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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미국, 불꺼진 비포장도로 위에 방향 잃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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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0건 조회 3,162회 작성일 10-11-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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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할 부정하는 선동이 초래한 논리적 결과"

미국간판은행 골드만삭스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을 예측해온 학자들과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9일 골드만삭스는 루비니 교수의 예측처럼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는 1.5%의 저성장과 1% 미만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할 것이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종전 2.4%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의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이 더욱 주목된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세는 경기부양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우선적으로 감축해야 할 때라는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 둔화, 디플레 위협 전망

월가의 전망도 엇갈린다. 골드만삭스에 이어 월가의 2인자라는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와는 정반대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3%대의 성장을 지속하며 디플레이션 위협보다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전망으로 대립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경기부양책 시행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혼선과 막후 실세로 알려진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루빈은 <CNN> 방송에 출연해 경기부양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재정적자 축소를 강조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규모 2차 부양책을 시행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워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재정적자 감축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정부가 보여줘야 시장이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채권 금리 폭등으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채권시장의 자경단'이라는 존재 자체가 금융 자본들이 정부를 협박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지난 30년간 정부의 역할을 불신하며 금융규제를 철폐해온 세력들에 휘둘린 미국이 그 결과 비참한 현실에 봉착하지 않았느냐며 비분강개하는 칼럼('America Goes Dark')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미국 전역에 걸쳐 가로등이 '문자 그대로' 꺼져가고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예산 절감을 위해 가로등 세 개 중 하나를 끄기로 했다. 비슷한 일들이 미국 동부에서 서부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 때 대대적인 교통운송 기반시설 건설-이리(Erie)운하와 주간(interstate) 고속도로 등-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나라가 이제는 도로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방치해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다.

모든 아동에게 의무교육을 시행한 선두그룹에 속했던 나라가 지금은 교사들을 해고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축소되고 있다. 하와이 등지에서는 학업일수를 대폭 줄이고 있다.

수십년 동안 정부가 제공했던 기본적인 필수 서비스가 이제는 예산이 없어 더 이상 제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주 정부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이 쪼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 인상이라도 한다면 이런 지경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불과 1.04%의 이자율로 '물가연동 장기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연방정부는 현금 조달 능력이 충분하다. 연방정부는 미국의 기반시설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방정부에 지원해 줄 수 있고,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마지못해 소극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공화당과 보수적인 민주당 의원들은 재정적자 감축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향후 10년 동안 7000억 달러의 예산을 축내며 극소수의 부자를 위해 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 극소수 부자 위한 계급정치 세력

일단의 계급정치 세력은 그들의 선택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2%에 불과한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클린턴 정부 시절 때의 세율로 다시 세금을 내게 할 것인지, 아니면 나라의 기반이 허물어지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양자택일에서 그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다.

이런 선택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모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감축은 경기를 둔화시키고 높은 실업률을 지속시킬 것이다.

미국 경제의 미래는 어떤가? 경제성장에는 양질의 교육과 기반시설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신흥국가들은 기반시설과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이 왜 이런 지경이 되었는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반정부 선동의 논리적 결과다. 정부가 거둔 세금은 낭비되는 것이며, 공공부문이 제대로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선동에 많은 유권자들이 넘어갔다.

물론 이런 선동은 허구다. 보수우파가 주장한 만큼 낭비과 사기는 결코 없었다. 오히려 선동의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극소수의 부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정부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가로등, 포장도로, 양질의 교육 등-이 위태로워졌다.

장기간에 걸친 반정부 선동에 넘어간 결과 미국은 재앙스럽게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미국은 이제 방향을 잃은 채 불꺼진, 비포장도로 위에 있다.

기사입력 2010-08-10 오후 2:35:52   이승선 기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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