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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버스기사들의 최근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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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워낭소리
댓글 0건 조회 3,604회 작성일 10-10-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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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경상도 버스 기사들의 최근 여론

(서프라이즈 / 워낭소리 / 2010-10-15)


일을 마치고 막차에 오르니 S기사가 운전석에 앉아서 손짓을 한다. 출퇴근하면서 알게 되어 이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박정희밖에 몰랐던, 그래서 박근혜와 이명박에 대한 지지가 맹목적이었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나를 통해 김대중-노무현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고, 얼마 전부터는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부터 사서 읽고 있다면서 내게 부연 설명을 해달라고 할 만큼 새롭게 태어나는, 경북 포항에서 나서 대구에서 줄곧 살아온 오십대 후반의 완고한 아저씨다. 6.2지방선거에서는 동료 기사들을 상대로 김두관의 선거운동을 했노라고 내게 털어놓기도 했다.

"날이 서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그가 대뜸 묻는 말이 그렇다.

"아뇨? 그렇게 보입니까?"

아무 일도 없다는 내 반응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늘 강의시간에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어수선해서 조금은 화가 나 있던 직후여서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찰나에 내가 날이 선 진정한 까닭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날카로워져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이명박이가 대통령 되고 나서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이젠 폭발 직전까지 와 있습니다. 이러다가 홧병으로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고 아마 그게 내가 날이 서 있는 이유일 겁니다." 

그러면서 최근의 시국 상황을 간략하게 풀어주었다. 다 듣고 나서 그가 물었다.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가 된 건 어떻게 생각합니까?"

"손학규라... 글쎄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육지계(苦肉之計)랄까 최선의 선택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참, 손학규에 대한 기사님들의 여론은 어떻던가요?"

"박근혜 다음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습디다. 박근혜 하고 손학규가 붙을 거라고들 합디다만."

"음..."

"그렇게 될까요?"

하고 묻길래, 그리 되면 누구를 찍을 겁니까 하고 물으니 거침없이 손학규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내가 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자 그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찌 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은 어느 특정인을 마음에 새겨둘 때가 아닙니다. 손학규도 유시민도 그 밖의 어느 누구도 마음에서 지워야 합니다. 만약 특정인을 고집하면 야권은 분열되고 대선은 해보나 마나입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하고 나는 그에게 문성근의 유쾌한 백만 민란 프로젝트에 가입해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동료 기사들에게도 알려서 함께 가입하면 더 좋겠다는 말을 덧붙여서...

"아, 그런 게 있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정치는 시민 세력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겁니다. 아니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게 시민사회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김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렇겠지요."

그러더니 요즘 읽고 있는 책이라면서 책 한 권을 보여준다. J. G. 메르키오르가 쓴 <미셀 푸코>였다. 그는 푸코와 자크 데리다의 광팬인데 내게 읽을 만한 책 한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해서 그에게 추천해 준 책은 <남명 조식 선생 문집>이다.

내가 시외버스에서 내리려고 할 때 그가 그랬다.

"몸 상하지 않게 마음을 조절하세요. 이명박이보다 먼저 쓰러지면 안 됩니다."

그래 놓고는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하하하 웃는다. 그리고 헤어졌다. 집까지 걸어오는 도중에 난 연신 혼자서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그리고 허허롭게 웃는다.

'백만 민란이 성공해야 할 텐데...'
 



[김대중-노무현 이후]눈높이 낮춰야 인재가 보인다

(서프라이즈 / 워낭소리 / 2010-10-14)


해를 정면으로 응시하다가 눈길을 돌려 사물을 바라보면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험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는 찬란한 햇살에 눈부셨던 탓이지 사물들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이후 민주진보 진영에서의 인물 부재 타령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 생전엔 미처 몰랐으나, 막상 두 분이 없어지고 보니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었는지 비로소 실감한다. 두 분은 기실 해와 같은 분들이었고, 그 햇살에 눈부신 눈동자로 다른 인물들을 보려니 눈에 찰 리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최소한 한 세대 안에는 이 두 분에 버금가는 지도자는 나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무릎을 꿇어서 보면 인재가 없는 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그 법통과 정신을 계승할 인재는 분명히 있다. 실명을 입에 담자니 그렇고, 에둘러서 말하자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다.

참여정부야말로 해방 이후 가장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들로 구성된 정부가 아닐까 싶다. 마치 세종대왕대의 집현전 학사들을 보는 듯하다. 거기에 한 명을 보태자면 이정희 민노당 대표. 아마 다들 공감하리라 본다.

이 사람들을 빼면 솔직히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니, 믿음이 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위태롭고 위험해 보인다. 물가에 애 앉혀 놓은 것도 같고 신원불명의 낯선 이에게 대문을 열어준 것같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손학규를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은, 87년 대선에서의 1노3김의 분열에 따른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를테면 전략적 동거인 셈이라고나 할까.

참여정부 사람들, 이른바 친노로 불리는 사람들과 이정희에 대한 트집잡기는, 이들에 대한 열등의식의 산물인 동시에 김대중-노무현이라는 눈부신 해를 보고 난 직후의 캄캄해진 시선이라는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 세대 안에 이 두 분에 버금가는 인물은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면 두 분이 떠난 빈 자리를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야 하나? 현재 남아 있는 인재들을 보석으로 여기고, 그들의 부족한 점은 연대로써 보완해 나가는 방도 말고는 없다. 개인기가 모자라면 조직력으로 밀고나가야 하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무엇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무릎을 꿇어 발 아래 흩어진 보석들을 내려다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석처럼 빛나는 인재들이 보일 테니까.

김대중-노무현을 잃어버린 것은 인재를 볼 줄 모르는 이 나라 사람들의 무지몽매함에 있다. 또다시 인재를 죽여없앨 셈인가. 우선 이정희 민노당 대표에 대한 유치한 공격부터 멈춰라!

(cL)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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