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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처녀와 대한민국 청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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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877회 작성일 10-09-2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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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만큼 성격이 너무 다른 부부
<밀착취재>조선 처녀와 대한민국 청년은 어떻게 만났을까③
newsdaybox_top.gif 2010년 09월 24일 (금) 18:02:44 김양희 기자 btn_sendmail.giftongil@tongilnews.com newsdaybox_dn.gif

리정애와 김익의 결혼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조선적 처녀와 대한민국 국적의 청년은 지난 9월 9일 혼인신고를 했고, 국적란이 공란으로 이루어지는 등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혼인신고는 16일 확인 결과, 성립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조선적과 대한민국 국적의 부부가 탄생한 만큼, 이들의 만남에 축하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 일간지에 이들의 사연이 소개된 후 ‘북에 가서 살아라’, ‘이들이 말하는 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런 식으로 간첩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다’라는 식의 댓글이 수 없이 달려 이들 부부를 가슴 아프게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의 결혼을 두고 조선적 문제를 여론화하기 위한 기획성 이벤트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몸소 실천(?)한 것뿐이다. 왜 신부는 조선적을 버리지 않는지, 그리고 재일동포와 한국인 청년이 어떻게 만나고 사랑을 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이들 부부에게서는 특별한, 그렇지만 다른 연인들과 특별할 것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어봤다. 이 밀착 취재는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 편집자 주


   
▲ 리정애(왼쪽)와 김익 씨. 국적만큼 성격이 너무 다르지만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하나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김익]

도포에 갓 쓴 차림의 운동권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리정애. 지향이 같은 운동하는 여성이 이상형이었던 김익. 그러나 이들은 처음 만남부터 서로가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아직까지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매일같이 견우와 직녀처럼 애틋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 분명 너무도 사랑은 하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너무나 다른 차이 때문에 일반적인 연인들과 똑같이 매일같이 싸우고 다시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고, 사랑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헐~이상형이 아니네

리정애는 서울에 머물면서 며칠 신세를 진 후배가 “언니를 무척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요”하며 주선을 해 2008년 1월 3일 김익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김익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라 하니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고 게다가 수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더니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주변을 자꾸 살피는 게 무섭기까지 했다고. 게다가 저녁을 사주겠다는 말에 삼겹살을 사달라고는 했는데 남루한 행색을 봐서는 도저히 비싼 삼겹살을 사줄 수 있을까 싶기까지 했단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쉿~그런 말 하면 안돼요’, ‘조심해서 말해요’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대화는 잘 안됐죠. 게다가 처음 만나 너무 어색한 마음에 얘기를 자꾸 했더니 ‘밥 먹을 땐 얘기 하는 거 아니다’고 하더라구요.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도 ‘이 사람이랑 결혼할까’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렇게 밥 먹고 노래방 가고 하다보니 동무가 되었어요. 아직 사귀는 것은 아니고.”

김익의 첫인상이 맘에 들지 않았던 리정애처럼 김익도 리정애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만화에서 보면 다소곳하고 단아한 이미지인데 실물로 보니 너무도 달랐다고. 겨울에 만나서인지 털모자를 쓰고 왔는데 얼굴이랑 옷차림이 차갑게 느껴졌으며 그래도 호감을 가진 사람이기에 친해지고 싶어서 여러 말을 나눴지만 다가오는 것은 차가운 대답뿐이어서 진땀이 났다는 설명이다.

“재일동포다보니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일본어를 조금 배웠는데 더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언어를 서로 가르쳐주면서도 많이 친해지잖아요. 그런데 정애가 버럭 화를 내면서 ‘일본어는 쪽바리말이니까 하지마라’라고 하는 등 일본에 극단적인 혐오감을 갖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일본에 좋은 사람도 있지 않냐’고 했다가 서로 충돌이 있었고 그렇게 분위기가 썰렁했죠. 다행히 삼겹살 먹고 술 한 잔 하며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어요.”

어긋나지만 조금씩 가까이

김익과 첫 만남이 있은 후 리정애는 금강산에 다녀왔다. 이후 1월 8일이 리정애의 생일인데 김익에게 생일축하 문자가 왔단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질 무렵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던 리정애는 김익에게 창덕궁을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그때 제가 묵었던 곳은 창밖에 창덕궁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는데 창덕궁의 기와마다 쌓여있는 눈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창덕궁에 가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죠. 그렇지만 평일에 나와 놀아줄 사람은 없었어요. 이때 떠오른 사람이 김익으로 그때 재판이 아직 안 끝난 상황으로 백수였거든요.”

그러나 김익은 리정애가 먼저 창덕궁에 함께 가자는 연락을 해온 것을 두고 데이트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나보다고 오해를 했다한다.

“눈이 오는 날 먼저 연락을 해서 보자고 하니 당연히 제게 관심이 있나보다 했습니다. 게다가 나는 원래 누군가를 만날 때 늘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좋은 사람인지를 보곤 합니다. 특히 정애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도 있으니 결혼을 생각하는 게 당연했죠.”

그해 1월말, 리정애는 여행증명서 상의 만기일이라 일본에 돌아가야 했다. 처음 배로 와서 배로 돌아가는 것이 비용으로 따져 봐도 당연해 부산항으로 갔는데 배로 돌아갈 경우 일본까지 이틀이 걸리기 때문에 일본에서 입국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정애는 부리나케 외교통상부로 연락을 했지만 부산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고 이때 도움을 받을만한 친구로는 김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외교통상부에 인터뷰를 하면서 여행기한을 연장 해달라고 해야 했어요. 갑자기 묵을 곳도 없어졌고 앞길이 막막했죠.”

리정애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갑자기 분주해진 것은 김익이었다. 김익은 급하게 주변의 여자 선후배들에게 모두 연락을 하며 리정애가 며칠 간 묵을 곳을 수소문 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김익은 여동생에게 부탁을 했다.

“하는 수 없이 여동생이 사는 일산에서 지내라고 했고 이때 약 2주정도 동생과 함께 합니다. 이때 정애랑 쇼핑도 다니고 찜질방도 다니고 강아지를 데리고 근처 공원에 산책을 다니기도 하며 정말 많이 친해졌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날이 돼서 공항으로 데려다주는데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고 울더라구요. 그 눈물을 보니 남자의 마음이 얼마나 짠하던지 앞으로 이 여자를 보호해줘야겠다고 다짐했죠.”

서로에 대한 믿음에 결혼 다짐

그렇게 헤어진 후 리정애가 일본으로 돌아가자 김익은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정신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국제전화를 하고 전화를 할 때마다 정애에게 사귀자고 하고 결혼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김익은 그 당시 한 달 전화요금이 50만원이 넘었다고. 당시를 리정애는 이렇게 돌이켜봤다.

“이 시기 계속 집으로 전화가 오니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말씀을 드렸더니 함께 살 수도 없는데 결혼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걱정을 하셨어요. 그런데 이때 저는 한참 한국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빠졌어요, 김익의 얼굴은 못생겼는데 목소리가 좋은 편이잖아요.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늘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인 송승헌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그렇게 계속 통화를 하다가 까짓 거 한번 사귀어보자고 다짐했죠. 아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헐~원래 이렇게 못 생겼었나’ 하면서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김익은 리정애를 처음 만나서부터 결혼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고 앞으로 보호를 해줘야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우직하게도 계속 구애를 했다. 게다가 차가운 느낌의 첫인상과는 달리 전통을 좋아하는 모습은 여성스러웠다고.

“가야금을 배우러 다니고 도자기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는 등 전통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습은 처음에 나에게 줬던 차가운 이미지를 벗도록 했습니다. 여성스러움을 느낄수록 정애와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은 더욱 확고해졌죠.”

국적 문제로 헤어질 것 고려하기도

리정애는 결혼까지 다짐했지만 김익이랑 많이 싸웠다. 게다가 혼인신고를 마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여전히 싸우고 있단다. 특히 김익과 리정애는 국적문제로 헤어질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인데 익이가 결혼 얘기를 꺼내면서 저보고 국적을 바꾸라는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익이는 제 만화의 독자라면서 어쩜 그런 말을 꺼낸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때 정말 많이 화를 냈었죠.”

당시 김익은 정말 별 생각 없이 리정애에게 국적을 바꾸면 어떠냐고 권유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박치기’, ‘우리학교’ 등의 영화가 있어 재일동포 문제가 많이 알려졌지만 그땐 그런 영화도 없었고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정애의 반응을 보고 3개월에 한 번씩 나올 수 있으면 뭐 까짓 거 정 안되면 기러기부부, 주말부부도 있는데 뭐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기간 연장도 가능했기 때문에 최대한 연장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게다가 앞으로 통일이 되면 통일국적으로 받으면 되지, 그렇게 쉽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애가 국적을 지키는 것이 나름의 의미가 있고 영사관에서 국적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을 보면서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국적을 바꾸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같은 아내, 그리고 곰 같은 남편

국적 문제는 김익이 이해하는 것으로 해결이 됐지만 이 문제 말고도 김익에게서 소소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선물과 관련한 문제인데 물론 김익에게서 비록 중고였지만 mp3, 노트북을 꼭 필요할 때 받아 행복하기도 했지만 꽃 선물을 한 적이 없다고. 게다가 근사한 프러포즈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이 리정애는 서운하다.

“제가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예요. 지난번 인사동에 왔을 때 은반지 하나를 안 사주는 거예요. 아무리 예물을 생략하기로 했지만 다이아반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은반지 하나 징표로 갖고 싶은데 그것조차 안 사주더라구요. 심지어 예전에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넣어가며 문자메시지도 자주 보내주더니 이제는 문자도 거의 보내지 않아요. 마음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던데 김익에게는 제가 잡은 물고기이기 때문에 그런가 봐요.”

이에 반해 김익은 리정애의 ‘잡은 물고기’ 이야기는 너무 들어서 지겨울 정도라고 한다. 문자 메시지를 조금 보낸다는 얘기도 황당한 것이 예전엔 떨어져 지냈으니 문자를 보내지만 지금은 같이 살고 있는데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반문한다. 게다가 꽃 선물은 김익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꽃보다는 다른 뜻 깊은 선물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프러포즈도 꼭 해주고 싶지만 워낙 바쁘다보니 못했고 언젠가는 꼭 해줄 생각이란다. 재밌는 점은 김익 역시 리정애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애와 나는 정말 모든 면이 극과 극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른 면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난 대충 먹으려는데 정애는 꼭 국이 있어야 하고, 가장 큰 차이가 스파게티인데 정애는 스파게티 같은 양식도 좋아하지만 나는 싫어하거든요. 게다가 정애는 너무 깔끔해 창틀에 먼지 하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도 용납을 하지 않지만 저는 그냥 편안한 게 좋아요. 정애의 시선으로 보면 전 지저분한 사람이죠. 쇼핑을 할 때도 저는 딱 필요한 것만 사는데 정애는 안 살 것도 쳐다보는 성격이라 대형마트를 좋아해요.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웃어야 좋아하는데 웃지 않고 인상이라도 쓰면 싫어하고 운전을 할 때도 나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 편인데 정애는 끼어들기라도 하면 엄청 화를 내면서 자기가 대신 울릴 테니 조수석에도 경적을 달아달라고 할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곰 같은 성격이라 하면 정애는 불같은 성격이죠. 제가 변했다고 하면 저도 할 말이 있는데요, 정애도 예전엔 거의 화를 내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화를 많이 내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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