 한발을 올려놓던 엄마는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지르고는 사다리와 함께 한쪽으로 넘어간다. 어망결에 지붕에 올라오긴 했으나 두눈을 디룩거리며 아래를 지켜보던 영복이가 사다리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넘어지는 엄마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친다.

《엄마야- 엄마야!》

그러나 괴물은 사정없이 엄마를 순간에 삼켜버리고만다. 그속에서도 들려오는 엄마의 마지막말 《울지마.… 잘… 간수해라-아…》

《악! 엄마야아- 어디 간? 나두 같이 갈래! 엄마!》

안깐힘을 쓰며 허우적거리는 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가는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는 다시 보이며 저 멀리로 사라져간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잡동사니들과 함께 하나의 점으로 되여버리는 엄마를 부르짖으며 지붕에 엎어져 두팔을 내휘두르던 영복이도 어느사이에 물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간다. 엄마를 부르며 왕왕 소리쳐울던 영복이가 흙탕물속에서 몇번 허우적거리더니 맥이 진해서 꼴깍꼴깍 물을 먹어대기 시작한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에 바줄을 감은 인민군군인들이 마을사람들에게로 필사적으로 헤염쳐온다. 군인들은 영복이네와 쌍둥이네를 구원하고 또 마을사람들을 물에서 끌어내온다.…

《그 군대들중에서 우리 엄마를 구원한 아저씨는 끝끝내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대요. 흑!…》

꺽꺽- 더 세차게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처녀애를 지훈은 점도록 바라보았다.

《선생님, 우리 엄마 꼭… 살려주세요. 예?》

지훈은 자기의 팔소매를 부여잡으며 간청하는 영복이를 꼭 그러안았다.

눈물이 쿡 솟구치는것을 가까스로 억제했다. 영복이의 애절한 눈빛때문만이 아니였다. 이들을 구원하다가 희생되였다는 이름모를 인민군군인이 생각나서였다.

이른아침에 과내협의회가 열렸다. 중앙치료대의사들과 이곳 병원기술부원장도 함께 참가했다.

과장 허은주가 환자상태를 렬거하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까지 우리 병원에서는 이런 중환자를 치료해본 경험도 없고 시급히 후송하는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현재 조건에서는 강한 지혈대책을 세우는것과 함께 환자를 도인민병원에 한시바삐 후송하는것이 제일 첫째가는 방도라고 봅니다.》

갱핏한 얼굴의 그 녀자는 랭정한 눈길로 중앙치료대의사들속에 있는 지훈을 띄여보고나서 제자리에 앉았다.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근엄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제나름대로의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이때였다.

《어떻습니까? 중앙치료대의 의견은…》

기술부원장은 몇오리밖에 없는 머리카락을 슬슬 쓰다듬으며 허은주의 조리있는 말을 긍정하는듯 한 눈길로 중앙치료대성원들이 앉은쪽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눈길을 받으며 중앙치료대책임자인 장별이 조용히 일어났다.

《나는 평양산원 2부인과 의사 리지훈선생의 의견을 먼저 듣고싶습니다.》

리지훈이 말고는 누구 내세울 의사가 없었다. 보건성에서는 북부피해지역에 급파할 중앙치료대를 조직할 때 각이한 부문의 전문의사 한명씩을 엄선했었다. 그런즉 산부인과의 대표격인 올해 36살의 리지훈은 이 자리에서 심중하고도 결정적인 안을 내놓아야 했다.

지훈은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없이 중얼거렸다.

《물론 과장선생님의 말이 옳습니다. 지금까지 이 자그마한 병원에서 이렇게까지 중태에 빠진 환자의 수술대책에 대하여 론의조차 해본적이 없다는것을 잘 압니다. 그렇다고 이 란리통에 팔짱을 끼고앉아 도로가 복구될 때를 기다리겠습니까? 시시각각으로 수혈을 요구하는 상태에 있는 환자를 놓고서 말입니다.》

이것은 방책이 아니였다. 뻔한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켰을뿐이였다.

지훈이자신도 그것이 의식되자 괴롭고 속이 답답했다.

허은주가 지훈의 그 심리를 아프게 건드렸다.

《지훈선생,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거예요?》 하고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년장자답게 타이르듯 말했다.

《현재 우리 병원에는 현희환자의 피형에 맞는 피가 없습니다. 피가 있다고 해도 지금 우리 조건에서 그런 대수술을 해낼수 있겠는지 장담하기도 어렵구요. 그러니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랭정하게 생각하고 결단성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훈은 머리를 짓수굿하고 아무런 응대도 하지 못했다.

나이가 40대 중반기를 넘어선 허은주과장은 무산군일대에서 손꼽히는 산부인과의사라고 한다. 그러니 림상경험이 풍부한 그의 말을 무시할수는 없는것이다. 반면에 평양의학대학(당시)을 졸업하고 최상의 의료조건이 갖추어진 평양산원에서만 일해온 지훈은 이런 최악의 경우를 말조차 들어본적이 없었다.

1차협의회는 이렇다할 방책이 없이 끝났다.

지훈은 안타까운 마음에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과장방에서 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소생실로 옮겨졌다.

해빛이 따스히 비쳐드는 방에 들어서니 강한 지혈제와 함께 수액치료로 생명을 연장하고있는 현희환자의 모습이 눈뿌리 아프게 박혀들었다.

협의회에 참가했던 중앙치료대의 의사들이 그의 뒤를 따라들어와 환자주위를 에워쌌다.

사지정형외과의사 장별, 복부외과의사 장철삼, 신경과의사 최철진, 중앙위생방역소의사 량극…

이 전쟁마당에서 한시바삐 수혈원천을 찾아야 하는 긴급한 정황이 그들모두를 당황케 했다.

검사전에서 환자의 피형을 알았을 때 지훈의 마음은 괴롭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

환자의 피는 A형이다. 이 란리통에 생겨난 구급환자들에게 깡그리 수혈하다나니 병원에 A형의 피는 없다. 도로가 파괴되여 도에서 실어올 형편도 못된다. 중앙치료대의사들은 신통하게 B형과 AB형들이다.

지훈은 진땀이 흐르는 이마를 부지런히 닦았다.

모두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우울해있는데 누군가 부산을 피우며 뛰여들었다.

《챠-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차를 타고올 땐 생사를 같이할것처럼 그러더니 나만 쏙 빼놓고 뭣들 하는겁니까?》

평양에서 무산까지 그들을 싣고온 구급차운전사 김일남이였다.

책임자인 장별이가 운전사를 흘겨보며 엄하게 말했다.

《여긴 동무가 끼여들데가 아니요!》

김일남은 그만한 정도의 말에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팔을 걷어붙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피가 요구된다지요. 나한테 쌩한 피가 한동이나 있습니다!》

그제야 모두 놀라서 운전사를 바라보았다.

《동문 A형이요?》

《아닙니다. 0형입니다. 만능급혈자란 말입니다!》

누구보다 놀란것은 지훈이였다.

평양을 떠나 여기로 올 때까지의 그 기막힌 로정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들을 태운 소형뻐스-구급차는 사흘낮 사흘밤을 줄곧 달렸다. 휴식이란 거의 없었다. 차안에서 끼를 때고 차안에서 쪽잠을 잤다. 자기들이 한걸음이라도 늦으면 그만큼 피해지역 인민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그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그런데 차가 말썽이였다. 가뜩이나 산악도로인데다가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는지 차가 너무 들추어대서 내장이 다 뒤틀릴 정도였고 손짐들이 제멋대로 굴러다녔다.

무산을 바투한 차유령부근에서 운전사가 희떠운 소리를 했다.

《다들 주의하십시오. 듣건대 이 차유령은 한손으론 안전띠를 쥐고 한손으론 심장을 쥐고 올라야 하는 령이라던데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산원선생님, 미타한 기미가 느껴지면 그 즉시 의자밑으로 머리를 박아넣어야 한답니다. 이건 죄다 사실입니다.》

(저치가 사람을 놀린다. …)

지훈은 운전사가 여러 사람중에서 유독 자기를 꺼들이는것이 아니꼬왔다. 대학병원운전사이니 자기와는 생면부지인데 한번 수작을 걸어보자는건가. 여하튼 나이는 자기보다 서너살은 아래로 보였다. 한마디 점잖게 충고를 줄가하다가 그만두었다.

《우리 몸이야 이미 동무에게 맡겼는데 마음대로 처분하라구요.》 하고 누군가가 운전사의 롱질을 받아주자 차안에 웃음판이 터졌던것이다.

대학병원 신경과 의사인 최철진이 웃음끝에 정색하여 한마디 했다.

《거 김이 새게 그런 재수없는 소린 막 하는게 아니란데…》

《역시 신경과는 예민합니다.》

누군가의 시까스름에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지훈은 정말로 사고가 나는 순간이면 어떻게 의자밑으로 머리를 박아넣을것인가를 타산해보았다. 도저히 그 순간에 민첩하게 행동할것같지 못했다. 무슨 기미를 챘는지 중앙위생방역소 의사 량극이 지훈을 놀려댔다.

《지훈선생, 녀자들만 치료하더니 녀성화되여가는게 아니요? 젊은 사람이 왜 그 모양이야? 벌써부터 두다릴 부들부들 떨어. 떨지 않게 예방접종을 해달라우? 하하.》

《하하하. 》

그러거나말거나 지훈은 내려다보기만 해도 섬찍하고 오금이 저려오는 가파로운 벼랑밑을 긴장하여 주시했다.

천연수림에 싸여 그끝을 알수 없는 천길나락…

콰쾅!

순간 지훈은 두눈을 꼭 감았다. 아! 드디여…

얼마나 흘렀을가… 꼭 감았던 눈을 떠보니 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사람들은 하나, 둘 차에서 내리고있었다.

《일남동무, 어떻게 된거요?》

장별이 먼저 내려 운전사에게 물었다.

《다이야가 터졌습니다. 그것두 쌍으로…》

《외상이구만! 그건 장별선생몫이야. 내장이 잘못되였다면 내가 당당히 책임지겠건만, 아쉽겐 됐는데…》

복부외과의사인 장철삼이 너스레를 떨었다.

한식경이 흘러서야 다이야수리를 해제낀 운전사는 차에 올라 발동을 걸었다.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를 기웃거리던 운전사가 다시 차에서 내렸다. 기관을 살펴보던 운전사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장선생님몫입니다.》

《어디야? 빨리 손을 써야지!》

장철삼이 팔을 걷고 바투 다가서니 운전사가 볼이 부어 투덜댔다.

《곡축이 부러졌는데 뭘 어떻게 한다는겁니까?》

안타까운 기색이 전혀 없이 털썩 퍼더버리고 나앉는 운전사를 보니 더는 참을수 없었다. 지훈이 한마디 했다.

《여! 운전사동무, 사람들이 제일 질색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오? 제 책임을 똑똑히 못하는 사람이란 말이요.》

장별이 무산군피해복구전투지휘부에 전화로 련락을 했다.

한밤중에 현지에 도착한 대형화물자동차가 소형뻐스를 끌고들어갔다.

결국 중앙치료대일행은 구급차에 탄 환자신세가 되고말았다.…

그 《덜퉁》하고 《무책임한》운전사가 방책이 묘연한 딱한 모퉁이에 몸을 내댄것이다. 고마왔다.

그날의 괘씸함과 분함은 비온 뒤의 무지개마냥 가뭇없이 사라지고 기나긴 차행군에서의 운전사의 남모르는 수고가 이제야 비로소 헤아려졌다.

지훈은 운전사의 손목을 세괃게 잡아흔들었다.

《고맙소, 일남동무!》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가보니 세명의 군인이 환자의 딸애인 영복이와 함께 서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저… 누구신지…》

지훈은 어디서 보았던지 전혀 짐작에도 없는 그들에게 수인사를 보냈다.

영복이가 말했다.

《선생님, 이 군대아저씨들이야요. 우리 온 집안식구를 구원해준게 바로…》

지훈은 그들 한명한명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들이였구나. 이들중에 꼭 있어야 할 그 한명, 희생된 그 군인은 어떻게 생겼댔을가?…

《선생님, 평양에서부터 수천리 떨어진 나라의 최북단에까지 와서 얼마나 수고많으시겠습니까? 우리 부대 병사들의 이름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세명의 군인들이 보내는 거수경례에 허리굽혀 굽석 인사는 했지만 얼떠름한채로 그냥 서만 있는 지훈에게 한 병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영복이 어머니 병세가 어떻습니까? 희망은 있습니까?》

《일진동문 무슨 소릴 하는거요? 세쌍둥이, 네쌍둥이들을 맘먹은대로 척척 순산시키는 평양산원 의사선생님앞에서 군인답지 않게 나약한 소릴 하면서…》

곁에 있던 병사의 핀잔에 그는 멋적은지 뒤머리를 긁적거렸다.

《선생님, 무엇이 요구됩니까? 피면 피, 살이면 살, 이야기하십시오. 피가 한동이씩이나 끓고있는 우리 군인들이 있으니 힘을 합쳐 영복이 어머니를 살려봅시다. 선생님, 힘을 내십시오. 우린 선생님을 믿습니다.》

지훈은 그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소생실에 있던 의사들도 달려나와 군인들의 손을 덥석덥석 잡아흔들었다.

장별이 자못 신중한 어조로 지훈에게 말했다.

《지훈동무, 2차협의회를 제기해야겠소. 당장!》

그리하여 현희환자를 위한 2차의사협의회가 열리였다. 1차협의회때 모였던 의사들과 병원일군들이 다 참가하였다.

실무적인 론의가 진행되기 전에 장별이 먼저 일어났다.

《동지들, 난 우리가 어떻게 여기로 파견되여왔는가를 순간이나마 망각했었습니다. 새삼스러운 말같지만 우린 싸우는 전선에 왔습니다.

그러니 우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명령을 받고 전장에 나선 군의들입니다. 여기 무산군인민병원의 의사들도 례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린 지금 경각에 이른 환자를 놓고 먼 후방으로 보내느냐 마느냐를 론하고있습니다. 모두 가렬처절했던 조국해방전쟁시기 야전환경에서도 서슴없이 수술칼을 들던 우리 군의들을 생각합시다!》

장별의 말은 짧았다. 그러나 모두에게 준 충격은 컸다.

지훈은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는 피가 나게 입술을 깨물며 자신을 질책했다. 못난이! 제대군인이란게…

협의회는 오래 끌 필요가 없었다.

아침조회시간에 병원적인 종업원모임이 열렸다.

피해지역에 나가있던 의사, 간호원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아직 있어본적이 없는 중환자치료전투를 위한 치밀한 조직사업이 진행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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