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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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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523회 작성일 22-03-2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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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 회

밝은 미래

김 철

3

별들이 하나둘 눈을 뜨는 저녁길에 나선 순옥은 금성의 가족이 살고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그가 자갈밭을 걷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큰물이 날 때 고르로운 길을 메우며 무드기 내려덮인 자갈과 돌로 하여 무척 걷기가 힘에 부쳤다. 뿌연 전지불을 비쳐가며 발바닥을 아프게 찔러대는 우쭉부쭉한 길을 걸어가던 순옥은 흠칠 멎어섰다. 바로 앞길에 포아구리같은 쇠관이 삐주름히 솟아있는것이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분명 굴뚝이였다.

새벽닭이 기운차게 홰를 치는 속에 아침밥을 맛있게 짓는 녀인의 장작불소리가 뿌직뿌직 들리는것만 같고 모락모락 피여나는 흰 연기가 금시라도 하늘을 향해 솟구칠것 같은 어느 집의 굴뚝.

자연의 광란은 마을사람들의 웃음소리 넘치던 보금자리를 몽땅 감탕속에 밀어던지고 이렇게 굴뚝만을 가날프게 남겨놓은것이다.

순옥은 억하심정에 잠겨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딛고있는 이 감탕밑에 집이 통채로 묻혀있단 말인가.

이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무사할가? 설사 집식솔들이 살아있다고 해도 창졸간에 보금자리를 잃고 한지에 나앉은 아픈 마음을 무엇으로 씻어줄수 있단 말인가.

순옥은 뒤돌아봤다. 재앙의 생생한 흔적인 그 굴뚝이 그로 하여금 어떻게 하나 사람들의 멍든 마음에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배움의 종소리를 반드시 울려야 한다는 결심을 더욱 굳혀주었다.

순옥이 천막에 이르니 밖에 나와있던 금성이 《선생님!》하고 안겨들었다.

《그새 잘있었나요?》

《예. 선생님이 준 양복을 보고 울엄만 울었습니다.》

순옥이 금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막에 들어가니 불을 피우느라 검댕이칠을 한 그의 어머니가 반기였다.

《선생님이 오셨군요. 어쩌나? 천막이 수라장이고 대접할것도 변변한것이…》

《금성이 어머니도 무슨 말을… 여느때처럼 가정방문 왔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는데…》

순옥은 애써 밝은 웃음을 지으며 천막안을 둘러보았다. 두개의 돌사이에 걸어놓은 볼품없는 가마, 한쪽에 무져놓은 젖은 삭정이, 수증기가 뽀얗고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금성이 어머니가 가마뚜껑을 열었다. 그안에는 푹 익은 강냉이들이 들어있다. 그는 말큰말큰한 강냉이 한이삭을 순옥에게 권하였다.

《비탈밭에서 얻은 찰강냉인데 맛보세요. 채 여물진 않았어도 그런대로… 배고픔이 제일 가는 료리사라더니 우리 금성인 단번에 세이삭을 꿀꺽 했답니다. 허허…》

순옥은 김이 문문 나는 강냉이이삭을 받았다.

《금성이 어머니, 래일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니…》

《가만, 이자 뭐라고 했어요? 수업이라니? 정신나가지 않았나? 이 물란리에…》

두눈이 덩둘해진 그는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다음말을 채 잇지 못하고 수염을 떼던 강냉이이삭을 주르르 떨구기까지 했다.

이때 순옥은 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주어 그의 손에 다시 쥐여주었다.

금성이 어머니도 자신의 말이 지내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선생님의 그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하고는 땅이 꺼질듯 한 긴숨을 내쉬였다.

《선생님도 보다싶이 우리 금성이에게 줄 학습장도, 당장 신고갈 신발도 없는 형편에서 어떻게… 게다가 학교도 감탕에 묻혀버렸다는데 수업이란 안될 소리지요.》

《…》

순옥은 손에 쥔 강냉이이삭을 빙그르 돌리기만 했다. 그의 손에서 돌고있던 강냉이이삭이 똑 서버렸다. 이삭밑둥으로 서너번 손바닥을 치고난 순옥은 저력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금성이 어머니, 생각해보세요. 큰물이 났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도 못하고 주눅이 들어서 울기만 한다면… 피해지역 인민들의 생활때문에 마음쓰고계시는 우리 원수님께서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나요. 줄폭탄 터지던 전쟁시기에도 우리 아이들의 글소린 높이 울리지않았나요.》

《…》

금성이 어머니의 입귀가 씰룩거렸다. 불꽃 튀는 눈길이 순옥의 등싯한 얼굴에 뜨거이 닿았다.

이때였다. 눈물을 똘랑 떨구며 옆자리에 앉아있던 금성이 어머니의 팔에 매여달렸다.

《어머니, 난 학습장이 없어도 좋아요. 맨발로 가더라도 나 선생님 따라가 공부할래요.》

금성이 어머니는 손등으로 눈굽을 찍으며 《그래그래, 너의 선생님은 참 좋은분이다. 이 재난속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공부시키는 고마운 나라가 또 어디 있겠니?》하고 진심을 터놓았다.

《선생님,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금성일 꼭 수업에 참가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학교일도 더 잘 돕고요. …》

《감사합니다.》

그들모자의 바래움속에 천막을 나선 순옥은 한명한명 학급학생들을 그려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이 빠짐없이 수업에 나오게 해야한다는 마음의 신들메를 더 조이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짚었다.

순옥은 강기슭에 이르러 전지를 비치였다. 이제는 성이 가라앉아 퍽 양순해진것 같은 성천수가 작은 물결들을 걷어안고 흘러갔다. 그는 바지가랭이를 무릎까지 올리고 신발을 집어든채 한발을 주저없이 물속에 들이밀었다. 순간 선뜩선뜩한 찬 기운이 쭉 뻗치여 오슬 몸을 떨었다.

그랬어도 순옥은 철썩철썩 정갱이에 감겨드는 찬물에도 아랑곳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성천수를 건느면 양기를 잃고있는 학생들,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날수 있다는 생각, 재난우에서도 배움의 글소리는 계속 울려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이 마음을 후더웁게 덥혀주었다.

이윽고 성천수를 건너온 순옥은 자정이 깊도록 학생들을 찾아다녔다.

힘들게 상봉한 학생들과 학부형들마다 그의 말을 듣고는 금성의 집처럼 처음에는 놀라움을, 그다음에는 감사의 정을 표시했다.

우리 아이들이 수업하러 나온다!

그 기쁨으로 순옥은 저녁끼니도 찰강냉이로 에우고 이리저리 뛰여다녔으나 배고픈줄 몰랐고 마음은 하늘을 나는 흰새마냥 즐거웠다.

먹물같은 어둠이 짙은 밤길을 걷고걸어 학급의 마지막학생까지 찾아본 순옥은 지친 몸으로 뜨락에 들어섰다. 보기 흉하게 터갈라진 토방이며 기둥에 전지불을 비쳐본 그의 입가에서는 후- 한숨이 새여나왔다.

가정의 주부인 자신은 학교일때문에 드바삐 다니고 남편이 짬시간을 리용하여 집보수를 도맡아하는데 미안함을 금할수 없는것이다.

순옥이 단잠에 들었을 남편이 깨날가봐 조용히 문을 열었는데 《당신이요?》하는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여적 쉬지 않았나요?》

순옥이 놀라와하자 철진은 밝은 인상으로 맞이했다.

《아, 당신이 안 왔는데 내 어찌 셈평좋게 누워자겠소? 당신과 같이 밤길을 걷는 심정으로 나두 밀린 집일을 하며 기다렸지.》

《당신두 참…》

순옥은 남편의 진정이 밀물쳐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철진은 순옥의 손을 정답게 잡으며 말했다.

《내 아까 집에 오던 길에 교장선생을 만나 아이들을 찾아간 당신 소식을 들었댔소. 정말 수고했소. 당신이 래일 하게 될 〈야전수업〉 을 그려보니 나도 막 새힘이 우쩍우쩍 솟더구만.》

순옥은 속으로 《야전수업》이라는 의미를 곱씹어새겼다.

그렇다. 야전수업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변변한 교실도, 한권의 교수안과 학습장도 없지만 조국의 미래를 아름답게 가꾸는 보람찬 길우에 기어이 울려야 하는 배움의 종소리가 아닌가.

《유성이 아버지, 힘을 주어 고마워요.》

순옥은 믿음어린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

다음날, 감탕이 두터이 쌓인 운동장에 전개된 《천막교실》에는 학생들이 모였다. 비록 교복을 입지 못하고 갖가지 옷들을 어설프게 입고있지만 역시 그들은 이제 곧 수업을 하게 될 당당한 학생들이였다.

수업을 앞두고 순옥은 퍽 긴장되였다. 마치 단발머리시절에 대학을 갓 마치고 교원으로 배치되여 첫 수업종소리를 들으며 울렁이는 마음을 붙안고 아이들이 초롱초롱 지켜보는 교실에 들어서던 그때처럼…

지금은 첫 수업때처럼 찌르릉- 마음의 금선을 울리던 수업종소리는 없지만 그보다 비상한 정황에서 하게 되는 야전수업이여서 마음은 널뛰듯 하는것이 아닌지…

순옥은 교수안도 없이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있다면 그의 머리속에 잠재워있는 지식일뿐…

뚜벅뚜벅- 흙탕이 게발린 낡은 구두가 눈발치에 보였다.

순옥이 고개를 드니 느슨한 웃음을 띄운 창남이다.

《순옥선생, 수업시간이 다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

순옥은 천막교실에 들어갔다. 뒤따라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인사를 나누고 학생들이 앉은 다음에 그는 교실을 둘러보았다.

남편의 말그대로 교탁도, 칠판과 책상도 없는 교실, 교원이 출석부와 교수안도 없이 하게 되는 《야전수업》!

순옥은 아픈 눈길을 들어 낯익은 학생들을 마주봤다.

그들 역시 종이 한장, 원주필 한자루 없이 수업에 참가했지만 그 눈빛만은 희망과 기대로 반짝 빛났다.

순옥의 시선은 앞줄에 앉은 금성의 모습에서 아프게 멎어섰다. 한발에는 어른장화를 신고 다른 발에는 운동화를 신고 무릎까지 내려덮은 후렁후렁한 어른옷을 비옷처럼 걸쳤어도 두눈만은 새별처럼 빛나는 금성을 보느라니 눈물이 쿡 솟구치는것을 참기 어려웠다.

순옥은 잠간 뒤돌아섰다. 얼른 불그레한 눈갓을 꾹 누르고 미소를 지으며 다시 돌아서니 아이들도 누구나 할것없이 눈가에는 눈물이 가랑가랑 고여올랐음을 똑똑히 보게 되였다.

순옥은 가슴이 쿵 울리였다. 마음의 고백을 터놓고싶은 불같은 충동올 금할수 없는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오늘은 비록 어렵고 우리 이렇게 침침한 천막교실에서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입고 책상도 걸상도 학습장과 원주필도 없이 수업을 하게 되지만 마음을 굳세게 가다듬고 모두 눈물을 거두어라.

꼭 온다! 아버지원수님 계시여 해빛밝은 교실, 궁전같은 학교에서 다시 공부할 행복의 날이… 먼 후날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오늘의 《야전수업》을 깊은 감회속에 추억하게 되겠지.

나의 제자들아, 우리 원수님께선 말씀하셨단다. 너희들의 웃음소리, 글소리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그이께서 축복하시는 밝은 미래를 위하여 열심히 배우고배워 조국의 기둥감으로 억세게 자라나거라!

순옥은 높뛰는 마음을 진정하며 말꼭지를 뗐다.

《학생동무들, 우리는 오늘 재난속의 첫 수업을 하게 됩니다. 그럼 다같이 노래 〈배우자〉를 씩씩하게 불러보고 지리수업을 시작하는것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학생들은 짝짜그르- 박수까지 치면서 열렬히 호응했다.

순옥은 한손으로 지휘를 하며 《시간은 쉼없이…》하고 선창을 뗐다.

잠간새에 그의 갈린 목청이 학생들의 우렁찬 합창소리에 합해졌다.


시간은 쉼없이 흐르네 그러니 돌아보지 마시고

금같이 귀중한 분초를 아껴갑시다

배우자 배우자 내 나라를 위해

배우자 배우자 앞날을 위해

우리의 식으로 락원 꾸리자


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옥의 가슴은 뭉클 젖어들었다.

영원히 잊을수 없는 나의 야전수업이여!

수업시간이 아니라면 격앙된 감정을 한껏 터치는 즉흥시라도 읊고싶었다. …

재난우에서 시작한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순옥은 남편이 멋스럽게 건네는 축하의 인사를 받았다.

《야전수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한 김순옥선생님, 받으시라, 남편의 경례를!》

《아이, 당신두 별스럽게. 그게 무슨 큰일이라구.》

군대식으로 경의를 표시하는 남편의 이례적인 행동앞에서 순옥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다소곳이 숙였다.

《큰일이구말구. 내가 출근하니 벌써 광산에서는 수업이야기로 꽃을 피우더구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형들의 얼굴마다엔 벙글벙글 웃음이 사라질줄 모르고…》

그의 말을 들으며 순옥은 자신이 맡은 임무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였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랑랑한 글소리는 수업을 계속하는 문제에만 국한된것이 아니였다. 재난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배움의 글소리는 큰물로 약해졌던 무산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과 락관의 종소리를 크게 울리고 시련을 딛고 힘차게 일떠서는 북부전역에 미래를 위한 투쟁의 맥동을 더해주는것이 아닌가!…

《여보, 천천히 식사하오. 그러다 체하겠소.》

급하게 밥을 먹는것을 념려하는 남편에게 순옥은 숟가락을 부지런히 놀리며 대꾸했다.

《일없어요. 빨리 식사를 하고 학교에 나가야지요.》

점심식사를 끝낸 순옥은 인츰 학교로 나갔다. 학교에로 뻗은 길에는 여적 감탕이 깔려있고 울퉁불퉁 험하였다.

교문어귀에 이른 그는 짐짓 걸음을 멈추었다.

감탕이 쌓인 운동장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것이다. 큰물이 난 뒤에는 한적했던 운동장이 와와- 아이들의 고함소리로 들끓었다.

순옥의 눈이 네거리의 신호등마냥 끔벅거렸다.

이것 봐라, 학교축구소조원인 금성을 위시로 한 아이들이 감탕우에서 축구경기를 벌려놓다니…

감탕에 묻힌 꼴문대신 량쪽에 큰돌로 대용문대를 만들고 어디서 구했는지 겉가죽이 째지여 펄럭이는 공으로 경기를 벌리였다.

순옥은 가슴 한귀가 아릿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발이 근질거렸으면 끝내 공을 안고 감탕판에 뛰여들었겠는가.

성수가 나서 공을 몰아가는 금성을 보느라니 큰물이 지나간 뒤 학교에 나왔던 금성이가 감탕에 거의 묻혀버린 꼴문대를 부여잡고 눈물자국을 소매로 뻑뻑 문지르던 모습이 상기되였다.

그때 금성은 꼴문대의 감탕을 파내느라 삽을 박고 끙끙거렸었지…

순옥은 아이들의 축구경기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금성을 위수로 한 아이들이 짬새로 물이 슴배여나오는 감탕판에서 어차피 마른 땅을 골라디디며 공을 차고 달리다가 그만 걸채여 넘어지고딩굴기를 그 몇번…

그래도 아이들은 《꼴- 인.》하고 신나게 웨쳐대며 공을 찼다. 그러다가는 또 《아이쿠-》하고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넘어지고 나딩굴고…

돌문대를 향해 신나게 돌입하던 금성도 끝내 감탕판에 미끄러져 공중제비를 했다.

경기를 중단한 아이들이 넘어진 금성의 주위에 오구구 모여들었다.

《이거 어쩌니? 다리에서 피나와.》

아이들이 북적거리자 금성은 버럭 성을 냈다.

《야야, 그만 떠들어. 축구선수가 요쯤한데 뭐 아파할가?》

금성은 지시손가락을 입가에 세우며 아이들에게 오금을 박았다.

《모두 비밀을 지켜야 돼. 축구하다 피나온거 선생님 알면 큰일이야. 알겠…》

금성은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 눈이 사발만 해졌다.

어느새 곁에 순옥이 나타났던것이다.

금성은 뒤더수기를 긁적이며 《선생님, 다신 공을 안 차겠습니다.》하고 서둘러 변명했다. 고개를 수그린 아이들을 일별하는 순옥의 마음은 몹시 쓰리였다. 다신 공을 안 차겠다는 금성의 말이 예리한 창끝이 되여 그의 가슴을 찔러댔다.

감탕축구를 하고 주눅이 든 아이들, 그들이 공을 찰수 있도록 작은 운동장이라도 닦아줄순 없을가? 사실말이지 우리가 수업을 계속한다고 하지만 체육수업만은 생각조차 못하고있지 않았는가?…

《학생동무들, 축구는 다시 하게 될것이예요.》

그날 순옥은 창남을 만나 운동장문제를 제기하였다.

창남은 그의 제기를 적극 지지하고 해당한 조직사업을 했다. 저녁시간에는 이에 호응한 교원들이 홰불뭉치를 들고 달려나왔다.

학교주변에서 펑퍼짐한 적지를 찾아낸 교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불이 번쩍나게 소운동장을 닦았다.

비록 운동장이 크고 번듯하진 못해도 다음날 아이들은 너무 좋아 벙긋거렸다.

《선생님, 이제 당장 축구경기를 하는게 어떻습니까?》

《뭐? 금성인 정말 우물에서 숭늉 찾겠구나. 좋아, 공을 가지고 오라.》

잠시후 소운동장에서는 3학년 1반과 2반의 경기가 진행되였다.

《순옥선생, 우리도 학생들과 함께 공을 한번 차보기요.》

《좋아요, 헌데 정철선생 학급이 꽤 우리 학급과 경기해서 이길수 있겠는지? 자신없으면 저래 기권하는게 좋겠는데.》

《무슨 소릴. 금성이가 있다고 뽐내는것 같은데 개인기술을 지내 믿다간 전인공격, 전인방어에 못 배겨낼걸.》

《그럼 어디 한번 그 〈진리〉를 실천으로 증명해보세요.》

두 담임선생은 량팀의 문지기를 서기로 했다.

순옥은 금성에게 눈길을 돌리고 《주장, 알지?》하고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선생님, 걱정마십시오.》

아이들은 자신심에 넘쳐 와- 운동장에 전개하였다.

경기는 시작부터 순옥이 맡은 학급팀의 문전위협으로 아슬아슬했다.

날렵한 동작으로 공을 몰고가던 금성은 상대팀의 집단빼앗기에 걸려 헛물을 켜기도 했다.

경기가 고조되고 자기 학급이 수세에 몰리자 안달이 난 정철은 슬그머니 문지기자리에서 리탈하여 공몰기를 하였다.

금성이가 눈이 커지여 《대고, 선생님 반칙한다.》하고 입술을 삐죽하자 2반 학급장이 《선생님은 반칙해두 돼.》라고 두둔했다.

아이들의 포위에 붙잡혀 공을 뺏기고 황소숨을 씩씩거린 정철은 그들의 말을 귀동냥하고 《뭘? 금성이 너 진짜 체육수업때 보자.》하고 롱말을 던지였다.

금성은 뒤더수기를 긁으며 히뭇이 웃어넘겼다.

《헤헤. 잘못했습니다.》

이때 순옥은 금성이쪽에 크게 소리쳤다.

《주장, 헛눈팔지 말라.》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듯 금성은 왼쪽날개가 넘겨준 공을 받고 꼴문을 향해 날쌔게 돌입했다. 그는 문지기가 없는 틈을 리용하여 슛- 공을 차넣었다.

공은 두개의 돌사이를 화살처럼 꿰뚫었다.

《꼴! 꼴!》

《통꼴이다!》

아이들은 두손을 우로 쳐들고 환희의 분수를 터쳐올렸다.

꼴을 넣은 금성을 목마에 태우고 벙글벙글 웃음짓는 아이들…

순옥의 입가에도 방그레 웃음이 피여올랐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 그것은 진주보석처럼 소중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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