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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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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164회 작성일 22-04-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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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 회


오산덕기슭의 녀인들

김 홍 균

5. 작별은 없으리라

경애하는 원수님의 하늘같은 인민사랑이 전투로 날이 가고 밤이 새던 북부전역에 새 거리, 새 마을을 너무도 짧은 기간에 훌륭하게 일떠세웠다.

로동당만세소리가 두만강연안을 진감시키는 속에 곳곳에서 새집들이가 진행되였다.

그러나 인민의 경사로운 오늘을 위해 60여일 불철주야로 전투를 벌려온 군인건설자들은 수고했다는 인사, 고맙다는 인사도 받을새없이 초소로 떠나갔다. 아니, 감사에 목메이는 인민의 인사를 피해 간다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

하지만 자기들을 위해 진정 바친 원군의 주인공들한테만은 그저 떠날수 없어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 찾아왔다.

《샘물집어머니, 우린 떠납니다. 그간 우리들을 위해 마음써온 어머니에게 어떻게 인사를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리철이, 이 사람, 이렇게 문득 떠나다니?! 그렇게는 못 가!》

허정숙은 목이 메여 부르짖었다. 60여일간! 그렇게도 정든 우리 병사들, 아! 나의 자식들!

찾아온 지휘관들과 군인들을 역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허둥지둥 부엌으로 내려섰다. 불을 지피고 쌀을 안치고 반찬을 만들고… 허정숙은 황황히 부엌에서 올라와 이번에는 옷장을 열었다.

이날을 예견하여 미리 준비해놓은것을 꺼냈다. 그것들을 개개로 포장하여 글쪽지까지 넣어주었다.

《자네들이 집을 떠난 새에 안주인들두 수고가 많았겠는데 빈손으로야 어떻게 들어서겠나. 집에 들어설 때 수고많은 안해들에게 주오. 샘물집어머니.》

녀인들이 입을 내의들을 미리 주자고 계획했다가 그들이 받지 않을가 걱정되여 이렇게 렬차에 올라 펼쳐보게 할 생각이였다.

뒤거둠을 하느라 남은 허종철오빠와 최춘희가 차에 짐들을 실어주며 부탁했다.

《우리네 인사두 꼭 전해달라구.》

은철이의 차에 올라 부랴부랴 역에 나오니 렬차는 금방 떠나려던참이였다.

《리철이, 이 사람!》

저 앞방통에서 밖을 내다보던 군인들이 손을 흔들며 소리쳐 부른다.

《샘물집어머니! 여깁니다. 여기!》

병사들이 쓸어내렸다.

허정숙이 앞으로 달려와서는 서로 손을 잡아보겠다고 싱갱이질을 해댔다.

《어머니!》

《샘물집어머니!》

《이걸 받으라구, 도중식사야. 멀리로 가는데 이 마감성의까지 이렇구저렇구 할내긴가?》

억지로 차에 올렸다.

병사들이 차에 오르자 려단지휘관들이 허정숙에게 경례를 하였다. 많은 의미가 깃든 경례였다.

《샘물집어머니, 우리 부대는 제일먼저 공사를 끝내고 이렇게 떠납니다. 샘물집어머니의 헌신적인 뒤받침이 없었더라면 우린 아마 남먼저 공사를 끝낼수 없었을것입니다.》

허정숙은 군관들의 손을 하나하나 감싸잡고 어루쓸었다.

《헤여지기가 섭섭하구만! 정말! 정말! 섭섭해서…》

그 녀자는 터져나오려는 오열을 참느라 머리를 푹 숙였다.

려단장이 숙연히 말을 했다.

《샘물집어머니, 우리 려단 전체 장병들은 결코 어머니와 헤여진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병사들이 샘물집어머니를 잊지 않는 한 우리에게 작별이란 없을것입니다.》

그 말이 더구나 눈물을 자아내여 허정숙의 눈귀로는 뜨거운것이 하냥 흘러내렸다.

《은철동무, 그간 우릴 위해 어머니와 함께 정말 수고가 많았소.》

《아닙니다. 전 그저 어머니를 따라 다녔을뿐입니다.》

손을 꽉 틀어잡고 하는 려단장의 인사에 면구해난 은철이 어깨를 옹송그리고 중얼거렸다. 그러는 그의 눈가도 짓물려있었다. 수고로 말하면 어머니보다 더 수고한 아들이다.

물을 받을래, 물통을 실을래, 차를 운전할래 맡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원군길을 어머니와 함께 걸은 아들이다. 사실 60여일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보장할수 있은것은 아들이 차를 보장한때문이였다. 타발 한번 없이 어머니의 뒤를 받쳐준 이 훌륭한 아들… 생각해보면 허정숙이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 마련한 자금을 주저없이 꺼내들수 있었던것도 이 아들의 귀중한 조언과 고무가 있었기때문이였다.

《무슨 소릴, 우린 샘물집어머니뿐아니라 은철동무의 공적도 높이 평가하오.》

미구하여 렬차는 떠났다. 차창으로 얼굴을 내민 병사들이 손을 흔들며 목메여 부르짖는 소리가 역구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샘물집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샘물집어머니, 잊지 않겠습니다.》

《어- 머- 니- 이!-》

허정숙은 눈물이 앞을 가리워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렬차가 멀어져갈수록 병사들이 차창에 상체를 쑥 내밀고 부르는 소리만이 그 녀자의 귀전을 울릴뿐이였다.

그렇게 병사들은 떠나갔다.

북부전선에서 승리자의 영예를 떨치고 떠나는 군인건설자들을 바래는 허정숙의 마음속엔 이름할수 없는 긍지와 기쁨이 차올랐다.

하지만 긍지와 기쁨뒤에 오는 서글픔도 어쩔수 없는것이였다.

역구내도 고요했고 허정숙의 가슴속도 숨죽은 나락같이 되여버렸다.

말할수 없는 공허가 그를 당장 쓰러뜨릴것만 같았다. 은철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를 옆에서 부축해주었다.

허정숙의 눈앞으로 환영처럼 60여일의 나날이 빠르게 흘러갔다. 힘들고 괴로운 때도 많았건만 그것으로 보람이 있었던 원군의 나날이였다. 그것이 생의 희열이였다. 그 나날의 어려움을 내가 과연 어떻게 이겨냈던가!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어머님의 위대한 모범이 주저앉을번한 나에게 힘을 주고 일떠세워주지 않았던가! 생각할수록 어머님에 대한 감사의 정이 사무치게 끓어올랐다.

《은철이 어머니!》

녀인들의 부름소리가 떠들썩 울렸다.

텅빈 역구내에 그들만 있은것이 아니였다.

김성숙이네 반원들도 자기들이 맡아나섰던 부대를 떠나보내느라 역구내에 떨쳐나섰던것이다. 김성숙이, 양미화, 강성희, 하옥란이… 그들뿐이 아니다. 건설전기간 하루같이 군인건설자들의 신발을 수리해준 김윤애와 리발을 맡아해준 도경복이 또한 군인건설자들을 바래주기 위해 나왔다.

그들모두는 회령녀인들의 본분을 지켜 60여일을 원군으로 군인건설자들과 혈연의 정을 맺은 사람들이였다.

《의룡이 엄마! 은희 엄마, 태성이 엄마! 모두 나왔구만!》

저기서 또 다른 녀인들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조창순이와 진숙이 그리고 허정숙이네 인민반의 천영숙, 박순향, 허원희, 안영희들이였다.

그들의 손에도 군인들에게 보낼 꾸레미가 무겁게 들려있었다.

《이렇게 가는 법이 어데 있어요?》

녀인들은 이미 렬차가 떠났다는것을 알고는 너무도 속상해 아이들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마지막으로 한번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더니…》

녀인들의 얼굴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 다시 저들을 볼수 없겠지요?》

《은철이 어머니, 이렇게 헤여지니…》

김성숙이 눈물이 글썽해서 말끝을 맺지 못했다.

《저들이 우리 맘속에 있고 저들이 우리를 잊지 않는 한 작별은 없을거네.》

허정숙은 저도 모르게 려단장의 말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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