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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의 역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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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3건 조회 24,406회 작성일 10-08-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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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의 역사를 시작하며

 뜬금없이 웬 개싸움이냐고 하시겠지만 이제부터 말씀드릴 "개싸움"은 공중근접전에 대한 것입니다.

영어론 도그파이팅이라고 하는데, 아마 개들이 싸울때 서로 꼬리를 물려고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공중전을 도그파이팅이라고 하게 되었답니다. ^^;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안보불안을 부추기는 찌라시들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디벼보기 위해서 개싸움의 연원을 살펴보는 걸로 시작합니다.

걍 즐겨주소서...도대체 어디서부터 저 말도 안되는 불장난을 디벼줘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요.

 

 

                         개싸움의 역사(1)

   맨처음 항공기가 전쟁에 사용된 것은 본격적인 전투가 아니라 정찰이 주목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저 하늘을 나는 발동기 수준에 불과한 초기 라이트형제 시절의 비행기로 가장 적합한 용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공간적 제약을 단숨에 뛰어 넘어 상대방 진형을 정찰하는데 비행기는 정말 쓸만했습니다.

1차대전이 참호전으로 지지부진하는 동안, 상대방을 엿보기 위한 비행정찰은 점차 일상화되었고 이때부터

연합군측과 동맹군측은 상대의 정찰기를 성가신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막말로 하늘에서 날아와서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가곤 하니, 그렇다고 지상에선 아무리 총을 쏴대도 잘 맞지도 않고...

결국 하늘의 상대방 정찰기를 떨구기 위해선 우리쪽 비행기에 무장을 시켜서 하늘에서 떨군다 라는

발상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고 이게 바로 오늘날 전투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싸움의 논리라는게 이쪽이 이걸 만들면 상대도 같은 걸 만들기 마련이라, 결국 상대의 정찰기를

떨구기 위한 전투기는 이제 하늘마저 전장터로 만들어버렸고 이로 인해 인류는 공중전이라는 초유의 영역으로

전쟁을 확대하게 됩니다. 결국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박한 꿈은 이렇게 해서 하늘마저 싸움터가 되고 맙니다.

이후 1차대전 내내 하늘에서는 엄청난 공중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1차대전이라는 불과 4년의 짧은 기간동안에 오늘날 도그파이팅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본적인 원칙들과 상식들이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참 이런거 보믄 인간들 무섭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몇가지를 예를 들어보면 바로 상대보다 높은 곳을 선점하면 유리하다던가,

상대와 정면승부를 하기 보다는 상대의 꼬리를 잡아서 사격을 가해야 명중율이 높다던가,

상대가 자신을 볼수 없도록 태양을 등지고서 공격하면 유리하다던가 등등이죠.

더 놀라운 점은 바로 이시기에 유럽의 하늘에서 공중전을 벌이면서 개발된 각종 곡예비행이나

비행조종술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지요. 공중전의 역사서들을 들여다보면

나오는 온갖 명칭들 대부분이 이시기에 결정되었습니다. 횡전,배면비행, 스플릿 에스, 임멜만 턴 등등등...

그만큼 항공기의 운동역학상 어떤 것들이 전투에서 유용한지는 항공기가 달라질 망정 기본적으로

공중전은 동일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지금 이구절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1차대전의 공중전은 지금 생각하면 좀 낭만적인 구석이 많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지상전 1차대전은 기관총의 발명과 화포의 발달로 인해 무의미한 살육의 장이 되버렸지만,

항공기를 조종했던 파일럿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은 귀족출신들이 많았던 관계로 이들은 일정한 신사도와

예의를 지키며 공중전을 치르곤 했지요. 이렇게 된 이유도 전통적으로 귀족들이 많았던 기병 병과가 기관총의

발명으로 유명무실해지자, 할일이 없어진 귀족출신 기병장교들이 대거 항공기에 몰려들었던 때문이었지요.

물론 여기에는 하늘을 직접 날아본다는 동경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물론 이러한 낭만적 발상은 곧 치열한 전투속에서

환멸로 바뀌고 말았지만...

 

  때문에 초기 공중전당시에는 상대의 기체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지 파일럿을 일부러 죽이는 일은 금기시되었고

명예로운 일대일 결투가 보장되기도 했으며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아군이라도 경멸하곤 했었습니다.

심지어 라이벌로 여기던 적국의 파일럿이 전사하면 그 장례식장에 꽃을 보내거나 장례식장위로 비행기를 몰아

추모의 뜻을 표하기까지 했었으니까요. 이시절 가장 유명한 인물이 바로 "붉은 남작(레드배론)"이라고 알려진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입니다. 총 80기의 격추기록을 가진 리히트호펜은 1차대전 최고의 기록을 세웠고 위에 언급했던

기사도정신을 가진 파일럿의 대표적인 인물이죠. 특히나 그는 자신의 기체를 늘 눈에 잘띠는 진홍색으로 칠하곤

했는데, 이때문에 연합국 파일럿들은 유난히 눈에 띠는 그의 기체를 보면 공포에 떨곤 했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붉은 남작이라는 별명도 얻었지요. 하지만 그는 포로가 된 프랑스 병사들에게조차 사인요청을 받았을

만큼 당대의 인기스타였고 피아를 떠나 그의 뛰어난 비행실력과 인간미 그리고 기사도정신으로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운이 다했던지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4월 21일 대공포화에 의해 격추되어 하늘에서 생을 마감했지요.

오늘날 전세계 공군 파일럿들 상당수가 붉은 색 휘장을 선호하는 이유 역시 초기 공중전의 에이스중 에이스였던

바로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 중령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 공군의 빨간 마후라도 거기서 유래했지요.

 

   하여간  초기시기의 공중전은 당시 항공기의 기체성능상 빠른 속도로 공격하기 보다는 누가 더 빨리 상대를 보고  

누가 더 능숙하게 곡예비행을 해서 상대의 꼬리를 잡아 기총을 발사하는가에 승패가 가름되곤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시 항공기들의 속도는 최고 시속 200킬로를 넘기 어려웠고 기체에도 기관총을 두정이상 달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체는 나무로 만들어진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엉성한 수준의 날틀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의 싸움 역시 사람이 할짓은 못되었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고 1차대전이 보여준 항공력의 잠재력은

이후 전간기를 거쳐 2차대전에서 만개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개싸움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참고로 1차대전 당시 항공기들은 어떻게 해서 프로펠러 뒤에서 기관총을 쏘는데도 프로펠러가 부서지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바로 싱크로나이즈드 장치라는 녀석때문에 프로펠러 뒤에서 쏴도 괜찮습니다.

바로 프로펠러가 기관총이 나가는 위치에 가면 기관총의 발사가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인게지요.

그래서 프로펠러뒤에서 그토록 난사를 하는데도 자신의 기체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거랍니다.

물론 초기에는 이장치가 말썽을 부려서 자신의 기관총발사로 자신의 기체를 말아먹은 경우도 있었긴 했지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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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스님의 댓글

엘제스 작성일

제가 가끔 다시 보는 미야자키하야오의 붉은돼지(포르코)가 생각납니다. 이 분이 그리신 1차 세계대전은 그나마(?) 낭만적인 모습이었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엮여서 제가 생각나는게 2차세계대전때 일본이 처음 개발한 장갑은 되게 얇지만 운동성은 좋은 제로센이란 전투기로 처음 승기를 잡았지만 나중에 결국 그 장갑이 얇은 단점에 파일럿 생존률도 낮아져서 다 죽고 나중엔 학도병(한국 사람들도 포함해서)들은 카미카제까지 해야했던...

아무튼 전쟁이란건 이래 저래 설명해도 좋게 표현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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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제로와 관련된 얘기도 포함될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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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님의 댓글

감사 작성일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나그네님의 귀한 글을 한시애틀에서 계속해서 볼 수 있어 참 기쁩니다.

감사드리며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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